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옛이야기 박물관’이란 주제의 프로젝트 수업을 하면서 공주교대부설초등학교 3학년 1반 신예찬군이 작성한 조사 보고서.
한양에 있던 인조가 ‘이괄의 난’을 피하기 위하여 공주로 내려온다. 그때 인조는 춥고 배고픈 상태였다. 한 민가에서 이름 모를 떡을 인조에게 진상했다. 인조는 너무 맛있어서 그 떡을 다 먹었다. 인조는 그것을 내 온 신하에게 물었다. 그 떡의 이름은 무엇인가?
신하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이 떡의 이름은 모릅니다만 진상한 사람의 성씨는 임가이옵니다.” 이 떡의 이름은 인조가 맛있어해서 ‘절미’(絶味), 임씨네가 진상하여서 ‘임절미’가 되었다.
대부분 잘 모르는 인절미의 유래다. 지난 4월30일 공주교대부설초등학교 3학년 1반 교실에서 진행된 ‘새 교과서 활용 학생 참여 중심 수업’ 때 ‘2모둠’ 아이들이 조사해 소개한 내용이다. 2번 모둠은 김다현·정은서·백인준·신예찬 학생으로 이뤄져 있다.
“어떻게 인절미의 유래를 알게 됐지?”라고 묻자 김다현양이 “우리들이 공산성(백제시대 도읍지인 공주를 방어하기 위해 축성한 산성으로 학교에서 3㎞ 정도 떨어져 있다)에 직접 가서 안내 책자 등을 보고 조사했어요”라고 대답했다. 신예찬군은 “4월21일 갔는데 조사 시간은 1시간30분 정도 걸렸어요”라고 덧붙였다.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새 교과서가 올해 3~4학년까지 확대 적용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학생 참여형 수업’을 강조한다. 이날 수업 참관은 실제 학교 현장에서 수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보여주자는 뜻에서 교육부가 마련했다. 김상곤 교육부총리와 신익현 충남교육청 부교육감, 교육 담당 기자 30여명이 참석했다.
새 교과서 사회 과목 3학년 1학기 사회 2.1단원 주제는 ‘우리 고장의 옛이야기’다. 담임 이혜원 교사는 이 단원을 ‘공주의 옛이야기 박물관’이란 주제의 프로젝트 수업으로 구성했다.
‘고장의 옛이야기가 중요한 까닭은 무엇일까?’(1차시), ‘옛이야기 속 우리 고장의 모습은 무엇이 있을까?’(2~3차시), ‘우리 고장의 옛이야기에는 무엇이 있을까’(4차시), ‘옛이야기 조사 보고서 작성하기’(5차시), ‘옛이야기를 어떻게 소개할까?’(6차시), ‘공주 옛이야기 박물관에서 옛이야기를 다양한 방법으로 발표하기’(7차시) 등이다.
이혜원 교사는 “첫 수업에서 공주의 지명 가운데 많이 사용하는 게 뭐가 있나 조사하게 했다. 아이들은 곰나루·고마·백제·웅진·금강 등을 찾았다”며 “그다음 왜 이런 말을 많이 쓰나 토론했고, 모둠별로 공주에 얽힌 옛이야기를 조사했다”고 소개했다.
6개 모둠이 ‘인조와 인절미’, ‘반죽동’, ‘일락산’, ‘황새바위’, ‘국고개’, ‘고마나루’ 등을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새 교과서로 어떻게 수업하나
4월30일 공주 한 초등학교서
김 교육부총리 등 수업 참관
조사·토론·보고서 정리…활동 위주
책 읽고 등장인물 역할극 하며
작가 의도 등 살펴보는 시간도
지난 4월30일 공주교대부설초등학교 3학년 1반에서 ‘공주 옛이야기 박물관’이란 주제로 프로젝트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 “인조와 인절미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4월30일은 6차시 수업이었는데 교실 뒤쪽에는 5차시에 학생들이 작성한 조사보고서가 전시돼 있었다. 유지원양의 조사보고서에는 일락산(日落山)과 마애지장보살을 4월18일과 23일 조사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사진 찍기, (인터넷)검색하기, 산 올라가기, 메모하기, 동영상 찍기, 어른들에게 여쭤보기 등의 조사 방법을 사용했다. 공주시청을 찾아가 문의까지 했던 유양은 “왜 일락산인지 이제 알게 됐다(이 산으로 해가 지기 때문)”며 “마애불을 왜 만들었는지 더 알고 싶다”고 적었다.
