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자사고 폐지·혁신학교 확대…‘진보교육’ 힘 받을까?

등록 2018-06-25 20:15수정 2018-06-25 20:29

[함께하는 교육] 진보교육감 당선, 변화 내다보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지난 13일 투표 종료와 함께 발표된 방송사 출구조사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지난 13일 투표 종료와 함께 발표된 방송사 출구조사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13일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성향 후보들이 대거 당선됐다. 이들의 당선으로 일선 교육현장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

사실 진보 교육감 숫자 자체가 이전보다 급증한 건 아니다. 이전 13명에서 14명으로 한 명(노옥희 울산교육감) 더 늘었을 뿐이다. 단, 전에는 광역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의 성향이 다른 지역에서 종종 불협화음이 발생했지만 이번에는 전국이 거의 하나로 통일됐다.

진보교육감 시대에 강하게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외국어고(외고)·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다. 진보교육감 대다수가 이를 공약으로 내걸었거나 긍정적이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진보교육감 대거 당선으로 제일 주목할 게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라며 “문재인 정부 초기에 이를 강력하게 추진하지 못했던 건 이 학교들이 5년마다 평가를 받아 재지정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외고·자사고 평가 시기가 2019~2020년에 몰려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기에 해당 학교 학부모들의 반발 등 때문에 정부가 여론 추이를 봐야 했다”며 “이번 선거 결과 실행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12월에 나온 ‘한국교육개발원 교육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외고·자사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등 고교 교육체제 개편에 대해 찬성이 49%(찬성+매우 찬성), 보통 35.4%, 반대 15.7%(반대+매우 반대)였다. 초중고생 학부모의 경우 찬성 58.6%, 보통 30.3%, 반대 11.1%였다.

현재 전국 자사고는 43개, 외국어고는 31개다. 교육감은 자사고와 외고를 폐지할 권한 자체는 없다. 단 5년마다 시도 교육청이 학교 운영 평가를 해 기준 점수에 미달하면 교육부 동의를 받아 재지정을 안 할 수 있다.

진보교육감 13명서 한명 더 추가돼
대다수 외고·자사고 폐지 공약
일반고 전환 가속화 분위기 더해져
혁신학교 4년간 100여곳 추가 예정
대입 정시 소폭 증가하였으니
수시 중심 현행 제도 유지할 듯
전문가들 “대통령 지지율 덕 승리”
진보교육, 국민 공감할 정책 선봬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성동구 도선고등학교에서 열린 청소년 모의선거 좌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성동구 도선고등학교에서 열린 청소년 모의선거 좌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여론조사도 외고·자사고 일반고 전환 찬성 쪽

이범 평론가는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방법으로 강력한 게 시행령을 바꾸는 것이다. 이들 학교의 재지정 심사 주기에 맞춰 시행령을 고치면 한방에 일반고 전환이 가능하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외고·자사고 관련 공약도 취지로 보면 대통령 권한을 활용해 시행령을 고치는 것에 가까웠다”고 설명했다.

진보교육감 하면 상당수 국민들이 ‘혁신학교’를 떠올릴 정도로 혁신학교는 진보교육의 상징이 됐다. 따라서 앞으로 혁신학교는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대구·울산·경북을 뺀 14개 지역에서 올 3월 현재 1340개의 혁신학교가 운영 중이다. 전체 초중고의 13.4%다. 2016년에 비해 250곳(22.9%)이 늘었다. 구체적인 숫자가 제시된 공약만 합쳐도 앞으로 4년간 100여곳 이상이 추가 지정될 전망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혁신학교가 양적 확대에서 이제는 질적 성장을 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인기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회 초등교육팀장은 “혁신학교가 처음 시작했을 때와 현재의 모습이 질적으로 바뀌었다고 보기 힘들다. 이제는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을 해야 한다”며 “교육 자치의 핵심은 결국 학교 자치다. 가령 지자체와 학교가 함께 노력해 ‘마을교육공동체’를 구성하는 식의 새로운 모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남북관계가 풀리면서 교육감 선거에 평화통일 관련 공약이 많이 나왔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평화감수성, 인권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 추진, 적대성 해소와 공존을 위한 남북교류 프로그램 운영 등을 공약했다. 구체적으로 남북청소년 체육대회 개최, 어린이 평화통일 체험학습 추진 등이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통일시민 교과서 개발, 통일학교 설립·운영, 남북학교간 자매결연 추진, 민병희 강원교육감은 남북 강원도 관동8경(영동권) 수학여행, 남북청소년 체육문화예술 축전 개최, 도성훈 인천교육감은 남북소년체전 유치, 강화도-개성 고려역사 수학여행 등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평화교육 단체 피스모모의 문아영 대표는 “공약에서 다소 아쉬운 게 남북이 만나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의 생각이 엿보인다는 점”이라며 “분단 상황에서 발생한 남북 주민들 간의 적개심·분노 등을 치유하는 과정이 포함돼야 하고, 이는 학교 교육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항상 주적을 상정하고 주적은 폭력으로 제압해야 한다는 심리가 우리 사회에 깔려 있다”며 “예를 들어 학교 폭력 대응에서 치유 과정 없이 잘잘못만 가리려는 것도 그런 심리의 발로”라고 부연했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대입 제도는 어떻게 될까? 대입제도 개편 자체는 중앙정부 권한이지만, 당선된 진보교육감의 입장도 예상 지표가 될 수 있다.

