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흑점 관측 등을 해볼 수 있다. 중미산천문대 제공
“아빠! 유튜브 ‘먹방’보다 여기가 더 재밌을 거 같아요!”
대전송강중학교 정상규 교사는 이번 주, 초등 5학년 딸 다은양과 함께 국립중앙과학관에 갈 계획이다. 친환경 미래차, 자율주행차 등을 다룬 ‘2030년 미래도시 특별전’에 방문해, 아이와 함께 ‘살아있는 공부’를 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정 교사는 “뉴스에 연일 4차 산업혁명, 무인자동차 등이 나오면서 아이도 과학 분야에 더욱 관심 갖기 시작했다”고 했다.
코딩·인공지능 관심 속…과학관 체험 인기
나들이를 계획하기 좋은 때가 오면서 아이들을 데리고 체험활동을 해보려는 부모들이 많다. 올해부터 공교육 현장에서 코딩교육이 의무화됨에 따라 코딩 및 드론, 로봇과 인공지능(AI) 등 소프트웨어 분야를 접할 수 있는 체험활동이 특히 인기다. 과학관은 이런 미래과학 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좋은 장소다.
인천 소양초등학교 전우성 교사는 “초·중등 시절 호기심을 바탕으로 한 관찰력을 키워주는 게 좋다”며 “보통 초등 고학년이 될수록 추상적인 개념이 등장하는 과학 교과를 어려워한다. 이 시기에 과학관 등을 찾아 ‘과학은 암기가 아니라 즐거운 것’이라는 걸 알려주면 상급 학교 진학 뒤에도 학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남준 국립과천과학관 과학교육과장은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 가운데 간결한 언어인 ‘파이선’을 쉽고 재미있게 배워보거나, 프로그래밍 기본 개념을 이해한 뒤 그림 그리고 게임을 만드는 체험이 인기가 많다”며 “‘파인만의 물리 이야기’, ‘창작코딩교실’ 등을 지속적으로 운영한다”고 했다. “학교 안에서 미처 다 하지 못했던 실험을 과학관에서 해보는 겁니다. 전시물을 직접 조작하거나 참여·관찰을 통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지요. 공교육 현장과 마찬가지로, 아이들 스스로 문제를 설정하고 직접 해답을 찾아가는 학생 참여형 체험활동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국립과천과학관은 유아부터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상설전시와 특별기획전 등을 진행한다. 이달 27일까지 열리는 수학특별전을 비롯해 ‘로봇특별전’, ‘발견의 시작 특별전’ 등도 계획 중이다.
학생들 시간·마음 여유 생긴 계절
과학관·천문대 다양한 프로그램 만나봐
누리집 보며 코스 탐색부터 해보고
해설 프로그램 신청, 전문 지식 쌓아
‘적어라’ ‘공부해라’ 부담 주지 말고
호기심 충족하며 즐기고 오도록 해야
‘알아야 알려준다’ 부모들도 수업 관심
천문대 체험활동을 통해 별에 대한 기본 영상교육부터 천체 관측
체험활동, 즐겁지 않으면 의미 없어
체험활동은 활동의 주체인 아이들이 즐거워해야 의미가 있다. 전문가들은 “부모세대가 그랬듯 ‘수첩 들고 받아 적기’ 식 활동은 부담이 되니 무리해서 쓰게 하는 등의 강요는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과학관 등을 이용할 때는 사전에 누리집을 통해 ‘온라인 답사’를 해보고 관람 코스를 아이와 직접 짜보는 것도 좋다. 국립과천과학관 남미현 주무관은 “과학관이라면 어둡고 지겨운 공간을 생각하기 쉬운데, 마치 여행 가기 전 이동 계획을 세우듯 방문 전 코스를 짜보면 흥미는 배가된다”고 했다. 누리집(www.sciencecenter.go.kr)에 올라온 ‘어린이탐구체험관-기초과학관-전통과학관-자연사관-첨단기술관-미래상상에스에프(SF)관-프론티어창작관’ 등 기본 관람 코스를 참고해 아이와 함께 우리만의 코스를 짜보면 된다.
거북선과 학익진 체험, 뱃전 만들기와 같은 다양한 전시물을 통해 생활 곳곳에 숨어 있는 전통 응용과학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야외전시관으로 곤충생태관이 있어 도심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자연 체험 기회도 줄 수 있다.
최근에는 전문 해설사 프로그램을 신청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해설사 프로그램은 학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만족도가 높다. ‘과학해설사’(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로 일하는 강혜은씨는 “아이들은 ‘얼음이 녹으면 왜 물이 될까?’ 등 부모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궁금해한다. 이때 융해와 액화, 승화 등 자칫 어려울 수 있는 과학용어를 생활 사례 등을 통해 설명해주고, 과학 원리를 이해하는 쪽으로 지도하면 교육 효과가 더욱 좋다”고 했다. “청소년 개인과정, 패밀리 창작교실, 방학특별과정, 학부모 과학 아카데미, 과학직업캠프, 이공계창의과학캠프 등 교육 프로그램이 알찹니다. 요즘에는 학부모들도 ‘알아야 알려준다’며 성인 대상 교육을 많이 듣습니다. 누리집을 통해 과학관 도슨트 주제 해설, 테마 해설, 영어 해설 등을 예약할 수 있습니다.”
