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강서구 마곡 연구개발(R&D)단지에서 열린 혁신성장 보고대회에서 성과 보고와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한겨레 사설] ‘경기 둔화’ 진단 흘려듣지 말고 미리 대비해야
지금의 경기 국면에 대한 판단을 놓고 논쟁이 일고 있다. 경기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는지, 아니면 여전히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는지를 두고 정부 안에서조차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14일 페이스북에서 “여러 지표로 봐 경기가 침체 국면의 초입 단계에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대통령 자문기구로 문재인 대통령이 의장을 맡고 있다. 김 부의장은 지난해 5월 임명됐다. 그러나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17일 경제관계장관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경제계 원로로서 좋은 의미 있는 말씀을 주셨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의 경제 상황을 최근 통계를 갖고 특히 3, 4월 통계를 갖고 판단하기엔 성급한 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전체적으로 볼 때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엘지(LG)경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 등 민간 경제연구기관들은 경기 침체까지는 아니지만 회복세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한다. 경기가 급격히 꺾이고 있지는 않지만 성장세가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제대로 된 경제정책을 펴려면 경기 진단이 정확해야 한다. 경기 상황에 따라 대응해야 할 경제정책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경기 지표들을 보면 여러 흐름이 혼재돼 있어 어느 한 방향으로 단정 짓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수출이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고 소비도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광공업 생산과 설비투자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특히 고용 사정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지표보다 훨씬 나쁘다. 취업자 수 증가가 2월부터 석달 연속 10만명대로 부진한데, 세계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2010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정부가 경기 국면 판단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건 나름 이해가 간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듯이 정부가 불안감을 보이면 경제주체들의 심리는 그 이상으로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긍정적 측면 위주로 상황을 낙관적으로만 본다면 이 또한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미리미리 대비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정책 집행의 때를 놓쳐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중앙일보 사설] 대통령의 진단과 처방은 맞는데 혁신성장 왜 안 될까
정부가 어제 ‘혁신성장 보고 대회’에서 미래 차와 드론 등 8대 핵심 선도사업을 통해 2022년까지 일자리 30만 개를 만들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제시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런 내용을 보고하면서 지난 1년간의 성과로 올해 1분기 신설 법인 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코스닥지수는 32.2% 올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이 이런 성과에 얼마나 공감할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혁신성장의 가시적인 성과는 아직 부족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속도” “경쟁국들은 뛰어가고 있는데 우리는 걸어가고 있는 느낌” 같은 문 대통령 발언이 국민 눈높이에 맞다. 문 대통령은 “혁신성장의 걸림돌이 되는 규제 혁신”을 강조하며 속도감 있는 규제 혁신도 주문했다.
혁신이 더디다는 대통령의 진단도 맞고, 혁신의 걸림돌인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대통령의 처방도 맞다. 그런데도 혁신성장은 왜 변죽만 울린다는 평가가 나오는지 정부는 고민해야 한다. 지역 단위로 규제를 없애겠다고 2015년 발표한 규제프리존법은 대기업 특혜라는 여당의 반대로 국회를 넘지 못했다. “대기업도 혁신성장의 중요한 축”이라는 김동연 부총리의 독려도 소용없었다. 이 와중에 여당은 6·13 지방선거 5대 핵심 공약에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다시 끼워넣었다. 지지부진한 정책을 공약으로 재탕한 것이다.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소득 주도 성장은 슘페터식 경제정책과 같이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슘페터식 경제정책은 기업가가 부단히 혁신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기업가가 토지·노동·자본 등 생산요소를 새로운 방식으로 자유롭게 결합해 창조적 파괴를 활발하게 할 수 있는 기업 환경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적폐청산’이란 이름 아래 조리돌림당하며 기죽어 있는 기업들을 보면 기술의 창조적 파괴는커녕 우리 경제 생태계가 창조적으로 파괴되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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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사설] 혁신성장 보고대회와 일자리 창출 지난 17일,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2018년 대한민국 혁신성장 보고대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서 정부는 ‘초연결 지능화’, ‘스마트공장’, ‘스마트팜’, ‘핀테크’, ‘에너지 신산업’, ‘스마트시티’, ‘드론’, ‘미래 자동차’ 등 8대 선도사업의 추진 성과를 발표하며, 관련 분야에 대한 세부적인 규제 개선 성과도 제시했다. 정부는 8대 선도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창업 지원을 통해 2022년까지 일자리 30만개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또한 신산업 발전과 새로운 서비스 창출을 어렵게 하는 20~30개 대표규제를 혁신하고 사회적 공론화 플랫폼을 마련하여 관련된 이해관계들을 조정해나갈 계획이다. 나아가, 실업급여 등 사회안전망을 강화한 뒤 탄력근무나 고용형태 다양화를 통해 노동의 유연성을 확대하는 방향의 구조개선도 추진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정부의 혁신성장은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행사에서 “경쟁국들은 뛰어가고 있는데 우리는 걸어가고 있는 느낌”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속도”라고 당부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자리 창출이다. 문 대통령은 업무지시 1호로 국가일자리위원회를 만들고 청와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기도 했다. 그러나 야심차게 추진하는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이 민간 분야까지 이어지는지는 아직까지 분명치 않다.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소득주도성장만큼이나 규제 개혁과 시장의 활성화를 통한 경제 발전을 앞세우는 ‘혁신성장’이 주목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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