■ 당선자 13명 수능 위주 정시 확대 반대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좋은교사운동 등 32개 교육 관련 단체가 모인 ‘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육혁신연대’가 지난 18일 발표한 ‘교육감 당선인 대입개편 교육정책 의견조사 결과’를 보면, 당선자 13명은 수능 위주 정시전형 확대에 반대했고,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화에 찬성했다. 이 조사는 선거 전에 전국 교육감 후보 61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26명으로부터 회답을 받았고 이 가운데 당선된 13명의 의견을 정리한 것이다.

현재 수시 대 정시 비율은 2019학년도 76.2% 대 23.8%, 2020학년도 77.3% 대 22.7%다.

최승후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정책국장은 “진보교육감들의 교육 철학을 보거나 여론 추이를 고려했을 때 정시는 소폭 증가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수시 중심의 대입제도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수능의 경우 영어와 한국사 시험이 절대 평가로 바뀌었고 이를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기정 서울 미양고 교사도 “현행 수시 대 정시 비중은 그대로 유지될 것 같다. 특히 상위권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중심의 전형은 그대로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함께하는 교육> 인터뷰에 응한 전문가들은 진보교육감 승리가 꽤나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진보교육감들이 지난 4년간 성과를 냈다기보다는 문재인 정부의 높은 지지율에 얹혀 승리한 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홍인기 팀장은 “진보교육감들의 공약에서 눈에 띄는 어젠다가 없었다”며 “앞으로 4년간 국민들이 체감할 만한 정책을 선뵈지 못한다면 다음 선거에서 꽤나 고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기정 교사도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조희연 후보가 46.6%, 보수인 박선영 후보가 36.2%를 얻어 10%포인트 밖에 차이가 안 났다”며 “박 후보는 보수진영으로부터 완벽한 지원을 받지 못했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 이는 진보교육감들에게 유권자들이 보낸 일종의 경고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교육감 권한이 크다지만 교육과정, 교과서 발행 및 시험평가 방법 등은 못 바꾼다. 핀란드 교육을 많이 얘기하지만, 거기는 교사가 교과서를 직접 집필할 수 있다”며 “우리 교육이 진짜 바뀌려면 중앙정부의 교육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경 <함께하는교육> 기자 ktk7000@hanedui.com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의료급여 빈곤층’ 본인부담금 7배 뛸 수도…정률제로 전환 추진 파장 1.

‘의료급여 빈곤층’ 본인부담금 7배 뛸 수도…정률제로 전환 추진 파장

강혜경 “말 맞추고 증거 인멸”…윤 부부 옛 휴대전화 증거보전 청구 2.

강혜경 “말 맞추고 증거 인멸”…윤 부부 옛 휴대전화 증거보전 청구

[단독] “명태균, 대통령실 취업 등 청탁 대가로 2억”…검찰 진술 확보 3.

[단독] “명태균, 대통령실 취업 등 청탁 대가로 2억”…검찰 진술 확보

버려져 외려 드러난 죽음 ‘암장’...몇 명이 죽는지 아무도 모른다 4.

버려져 외려 드러난 죽음 ‘암장’...몇 명이 죽는지 아무도 모른다

소방서에 배송된 ‘감사의 손도끼’…“필요할 때 써 주시오” 5.

소방서에 배송된 ‘감사의 손도끼’…“필요할 때 써 주시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