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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필수’가 된 이성교제…색안경 벗고 봐주세요

등록 2005-12-04 17:13수정 2005-12-05 14:02

요즘은 초등학교 3~4학년만 돼도 이성친구를 사귀고, 중학생이 되면 거의 필수라고 할 정도로 이성교제가 일반화돼 있다. 예전처럼 공부는 안 하고 놀기만 하는 이들만 이성교제를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요즘은 초등학교 3~4학년만 돼도 이성친구를 사귀고, 중학생이 되면 거의 필수라고 할 정도로 이성교제가 일반화돼 있다. 예전처럼 공부는 안 하고 놀기만 하는 이들만 이성교제를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1318 리포트

여자친구 없는 초등학생들은 어쩐지 이상해 보인다. 어른들처럼 팔짱끼고 거리를 걷고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며 얘기를 나눈다. 학교 안에서도 공공연히 커플로 돌아다닌다.

요즘 청소년들의 이성교제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초등학교 3~4학년만 돼도 이성친구를 사귀고, 중학생이 되면 거의 필수라고 할 정도로 이성교제가 일반화된 게 가장 큰 변화다. 예전처럼 공부는 안하고 놀기만 하는 ‘날나리’들만 이성교제를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성과 만나는 방식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친구가 소개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여기에 인터넷이 가세했다. 채팅을 통한 만남이다. 특히 ‘싸이’로 대표되는 미니홈피를 통한 만남이 자주 이뤄진다. 1촌을 맺으면 깊은 개인정보를 대부분 알 수 있어, 호감이 생기면 서로 연락해서 만나게 된다.

김미진(13·중1)양은 “싸이를 하다 보면 관계가 무한정 넓어진다. 친구의 친구, 그 친구의 친구 이렇게 계속 소개받다 보면 이성을 만나는 건 아주 쉽다”고 했다.

처음 한두 번 만난 뒤 관계가 깊어지는 과정은 휴대폰이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휴대폰으로 문자메시지를 수시로 보내면서 정을 쌓는 것이다. 학교 수행평가에 쫓겨, 학원에 치여 이리저리 피곤하고 여유가 없는 청소년들에게 휴대폰은 ‘구세주’다. 이정철(가명·15·중3)군은 “직접 만나지 못 할 땐 하고 싶은 말이나, 그날 있었던 일 등을 문자메시지를 통해 주고 받으며 간접적으로 데이트를 한다”며 “폰카로 사진도 수시로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직접 만나는 것처럼 실감난다”고 말했다. 기선주(가명·16·고1)양은 “얼굴 보고는 못할 얘기나, 부끄러운 애정표현들을 메시지를 통해 확인하면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며 ‘문자메시지 예찬론’을 폈다.

어느 정도 사이가 깊어지면 고전적 연애 방식으로 돌아간다. 팝콘과 오징어를 사서 같이 영화를 보거나, 놀이공원에 가서 사진도 찍고 놀이기구를 타며 즐긴다.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같이 음식을 먹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 10대들의 빈약한 주머니 사정을 알듯 요즘엔 패스트푸드점에서도 커플에겐 할인해준다.

한강으로 불꽃놀이 축제 구경을 간다든지, 공원에서 수다를 떠는 것도 청소년들 연애의 한 장면을 장식한다. 영화에 나오는 연인들처럼 그렇게 멋있는 드라이브를 하거나,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일 등은 할 수 없지만, 청소년 나름대로의 멋진 이성교제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현상에 대해 어른들은 대부분 반기지 않는다. “공부할 시간도 부족한데 무슨 연애질이냐”는 고리타분한 인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성교제를 하면 나쁜 길로 빠질 수도 있다는 염려나 공부를 소홀히 하게 된다는 걱정은 이제 붙들어 매도 될 것 같다.


교제 방식은 예전과 다를지 모르지만 생각은 훨씬 더 성숙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평소에 잘 놀다가도 시험기간이 되면 같이 독서실 가서 공부하고 시험점수가 내려가면 위로해준다. 또 건전하게 이성교제를 하겠다는 약속으로 양쪽 부모님께 먼저 인사를 드리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시절 이성교제로 좋은 추억거리들을 만들고, 설레는 사랑도 해보고, 아픈 이별도 해보면서 한층 더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라고 보면 청소년들의 이성교제는 한번쯤 있어도 될 일이 아닌가 싶다.

안신재/서울 세화여중 2학년 dkstlswo03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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