자연사박물관 화석 탐구, 갯벌 탐사 등도 해봐
사람에게 ‘역사’가 있다면 자연에는 ‘자연사’가 있다. 서울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공공기관이 직접 계획·설립한 자연사박물관이다. 지구환경관, 생명진화관, 인간과 자연관 등 전시실을 통해 ‘암석은 어떻게 구분하나요’, ‘바다는 기름을 싫어해요’ 등 체험교육을 진행한다. 생물의 적응(지구에서 살아남기), 바다로 돌아간 포유류, 공룡학자와 함께하는 ‘공룡의 재발견’ 기획전시도 반응이 좋았다.
자연사박물관은 화석탐구, 갯벌 생물탐사교실 반응이 좋아 관련 체험교실 프로그램을 이어가고 있다. 오는 26일에는 국립수목원을 탐방하는 ‘숲의 향기를 찾아서’를 진행할 예정이다. 곤충과 새 등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고 있는 숲의 모습을 통해 자연의 신비로움을 체험할 수 있다. 허브를 이용한 향기 주머니, 미세먼지 천연 스프레이, 집중력 향수 만들기 등도 진행한다.
청소년과 성인 대상으로 대중강연도 지속적으로 열고 있어 누리집(namu.sdm.go.kr)을 확인해보면 좋다. 오는 24일에는 ‘실험실에서의 젠더 혁신’ 등 최근 흐름에 맞는 대중강연이 예정돼 있다.
도시에서 보기 힘든 ’별’ 관측 체험 캠프도
체험교육으로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별을 보러 가는 것도 추천한다. 경기도 양평군에 있는 중미산천문대(이하 천문대)에서는 가족 별빛 이벤트 등을 진행한다. 별에 대한 기본 천문 영상교육부터 천체 관측, 태양 안경 만들기, 태양 흑점 관측 등을 해볼 수 있다. 천문대에서 교육기획·진행을 담당하는 김동현 팀장은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에 대한 관심이 최근 더 높아지면서 별과 우주, 물리학에 대한 체험 활동 문의가 많다”고 했다. 천문대 체험은 캠프 형식으로 진행한다. 이렇게 캠프 방식으로 진행하는 경우 교육청 등 기관의 활동 인증을 받았는지, 안전 관련 교육 및 대비가 잘돼 있는지 등도 반드시 확인하는 게 좋다.
미술관에서도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는 ‘떠나요! 조각공원 탐험’, 엉성한학교 등을 진행한다. 어린이 도예교실(남서울), 보호자 동반 상시 체험 프로그램, 초중등 및 특수학급 어린이 대상으로 하는 체험교실(북서울)도 열려 있다. 체험교실 등은 누리집(sema.seoul.go.kr)에서 사전 신청을 받고 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우리 가족만의 ‘셀프 활동지’ 만들어봐
체험 뒤 활동지 만들기
“수첩에 얼른 적어. 유명하고, 중요한 거야.”
부모세대가 어린 시절 박물관, 과학관, 미술관에 갔을 때 가장 많이 들어본 말이다. 박물관에서는 유물이 출토된 시기를, 미술관에서는 화가의 대표작 이름을, 과학관에서는 각종 개념 정리를 수첩에 빼곡히 적어 오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한데 이런 경우 체험활동의 의미는 사라지기 쉽다. 이것저것 ‘시험에 나올 것들’을 적느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귀로 듣는 과정이 빠지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체험활동을 점점 숙제처럼 여길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과학관, 박물관 등 체험활동 공간에서 활동지를 제공해 이해를 돕는다. 하효정 고양어린이박물관 학예사는 “체험활동을 하러 오면, 전시물을 놀이하듯 즐기는 게 우선이다. 집에 돌아가 사후 활동지 등을 누리집에서 내려받아 부모와 아이가 함께 정리하고 추억하며 자연스레 학습이 될 수 있도록 돕는 게 좋다”고 했다. “사전에 웹에서 각종 자료들을 쓱 살펴보고 오는 것도 좋습니다. 누리집을 살펴보면 전시 내용 전반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박물관에서 아이들이 더욱 호기심 갖고 참여하게 되고, 관람 시간도 아낄 수 있죠.”
만들어진 활동지를 내려받아 쓰는 것도 좋지만, 체험활동 특성에 맞춰 새로운 유형 활동지를 직접 만들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역사박물관에 다녀온 뒤에는 인상 깊은 위인을 꼽아본 뒤, 해당 인물에 대한 가상 인터뷰를 진행해보며 도화지에 기사를 써보는 식이다. ‘타임머신이 있다면 어느 시대에 살아보고 싶은가?’ 등 질문을 던지고 그 시대의 문화와 유적 등을 다시 살피고 그려보며 아이만의 ‘도록’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다.
가족회의를 통해 ‘우리 가족의 개성이 담긴 체험 활동지’를 만들어 과학관, 박물관, 미술관 등에 다녀온 뒤 다 같이 둘러앉아 빈칸을 채워보는 방식도 좋다. 부모와 아이가 각자 좋았던 점, 더 알아보고 싶은 주제 등 질문을 꼽아보고 서로에게 묻고 답하며 자유 형식의 활동지를 제작해보는 것이다. 부모세대가 우표를 수집했듯, 관람권을 날짜, 소감 한 줄과 함께 스크랩해두면 연말에 소중한 추억이 된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도움말: 고양어린이박물관 하효정 학예사, 인천소양초등학교 전우성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