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안고 학생들이 엘에스피 프로그램을 통해 관심 영역을 주제로 보드게임을 하며 의견을 나누는 모습. 곽충훈 교사 제공
안녕하세요. 안산 경안고에서 학생들의 미래역량 계발을 위해 엘에스피(LSP, Life Scale Planning)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곽충훈입니다.
지난 8회 동안 이어진 최원 선생님 원고를 통해 엘에스피가 어떻게 만들어졌나 궁금하다는 문의가 많이 오고 있습니다. 이번 원고부터는 제가 고교 플래닝에 대한 정보를 드리고자 합니다.
엘에스피는 진로, 플래닝, 독서, 기업가 정신 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의 자기경영 역량을 신장시켜 미래인재로 자랄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입니다.
저는 고등학생 때 멘토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삶이 크게 성장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 경험으로 ‘학생들의 진정한 성장’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습니다. 교직 생활을 하면서 우연히 참가한 콘퍼런스에서 학생 성장의 도구로 ‘플래닝’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플래닝을 배우고 학교에 적용하기 시작했죠.
2010년 1학년 5반에 적용한 플래닝 교육은 당시 학교에서 반향이 매우 컸습니다. 학생들이 많이 성장하고 성적도 많이 올랐죠. 이를 계기로 전 학교 차원에서 엘에스피 플래닝 교육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초기에는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관리했지만 여전히 삶의 방향을 잡지 못해 고민하는 게 보였습니다. 플래닝 교육을 통해 삶을 관리하는 것과 더불어 진로교육을 통해 삶의 방향을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저와 최 선생님은 진로교육을 배워 학생들에게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진로교육이 더해지자 많은 학생들이 삶의 방향을 잡고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좀 더 관찰하니 자기 삶에서 변화는 있지만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문제점에 관심을 갖고 이를 해결하려는 태도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엘에스피 운영진은 모여서 ‘교육이란 무엇인가?’ 특히 ‘공교육의 역할은 무엇인지?’를 놓고 고민했습니다. 오랜 회의 끝에 내린 결론은 ‘교육이란 학생들 자신에게 주어진 가능성을 바탕으로 미래사회에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공교육은 ‘현실에 기반을 두고 미래역량’을 키워주는 곳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내건 구호는 “공교육 영역에서 3.5차원의 상상력을 발휘하자” 였습니다. 3차원 현실에 기반해 4차원 미래를 준비한다는 의미입니다.
그 뒤 기존 ‘플래닝+진로교육’에 기업가 정신 교육, 3D 프린터 교육 등 미래교육 콘텐츠를 결합한 엘에스피 토요학교를 시작했습니다. 기업가 정신 교육을 진행하며 많은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포착하고 해결해나가는 분위기가 형성됐습니다. 공동체 의식, 협업력이 길러지는 것도 봤습니다.
학생들이 자기 경험 수준에서 아이디어를 내다보니, 깊이가 부족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생각의 수준을 높여주고 경험을 뛰어넘는 아이디어를 내게 할지 고민하다가, ‘독서교육’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고, ‘경안나비’라는 독서모임을 시작했습니다. 2016년 2학기부터 운영을 하고 있는데, 매주 금요일 아침 7시부터 진행하는 모임에 120명이 넘는 학생이 모일 정도로 반향이 뜨겁습니다.
저희 운영진은 엘에스피 프로그램을 ‘청소년 자기경영 분야’로 정의 내리기로 했습니다. <성과를 지배하는 바인더의 힘>을 보면 “목표관리, 시간관리, 지식관리, 기록관리, 업무관리, 독서경영을 통해 자기의 삶을 경영하는 것이 성과를 내는 가장 근본적이고 확실한 방법”이라고 설명합니다. 엘에스피는 진로, 플래닝, 독서, 기업가 정신 교육 및 멘토링 문화를 통해 청소년들이 자기를 경영할 수 있는 법을 체화시켜주고 있습니다.
엘에스피에 대한 궁금증이 조금은 풀리셨나요? 다음에는 독서, 진로, 기업가 정신 교육이 각각 어떻게 진행됐는지 구체적으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곽충훈(안산 경안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