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교육현장의 ‘생활체육’은?
지난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통해 외국 국가대표 선수들에게는 ‘직업’이 따로 있다는 사실이 국내에 많이 알려졌다. 한국 선수들은 ‘운동선수’ 자체가 직업인데 외국 선수들은 간호사, 소프트웨어 개발자, 디자이너 등 다양한 본업이 있는 경우가 많아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운동을 하면서 본업이 따로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생활체육’이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독일, 프랑스, 캐나다, 덴마크 등 교육 선진국으로 불리는 나라들 대부분이 ‘체육’을 삶의 중요한 일부로 받아들이고 그 역할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유정애 중앙대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교수 겸 학교체육연구소장은 “한국에서는 여전히 ‘운동은 선수들이 하는 것’이라는 등 심리적 문턱이 높다. 고교, 대학 졸업 뒤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순간, 일상에서 신체활동을 즐기는 경우도 여전히 드물다”고 했다. “공교육 시기에 ‘취미 스포츠’를 접해보는 것이 참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초등학교 6년 동안 체육을 제대로 배우면 그게 ‘평생 친구’가 됩니다. 한데 한국 공교육 현장에서는 사실상 체육이 다른 교과목에 ‘얹히는 것’ 정도로 인식되고 있죠.”
독일에서는 ‘스포츠 친화적 종일학교’(이하 종일학교) 등을 통해 학생들의 다양한 체육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종일학교는 학교 안 돌봄교실에서 스포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다. 정규 교육과정뿐 아니라 보육 역할을 겸하고 있고, 지역 스포츠클럽과 방과후 체육활동이 자연스레 연계돼 있다. 스포츠클럽에는 엘리트 선수 등 ‘소수 학생’이 아니라, 모든 학생이 자신이 원하는 종목을 선택해 무료 수업을 받거나 적은 비용으로 참여할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신체활동에 익숙한 만큼, 독일 시민들은 생활체육을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권으로 받아들인다.
프랑스에서는 체육 과목이 초등학교부터 고교까지 필수과목으로 지정돼 있다. 초등학교는 주당 3시간, 중학교는 주당 4시간 진행하며, 배구·축구·농구·체조·조정 등 학생 선택에 따라 배우며 즐길 수 있다. 우리나라도 체육이 필수과목이긴 하지만 보통 다른 주요 과목에 밀려 소홀하게 다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2010년부터 매년 추적 조사하고 있는 ‘한국아동·청소년패널조사’ 결과를 보면, ‘학교 체육시간 중 땀 흘려 운동한 시간이 1시간 이하’라고 응답한 비율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차 높아졌다. 특히 고교 2학년 시기에는 ‘전혀 없었다’고 응답한 비율이 22.5%에 달했다. 유 교수는 “프랑스의 경우 학교마다 스포츠 동아리를 의무 개설해 매주 신체단련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했다.
체육은 신체활동을 토대로 사회성, 공간지각력, 집중력 등 여러 영역을 한번에 배울 수 있는 ‘창의 융합교육’이다. 보편적인 교육인 만큼 ‘여자는 피구, 남자는 축구’ 등 부모세대의 고정관념에 따라 종목을 나눌 필요가 없다. 학생들의 교과 선택권을 제한할 수 없듯, 생활체육에 있어 ‘종목 선택권’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유 교수는 “초등 때부터 팀 스포츠 등을 통해 몸 움직이는 재미를 느껴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교 체육 시간에 ‘스탠드에 앉아 응원만 해본 경우’와 ‘너른 운동장을 누벼본 경험이 있는 경우’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학생들이 국·영·수뿐 아니라 팀 운동을 통해 리더십을 키우고 시야를 넓게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해요.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닙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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