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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사설 속으로] 한겨레·중앙일보, ‘문재인 정부의 경제 진단’ 사설 비교해보기

등록 2018-05-28 20:31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강서구 마곡 연구개발(R&D)단지에서 열린 혁신성장 보고대회에서 성과 보고와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강서구 마곡 연구개발(R&D)단지에서 열린 혁신성장 보고대회에서 성과 보고와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한겨레 사설] ‘경기 둔화’ 진단 흘려듣지 말고 미리 대비해야

지금의 경기 국면에 대한 판단을 놓고 논쟁이 일고 있다. 경기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는지, 아니면 여전히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는지를 두고 정부 안에서조차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14일 페이스북에서 “여러 지표로 봐 경기가 침체 국면의 초입 단계에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대통령 자문기구로 문재인 대통령이 의장을 맡고 있다. 김 부의장은 지난해 5월 임명됐다. 그러나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17일 경제관계장관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경제계 원로로서 좋은 의미 있는 말씀을 주셨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의 경제 상황을 최근 통계를 갖고 특히 3, 4월 통계를 갖고 판단하기엔 성급한 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전체적으로 볼 때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엘지(LG)경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 등 민간 경제연구기관들은 경기 침체까지는 아니지만 회복세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한다. 경기가 급격히 꺾이고 있지는 않지만 성장세가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제대로 된 경제정책을 펴려면 경기 진단이 정확해야 한다. 경기 상황에 따라 대응해야 할 경제정책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경기 지표들을 보면 여러 흐름이 혼재돼 있어 어느 한 방향으로 단정 짓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수출이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고 소비도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광공업 생산과 설비투자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특히 고용 사정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지표보다 훨씬 나쁘다. 취업자 수 증가가 2월부터 석달 연속 10만명대로 부진한데, 세계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2010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정부가 경기 국면 판단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건 나름 이해가 간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듯이 정부가 불안감을 보이면 경제주체들의 심리는 그 이상으로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긍정적 측면 위주로 상황을 낙관적으로만 본다면 이 또한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미리미리 대비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정책 집행의 때를 놓쳐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중앙일보 사설] 대통령의 진단과 처방은 맞는데 혁신성장 왜 안 될까

정부가 어제 ‘혁신성장 보고 대회’에서 미래 차와 드론 등 8대 핵심 선도사업을 통해 2022년까지 일자리 30만 개를 만들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제시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런 내용을 보고하면서 지난 1년간의 성과로 올해 1분기 신설 법인 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코스닥지수는 32.2% 올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이 이런 성과에 얼마나 공감할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혁신성장의 가시적인 성과는 아직 부족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속도” “경쟁국들은 뛰어가고 있는데 우리는 걸어가고 있는 느낌” 같은 문 대통령 발언이 국민 눈높이에 맞다. 문 대통령은 “혁신성장의 걸림돌이 되는 규제 혁신”을 강조하며 속도감 있는 규제 혁신도 주문했다.

혁신이 더디다는 대통령의 진단도 맞고, 혁신의 걸림돌인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대통령의 처방도 맞다. 그런데도 혁신성장은 왜 변죽만 울린다는 평가가 나오는지 정부는 고민해야 한다. 지역 단위로 규제를 없애겠다고 2015년 발표한 규제프리존법은 대기업 특혜라는 여당의 반대로 국회를 넘지 못했다. “대기업도 혁신성장의 중요한 축”이라는 김동연 부총리의 독려도 소용없었다. 이 와중에 여당은 6·13 지방선거 5대 핵심 공약에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다시 끼워넣었다. 지지부진한 정책을 공약으로 재탕한 것이다.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소득 주도 성장은 슘페터식 경제정책과 같이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슘페터식 경제정책은 기업가가 부단히 혁신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기업가가 토지·노동·자본 등 생산요소를 새로운 방식으로 자유롭게 결합해 창조적 파괴를 활발하게 할 수 있는 기업 환경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적폐청산’이란 이름 아래 조리돌림당하며 기죽어 있는 기업들을 보면 기술의 창조적 파괴는커녕 우리 경제 생태계가 창조적으로 파괴되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논리 대 논리]

한겨레 “긍정적인 쪽으로만 상황 낙관은 위험”…중앙 “혁신성장 변죽만 울린다 평가 왜 나올까”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통계청 3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광공업이 뒷걸음치면서 전체 산업생산은 2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한국경기선행지수도 3개월 연속으로 기준선인 100 이하로 떨어져 경기 하강 신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지난 17일 ‘혁신성장 보고대회’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올해 1분기 신설 법인 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코스닥지수는 32.2% 올랐다”며 “전체적으로 볼 때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러한 상반된 경제 지표들과 정부의 해석에 대해 한겨레와 중앙은 모두 비판적이다. 한겨레는 “정부가 긍정적 측면 위주로 상황을 낙관적으로만 본다면 이 또한 위험한 일”이라며 경각심을 가지라고 당부한다. 중앙 또한 “국민이 이런 성과에 얼마나 공감할지는 의문”이라며 “혁신성장의 가시적인 성과는 아직 부족하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오히려) 국민 눈높이에 맞다”고 주장한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하지만 경기 지표에 대한 처방에 대해서는 두 사설의 입장이 날카롭게 갈린다. 한겨레는 “지금의 경제 상황을 최근 통계를 갖고 특히 3, 4월 통계를 갖고 판단하기엔 성급한 면이 있다”는 경제부총리 발언을 소개한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앞세운다. 최저임금 인상 등을 통해 국민들의 소득이 늘어나면 소비가 활성화되어 경제도 살아난다는 논리다. 소득주도성장은 성격상 단기간에 경제 지표들이 상승 곡선을 그리기 힘들다. 한훈 기획재정부 혁신성장정책관도 “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는 두 단계를 거친다. 창업할 단계에는 일자리가 많이 생기지 않지만, 창업기 이후에는 일거리가 늘어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한겨레는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듯이 정부가 불안감을 보이면 경제주체들의 심리는 그 이상으로 위축될 수 있”기에, “정부가 경기 국면 판단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건 나름 이해가 간다”고 평가한다. 소득주도성장의 가시적인 성과가 단기간에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측면에서는 설득력 있는 해석이다.

