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1학기 기말고사는 ‘9회말 투아웃, 주자만루’ 상황에 선 타자의 심정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쓰리아웃으로 넘어가느냐, 홈런을 쳐서 역전하느냐의 문제라는 거죠.”
이재하 중일고등학교 교무운영부장교사(전국진학지도협의회 수석대표)의 말이다. 6월 수능 모의평가 결과에 싱숭생숭해진 고3 수험생들이 수능 준비의 막막함, 수시 지원에 대한 걱정에 발만 동동 구를 때가 아니라는 것. 이 교사는 “당장 코앞에 닥친 마지막 기말고사부터 신경 써 대비해야 한다. 수시와 수능 고민은 잠시 내려놓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전공적합성 드러나는 ‘최후의 시험’
‘6말 7초’를 보내는 수험생들에게 1학기 기말고사의 의미는 크다. 오는 8월31일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 마감을 앞두고 치르는 마지막 내신 시험이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주요 대학 신입생 10명 가운데 6명을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으로 선발하는데, 이때 3학년 1학기 내신 반영 비율이 높다. 대학들이 관심 갖고 보는 성적이라는 뜻이다.
이 교사는 “학교생활 90% 이상이 교과 수업이다. 교과 수업에 충실히 참여·학습한 결과를 보여주는 게 내신 시험인데, 대학 입장에서는 끝까지 노력해 학업 역량을 끌어올린 학생에게 좋은 평가를 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마지막 시험이 결국 고교 생활의 충실도를 보여준다는 것이죠. 고교 1~2학년 때 영어 성적 70점대였던 영문학과 지망 학생이, 마지막 시험에서 80~90점 등 오른 점수를 받는다면, 전공적합성 측면에서 단연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대입에 반영되는 ’마지막 기말고사’
학업 역량·성취도 살피는 바로미터
수시·수능 잠시 내려놓고 ‘내신 확보’
단위수 높은 교과목 끝까지 포기 말아야
중·하위권, 교과서 예제·연습문제 주력
배점 높은 서술형 문항 대비 철저히
수업 복기하며 ’노트 단권화’도 해보길
‘학종’ 준비한다면 전공 연계 과목 공략
학종을 준비하는 학생은 본인 희망 전공에 따라 연계 과목을 선택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 전 과목을 꼼꼼하게 대비하기 어렵다면 전공 관련 과목이라도 챙겨야 한다.
학종에 필요한 자기소개서 1번 항목이 ‘학업 역량’인데, 이 항목의 평가 기준은 학업 의지, 지적 호기심, 학업 성취도다. 평가 기준을 충족하려면 기말고사에서 과목 성적이 향상한 것으로 ‘스토리텔링’이 가능해야 한다. 다시 말해 내신이 탄탄하게 뒷받침돼야 한다.
예를 들어, 화학공학과를 지망하는 경우 다른 교과목보다 ‘화학2’ 등에 시간을 더 써야 하고, 의대 지망 학생은 ‘생명과학2’ 성적을 끝까지 사수해야 한다. 지망 학과의 연계 과목 성적이 점진적으로 올랐을 때 대학에서는 학업성취도를 높게 평가한다. 이 교사는 “발등에 불 떨어진 상황이라도 전공 과목 성적은 잘 받아두는 게 좋다. 기말고사에서 전공 과목 점수가 하락하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혜남 문일고등학교 교사(서울시교육청 대학진학지도지원단 부장)는 “3학년 1학기 기말 내신은 학종뿐 아니라 중위권 대학 논술 전형의 당락을 결정하는 바로미터다. ‘마지막 시험에서 ○○과목은 꼭 90점 이상을 받겠다’ 등 구체적이고 확실한 단기 목표를 세워보라”고 조언했다.
