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6일 오후 댓글조작 혐의로 구속된 김아무개(필명 드루킹)씨가 공동대표로 있는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출판사에 취재진과 관계자의 모습이 보인다. 파주/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권희정(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한겨레 사설] 조작 부추기는 포털의 ‘댓글 운용방식’ 손봐야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은 기본적으로 포털 기사에 붙는 댓글의 영향력이 커진데다 현실적으로 댓글 조작이 가능한 데서 비롯됐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댓글은 기사 못지않게 많이 읽힌다. 제목만 보고 기사는 읽지 않은 채 바로 댓글창으로 이동하는 누리꾼들도 적지 않다. 그만큼 상단에 노출된 댓글은 여론 형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댓글 조작 세력들이 노리는 바다.
네이버와 다음 등은 ‘1일 댓글 작성 개수 제한’ 등 시스템 개선을 통해 댓글 조작 가능성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적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포털이 새로운 차단 장치를 도입하면 이를 뚫어버리는 새로운 기법이 바로 등장한다. 매크로 프로그램과 불법으로 수집된 아이피(IP)를 동원한 드루킹 댓글 조작 일당의 수법에 네이버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포털들은 기술적 대응에 앞서 댓글 운용방식의 투명성과 책임성부터 강화해야 한다. 먼저 지금과 같은 ‘손님 끌기식’ 댓글 운용방식을 손봐야 한다. 현재 네이버는 ‘순공감순’이나 ‘공감비율순’으로, 다음은 ‘추천순’으로 댓글을 보여주고 있다. 인기 순위별 노출 방식이다. 누리꾼들의 호기심을 최대한 자극해 오래 머물도록 하려는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나, 댓글 조작의 부작용을 낳는다. 댓글 조작 세력에게 좋은 먹잇감이 되기 때문이다. 손님 끌기식 댓글 운용방식은 폐기하는 게 마땅하다.
지나친 익명성 보장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는 실명제 도입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댓글 작성자 등급제 도입 등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의 철저한 진상 규명과는 별개로, 네이버와 다음은 오염된 댓글 문화를 개선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포털로 뉴스를 보는 이용자가 전체의 77%에 이른다. 영향력이 큰 만큼 책임감을 무겁게 느껴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숨기고 덮고 감싸고…드루킹 게이트 부실 수사
이른바 ‘드루킹 게이트’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민주주의를 뿌리째 흔드는 이런 중대한 사건을 처리하는 경찰과 검찰엔 진실을 파헤치고 법에 따라 엄단하겠다는 의지를 찾기 어렵다. 소극적 수사와 정권 실세 눈치 보기 등이 곳곳에서 목격된다. 범인들을 긴급 체포한 뒤에도 쉬쉬하며 보름 넘게 숨기려던 경찰, 이런 경찰의 부실·축소 수사에 대해 지휘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은 검찰 모두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다.
수사 초기 범죄 현장 폐쇄회로TV(CCTV)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않았던 경찰이 어제서야 뒤늦게 사건 관련자 계좌 추적에 나섰다. 출판사가 책은 한 권도 내지 않은 채 대형 사무실을 임대하고, 수백 대의 휴대전화를 동원하는 등 거액의 비용이 들었을 게 분명한데, 늑장이란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더구나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민주당 권리당원 김모(49·필명 드루킹)씨의 범행은 이미 오래전에 당국에 포착됐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선 직전인 지난해 3월 23일 김씨가 불법 선거운동을 한다는 제보를 받아 검찰에 2명을 수사 의뢰했다. 하지만 검찰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으니 “당시에도 봐주기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이 뒤늦게 언론 보도로 공개되기까지 경찰과 검찰은 ‘숨기고, 덮고, 감싸기’에 급급했다. 서울경찰청은 3월 21일 김씨 등을 긴급 체포하고 검찰에 송치했으나 지난 13일 이 사실이 보도되기까지 약 3주 동안 사실상 감췄다. 정권 실세라는 김경수 의원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이후에도 경찰의 감싸기는 여전했다.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은 “김 의원은 (텔레그램) 문자를 거의 읽어보지 않았다. (댓글 조작이) 불법이었는지도 알 수 없다”고 변호하듯 말했다.
여기에다 경찰은 아예 김 의원의 휴대전화는 수사도 하지 않았고, 검찰에 송치할 때도 김 의원 연루 부분을 명시하지 않았다. 이런 경찰이 어제 부랴부랴 수사인력을 5개 팀 30명으로 확대하고 자금출처와 배후를 캐겠다고 뒷북을 치고 있다.
어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오히려 우리가 (댓글 조작 사건의) 피해자”라며 “매크로(작동 반복 수행 프로그램)를 돌렸는지, 안 돌렸는지가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진짜 본질은 매크로를 돌렸느냐의 여부를 넘어 누가 댓글 조작을 통해 대선에 영향을 미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했느냐를 밝혀내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청와대 측 발언은 노골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검경의 후속 수사에 영향을 주는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다. 축소 수사와 꼬리 자르기나 다름없다.
검경도 국민적 의혹 사건을 이런 식으로 처리하면 곤란하다. 야당들의 “특검과 국정조사의 사유가 하나하나 쌓여 가고 있다”는 경고를 허투루 넘길 일이 아니다. 경찰이든, 검찰이든 의혹을 축소하고 은폐하면 나중에 특검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추천 도서]
[키워드로 보는 사설] 댓글과 언론 권력 댓글 조작과 댓글 참여는 다르다. 새로운 기술 문명은 새로운 문화와 더불어 새로운 불법도 가져다준다. 인터넷 기반 위에 뉴스가 생산되고 소비됨에 따라 언론 권력이 달라졌다. 한 연구에 의하면 현재까지 총 4단계의 변화를 거쳤다. 1단계는 신문, 방송사가 뉴스의 생산 주체이자 유통의 주체였다. 2단계는 케이블 티브이(TV) 등 새로운 미디어 등장으로 인한 다매체 다채널 시대다. 3단계는 초기 인터넷 뉴스 시대다. 종이신문과 인터넷 신문의 비중이 비슷해지고 포털을 중심으로 뉴스가 유통되기 시작했다. 4단계는 포털에 집중된 뉴스 유통의 영향력이 가장 커진 현재 단계다. 특히 포털 앱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앱을 통해 소비하는 뉴스가 피시(PC)나 종이신문을 압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뉴스의 포털 의존도와 포털의 뉴스 의존도가 모두 증가하고 있으며, 포털의 수익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포털이 불법 댓글조작에 늑장 대응을 한다고 비판하는 쪽에서는 바로 이 점을 주목한다. 한편, 독자들도 더는 예전의 수동적인 개인이 아니다. 민주주의 시대에 인터넷 환경에서 언론을 소비하는 독자들은 기사에 돈을 내기도 하고 적극적으로 댓글을 달며, 기사를 쓴 기자들의 성향까지 분석하곤 한다. 언론은 여전히 권력인데, 그 주체(시민)와 환경(포털 기반)에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 속에는 적극적 참여 시민도 있지만 드루킹 같은 불법 조작 세력도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댓글 조작 세력은 모든 정치인에게 접근할 것이다.
연재사설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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