반면, 중앙은 “혁신이 더디다는 대통령의 진단도 맞고, 혁신의 걸림돌인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대통령의 처방도 맞다. 그런데도 혁신성장은 왜 변죽만 울린다는 평가가 나오는지 정부는 고민해야 한다”며 정부의 정책 방향을 꼬집는다. 중앙은 “대기업도 혁신성장의 중요한 축”이라는 부총리의 ‘독려’를 강조하며, “소득 주도 성장은 슘페터식 경제정책과 같이 가야 한다”는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말도 소개한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지난해 정부는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소득주도성장을 위해 올해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취업자 수 증가는 3개월 연속 10만명대로 줄어들었다. 최저임금 인상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도소매업과 음식점 및 숙박업의 4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8만8000명이나 감소했다. 6개월 동안 사라진 일자리 수도 44만7000개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지표들을 보면, 중앙이 왜 ‘규제개혁’을 앞세우며 “기업가가 토지·노동·자본 등 생산요소를 새로운 방식으로 자유롭게 결합해 창조적 파괴를 활발하게 할 수 있는 기업 환경을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주장하는지가 분명하게 다가온다. 정부의 예산 투입과 개입만으로 경제를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굵직한 투자를 이끌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민간 분야다. 그 가운데서도 대기업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이 점에서 중앙은 정통 자유시장주의자의 입장에 가깝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소득주도성장, 일자리 중심,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이라는 4개의 핵심 키워드를 앞세운다. 이 가운데,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은 충돌하기 쉬운 개념이다. 소득주도성장 측면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등을 위해 정부의 강력한 시장 개입이 필요하다. 반면,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고 규제를 혁파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중앙과 한겨레는 서로 맞서는 두 개의 정책 방향을 각각 대변하는 듯 보인다.

이번 주에는 경기 흐름을 진단하는 여러 경제 지표가 발표된다. 한국은행은 1분기 경제성장률 잠정치를, 통계청은 4월 산업활동동향을 발표한다. 이 결과에 따라 정부 경제정책의 방향이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의 현명한 판단과 대처를 기대한다.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추천 도서]

야성적 충동

조지 애커로프, 로버트 쉴러 지음, 김태훈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2009년

‘야성적 충동’이란 경제학자 존 케인스가 <고용,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 이론>(1936년)에서 처음 쓴 말이다. 경제는 수치로만 굴러가지 않는다. 심리적인 요인도 경기 변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1930년대에 경제공황이 극심했던 데는 경제주체들의 비관과 낙담이 큰 역할을 했다. 반면 자신감과 낙관적인 전망은 경기 지표를 한껏 끌어올린다.


혁신의 예언자

토머스 매크로 지음, 김형근·전석헌 옮김, 글항아리 펴냄, 2012년

‘우리가 경제학자 슘페터에게 오해하고 있었던 모든 것’이라는 부제가 달린 <혁신의 예언자>에서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가 기업가정신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안정된 자본주의라는 말은 매우 모순적인 용어”다. ‘기업가적 이윤’이야말로 혁신을 위한 가장 중요한 동기이기에 기업가들은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한다. 혁신은 “파산, 병합, 적응”을 포함한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그러나 이를 통해 자본주의는 최대의 성과를 거두곤 한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혁신성장 보고대회와 일자리 창출

지난 17일,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2018년 대한민국 혁신성장 보고대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서 정부는 ‘초연결 지능화’, ‘스마트공장’, ‘스마트팜’, ‘핀테크’, ‘에너지 신산업’, ‘스마트시티’, ‘드론’, ‘미래 자동차’ 등 8대 선도사업의 추진 성과를 발표하며, 관련 분야에 대한 세부적인 규제 개선 성과도 제시했다.

정부는 8대 선도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창업 지원을 통해 2022년까지 일자리 30만개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또한 신산업 발전과 새로운 서비스 창출을 어렵게 하는 20~30개 대표규제를 혁신하고 사회적 공론화 플랫폼을 마련하여 관련된 이해관계들을 조정해나갈 계획이다. 나아가, 실업급여 등 사회안전망을 강화한 뒤 탄력근무나 고용형태 다양화를 통해 노동의 유연성을 확대하는 방향의 구조개선도 추진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정부의 혁신성장은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행사에서 “경쟁국들은 뛰어가고 있는데 우리는 걸어가고 있는 느낌”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속도”라고 당부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자리 창출이다. 문 대통령은 업무지시 1호로 국가일자리위원회를 만들고 청와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기도 했다. 그러나 야심차게 추진하는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이 민간 분야까지 이어지는지는 아직까지 분명치 않다.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소득주도성장만큼이나 규제 개혁과 시장의 활성화를 통한 경제 발전을 앞세우는 ‘혁신성장’이 주목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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