교과전형, ‘내신 공사’ 잘 해놔야 승률 높다
학생부 교과전형을 준비하는 경우 ‘내신 성적=대입’이라고 보면 된다. 교과전형은 내신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특히 단위수가 높은 수학과 영어 등 주요 과목에서 내신 석차가 떨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김혜남 교사는 “희망 대학에 따라 전 과목 내신을 반영하는 경우도 있다. 기말고사 준비하면서 잠시 틈을 내, 원하는 대학교의 교과 반영 범위를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종우 양재고등학교 진로진학부장교사는 “‘전 수능 준비할 거라 내신은 별로 신경 안 써요’라고 말하는 아이들도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단언컨대 30년 넘게 교직 생활하면서, ‘수능 위주로 공부하겠다’는 학생치고 성적 및 결과가 잘 나오는 경우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수능과 내신 대비의 차이점 가운데 하나가 서술형 출제 여부다. 과목별로 문제 풀이 과정 및 요약해보는 연습을 마지막까지 해보는 게 중요하다. 김종우 교사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고3 1학기 기말고사 출제를 수능과 비슷한 범위에서 한다. 다만 국어 독서 파트에서 지문을 이해하고 2~3줄로 요약해보기, 영어 독해 파트에서 문단별 핵심어 찾아 써보기 등 서술형 문제에 대한 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석차가 나와야 하는 내신 시험이기 때문에, 변별력을 위한 고난도 문제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재하 교사는 “수학의 경우 20문제 가운데 최대 5문항까지는 고난도 문제가 출제된다”며 “반대로 말하면 중·하위권 학생들은 교과서 예제 및 연습 문제만 반복 풀이해봐도 13~15문제를 자신의 점수로 확보할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전했다.
‘확률과 통계’, ‘적분의 활용’ 등 심리적 문턱이 높은 수학 단원이 있다면 기본 개념부터 잡고 가도 늦지 않다. 원리를 모르고 100문제를 푸는 것보다 이해한 뒤 10문제만 맞춰보는 게 의미 있는 공부라는 이야기다. 이 교사는 “학교별 내신 족보 등 기출문제들이 있다. 문제 유형에 익숙해지는 것도 좋지만, 아는 문제만 반복하기보다는 평소 담당 교사들의 수업 내용을 정리하며 스스로 풀이 과정을 써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상위권 학생들은 서술형 문항에서 수식의 중간 과정을 빼고 적는 경우가 있는데, 감점 사항입니다. 수학 서술형 문제는 풀이 과정 자체에 배점이 큰 만큼, 차분히 적어 내려가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습니다.”
국·영·수 주요 과목 핵심, 한 노트에 정리해봐
1학기 기말고사 대비 과정은 장기적으로 수능을 위한 ’플랜 에이(A)’라고 할 수 있다. 문제를 푼 뒤 오답노트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풀이에 적용할 수 있는 교과 개념과 담당 교사가 강조한 것을 따로 정리해둔 ‘나만의 노트’가 있으면 도움이 된다.
<서울대 합격생 노트 정리법>을 쓴 김진경(서울대 자유전공학부 3학년)씨는 “과목별로 한 권씩 핵심 노트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지만, 시간이 촉박할 때는 ‘노트 단권화’를 추천한다”고 했다. 두께 1cm 내외의 스프링 노트를 국어(문학)·수학·영어 등 크게 세 분류로 나눠놓은 뒤, 시험 범위에 해당하는 교과 핵심을 단원별 10줄 이내로 요약해보는 것이다. 단원별 요약 밑에는 교사가 수업 시간에 강조했던 내용이나 밑줄 친 부분 등을 적으면 된다.
특히 ‘서술형 출제 예감’, ‘동의어·유의어 문제’, ‘풀이 과정 암기’ 등을 함께 써두면 시험 직전에 훑어보기 편하다. 노트 한 권으로 세 과목 필수 개념부터 출제 가능성까지 스스로 압축해 보는 것이다. 김씨는 “참고서 등 누가 정리해둔 내용을 그대로 베껴 쓰라는 게 아니다. 시험 대비 노트 단권화의 목적은, 필기를 하면서 수업 내용을 복기해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기간에 핵심 내용을 확실히 정리하면서도 성취감이 큰 편이라, 시험을 앞둔 후배들에게 추천하는 방법입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