“자 여러분들이 조사한 옛이야기를 소개하는 방법에 뭐가 있을까?”(이혜원 교사)
“어린이 문화해설사가 돼서 설명하는 방법이 있어요”, “노래 가사 바꿔 부르기도 있어요”, “인터뷰하기요”, “역할놀이를 해도 돼요” 등의 대답이 나왔다.
“자 이제 모둠별로 옛이야기를 소개하는 방법을 정해보세요.”(이혜원 교사)
아이들은 5분 정도 토론에 들어갔다. 모둠별로 역할놀이, 노래 가사 바꿔 부르기, 안내 책자 만들기, 구연동화 등으로 결정했다. 2번 모둠은 역할놀이를 하기로 했다.
“인조와 인절미 이야기를 역할놀이로 표현하려면 누구누구가 필요하지?”
“일단 인조가 있어야 하고, 떡을 바친 임씨, 그리고 신하가 필요해….”
이전의 수업방식이었다면 어떻게 진행됐을까?
교사가 공주에는 옛이야기가 얽힌 곳이 공산성·반죽동·일락산·고마나루 등이 있다는 것, 이 가운데 제일 중요한 건 인조와 인절미 이야기가 있는 공산성이라고 제시할 것이다. “자 밑줄 긋고 외워! 이괄의 난, 공산성, 인조….” 이리 말할 거고 아이들은 받아 적기만 했을 거다.
3학년 1반 수업을 본 뒤 4학년 2반으로 갔다. 새 초등학교 국어는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강조한다. 4학년 1학기 국어의 경우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어요’란 독서 단원이 있다.
주길준 담임교사도 이 단원을 프로젝트 수업으로 구성했다.
‘책 찾아보기’(1차시), ‘내용 짐작하기’와 ‘질문의 중요성 이해하고 질문 방법 알기’(3~4차시), ‘책 읽기’(5~8차시), ‘생각 나누기’(9차시), ‘표현하기’(10~11차시) 등이다. 아이들이 읽은 책은 최은옥 작가의 <칠판에 딱 붙은 아이들>. 박기웅·박동훈·박민수라는 세 아이가 교실 청소를 하다가 갑자기 칠판에 손이 딱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으면서 벌어지는 사건이 배경이다.
주 교사는 “원래 새 교과서와 교육과정에 따르면 책 자체도 아이들 스스로 선택해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학생 참여형 수업 경험이 적다. 아이들이 읽고 싶은 책만 고르거나, 학습 만화책을 선택하기도 한다”며 “프로젝트 수업 경험이 쌓이면 스스로 책을 선택할 수 있겠지만, 아직은 미숙하다. 내용도 괜찮고 흥미도 이끌어낼 수 있는 책으로 내가 골랐다”고 설명했다.
공주교대부설초등학교 3학년 1반 2모둠 아이들이 ‘인조와 인절미’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방법을 놓고 토론을 하고 있다.
■ 김상곤 교육부총리 ‘민수 아빠’로 변신
이날 수업은 9차시였는데 특히 눈길을 끈 게 ‘인물에 대한 생각 나누기’였다. 학생들이 교실 앞에 나와 기웅이 엄마, 민수 아빠, 동훈이 엄마 등 책의 주요 인물이 돼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식. 단지 책을 읽고 끝나는 게 아니라 등장인물의 행동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의도 등을 심도 있게 알아보기 위한 과정이다.
김상곤 부총리도 직접 ‘인물에 대한 생각 나누기’에 참여해 ‘민수 아빠’가 됐다. <칠판에 딱 붙은 아이들>에서 민수는 합창을 하고 싶은데 씨름부에 들어가라는 아빠의 강요를 받는다.
“왜 민수 아빠는 민수에게 씨름을 하라고 했나요?” 한 학생의 질문에 민수 아빠로 변신한 김 부총리는 “내가 씨름 선수이기도 했고, 민수도 강하고 건강한 아이로 크라고 그랬어요”라고 답했다.
