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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무엇이 공격행동일까? 빈 종이에 적어보자

등록 2018-04-30 20:12수정 2018-04-30 20:28

곤죽이 되도록 맞는 것, 강간당하는 것. 그것만이 피해가 아님을 이제는 모두가 안다. 따돌림, 어떤 시선, 너무 가까이 다가오는 것, 벗은 몸의 특정 부위를 보여주는 것, 감정적으로 길들여서 통제하고 조종하는 것, 허락받지 않고 사진과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는 것, 싫다고 하는데 자꾸만 쫓아다니는 것. 공격행동 종류는 너무나 많아서 다 쓰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공격행동에 대한 지식을 갖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이거 그건가?’라고 알아채고 재빨리 자기방어 태세를 갖출 수 있다.

시간을 내어 무엇이 공격행동인지를 종이에 적어보면 좋겠다. 종이에 ‘공격행동 페이지’라 써본다. 한쪽에는 신체접촉이 있는 경우에 일어날 수 있는 공격행동을 적어 본다. 또 다른 한쪽에는 신체접촉이 없는 경우로 하나하나 써 내려가 본다. 종이 한가운데에 길게 선을 쫙 긋고 왼쪽 끄트머리는 가장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격으로, 오른쪽 끄트머리는 가장 친밀감이 낮은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격으로 정한 다음, 친밀감의 정도에 따라 공격행동이 어떻게 다른 양상인지를 나타내볼 수도 있다. 언어, 신체, 정서, 시각 등 공격행동 특성에 따라 늘어놓는 방법도 있다.

지하철이 텅텅 비어 있는데도 기어코 내 옆자리에 바짝 붙어 앉는 사람이 있다. 아직 나를 쳐다보지 않았고 만지지도 않았으며 말을 걸지도 않았다. 내 감정을 정확하게 알 수가 없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망설이는 시간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종이에 ‘너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라고 써둔 적이 있었다면 판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성큼 줄어든다. 곧장 어떤 대응을 할 것인지를 구상하게 되거나, 예의주시하면서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게 된다. 0.1초 만에 전광석화 같은 대응력이 나올 수도 있다. 적절한 방어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므로 정답은 없다.

친밀하지 않은 사람이 1.5m 이내로 들어왔다면 그 자체로 공격이라고 할 수 있을까? 붐비는 버스 안에서 낯선 승객이 10㎝ 이내에 서 있는 경우가 있다. 버스가 지나치게 붐빈다면 유쾌하지는 않지만 공격으로 여기지는 않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공간의 크기가 그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정해진 공간 안에서 사람들은 서로에게서 가장 멀어질 수 있게끔 자리를 잡는다. 똑같은 버스 안에서 똑같은 자리에 서 있던 사람들일지라도 많은 사람이 내린 뒤 별 이유 없이 기어코 내 옆에서 멀어지지 않는 10㎝는 공격의 거리다.

‘공격행동 페이지’를 친구들과 공유하면 어떨까?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또 공격행동이라 생각하지 않는 것에 관해 토론해 볼 수도 있다. 종이에 써보지 않았을지는 몰라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성희롱’이 폭력으로 규정되는 과정이 그랬고, 최근의 미투 운동이 그렇다. 하나씩 하나씩 이름을 붙이고 공격행동에 대한 지식을 쌓아온 역사가 있다. 정의로운 사람들은 이것을 함께 나누었고, 토론을 해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10대들이 친구들과 함께 이 작업을 하고 있다. 학교 밖으로 소리친 스쿨미투도 그렇게 가능했을 것이다.

문미정 여성주의 자기방어훈련 강사, <소녀,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라>(우리학교) 지은이(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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