20년 전만 해도 학교에서 참관 수업을 하면 시나리오를 짰다. 미리 역할 분담하고, 어떤 내용으로 말할지 정해놓고 여러 번 예행연습을 했다. “혹시 오늘 수업 예행연습 같은 것 했나요?”라고 가볍게 물었더니 두 담임교사는 웃음을 터뜨리며 “오늘 수업 봐서 알겠지만 아이들 질문, 답변 스스로 준비한 것”이라며 “그게 예행연습이나 시나리오 작성으로 가능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공주교대부설초등학교의 프로젝트 수업은 주도적·능동적 수업이 어떤 모습인지 보여줬다.
글·사진 김태경 <함께하는 교육> 기자
ktk7000@hanedui.com
지난 4월30일 공주교대부설초등학교 4학년 2반 독서 프로젝트 수업에서 김상곤 교육부총리가 책의 등장인물로 변신해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교과서 재구성’…교사 부담 늘지만 효과는 커요
학생 참여형 수업 어떤 의미 있나?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은 과정 중심 평가, 학생 참여형 수업, 문·이과 통합이다. 기존 평가는 시험을 봐서 몇 개 맞았느냐를 따진다. 과정 중심 평가는 학생이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잘 갈 수 있도록 학습을 준비시키고 교사가 피드백을 해주도록 한다. 그동안 평가가 분류·선별하는 것이었다면, 과정 중심 평가는 태도와 가치, 인성 등을 포함해 수업이 성장을 위한 도구가 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은 교사가 전달한 내용을 받아 적고 암기하는 게 아니라 주도적으로 수업에 참가하고 탐구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수업을 보면서 아이들의 질문 깊이가 상당하다는 데 놀랐다. 앞으로 나도 아이에게 책만 읽으라고 할 게 아니라, 읽고 난 뒤 무엇을 느꼈는지, 어떤 부분이 인상적이었는지 아이랑 같이 책을 읽고 얘기해보려고 한다.”
이날 수업을 참관한 공주교대부설초등학교 학부모 김은진씨는 이렇게 말했다. 1980년대 중후반에 초등학교를 다닌 김씨는 “그때는 선생님이 그냥 책 내용 요약해주고 질문을 해도 답이 뻔한 폐쇄적인 질문을 하셨던 것 같다”며 “오늘 수업을 보니 ‘너희는 어떻게 생각하니’ 등 개방형 질문을 하셨고, 아이들은 다양한 타인의 생각을 접하면서 배우는 게 많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혜승 교수(경인교대 국어과)는 “오늘 수업은 교사가 일방적으로 ‘이 작품은 이렇다’, ‘주제는 이거다’ 식이 아닌, 학생들이 서로 질문하고 대답하면서 스스로 학습을 해나가는 방식이었다”며 “이런 학생 참여형 수업은 요즘 교육이론에서 많이 강조된다. 요즘 교대생들도 대학에서 협력학습을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이혜원 공주교대부설초등학교 교사는 “학생 참여형 수업의 장점은 아이들이 정답을 얘기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어졌다는 것”이라며 “자기 의견도 중요하지만 친구들 의견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의사소통 능력이 향상되고, 서로 의견이 다를 경우에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도 생각해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생 참여형 수업을 하면 지식이 아이들 스스로의 것이 된다”며 “지식을 암기하는 시대는 지났다. 정보 자체가 빨리 변하기 때문에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주길준 교사는 “학생 참여형 수업의 장점은 무엇보다 아이들의 흥미도, 몰입도, 참여도가 아주 높아진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교과서를 재구성해야 하므로 교사들의 부담이 크다. 사실 교과서 그대로 가르치는 게 교사 입장에서는 편하다”고 했다. 그는 “교과서를 재구성하다 보면 ‘이렇게 가르쳐도 될까?’ 하는 불안감이 들 때도 있다. 그래서 교사학습공동체가 중요하다”며 “교사학습공동체 등을 통해서 수업 방식도 공유하고 전문성도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혜승 교수는 “초중등에서는 학생 참여형 수업이 어느 정도 구현되는데 대입을 코앞에 둔 고등학교에 가서 막힌다”며 “그러나 대입제도 개편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태경 <함께하는 교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