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학생만 공부? 교과서 연구·수업 재구성, 교사도 ‘열공’

등록 2018-04-23 20:30수정 2018-04-23 20:39

[함께하는 교육] 교사들의 다양한 학습공동체
지난 14일 한국협동학습연구회 회원들이 사단법인 ‘함께교육' 창립 총회를 열고 있다.
지난 14일 한국협동학습연구회 회원들이 사단법인 ‘함께교육' 창립 총회를 열고 있다.
교사는 편한 직업? 세간의 인식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교사의 본분을 제대로 지키려는 ‘쌤’들에게 요즘은 편한 직업이 아니다. 끊임없이 수업 방식을 개발하고 아이들과의 소통을 고민해야 한다. 그들에게 교사는 ‘열일’ 해야 하는 직업이다. 그 현장을 <함께하는 교육>이 찾아가 봤다.

지난 14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부근 오피시아빌딩 11층 15호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연령대는 다양했지만 30~40대가 많아 보였다. 아이들 손을 잡고 온 사람도 있었다. 곧 20평 정도의 공간은 어른 60여명과 아이 10여명으로 가득 찼다.

지난 14일 한국협동학습연구회 회원들이 사단법인 ‘함께교육' 창립 총회를 열고 있다.
지난 14일 한국협동학습연구회 회원들이 사단법인 ‘함께교육' 창립 총회를 열고 있다.

■ “혼자의 한계, 여럿이 하면 넘어설 수 있어”

이날은 사단법인 ‘함께교육’ 창립 총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함께교육은 2000년 출범한 한국협동학습연구회가 만든 법인이다. 처음 몇몇 교사의 소모임으로 시작한 한국협동학습연구회는 현재 회비를 정기적으로 내는 회원 220명, 13개 지역 모임, 5개 교과 모임을 가진 단체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협동학습에 필요한 교구를 공급하는 ‘교육숲㈜’도 출범했다.

이규대 한국협동학습연구회 대표는 “우리 단체는 임의 단체여서 교사 대상 연수를 할 수 없다. 교육청 등에서 업무를 위탁받아 처리할 수 없다”며 “영리사업은 교육숲㈜이 하고, 협동학습 본연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함께교육을 창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용인 흥덕고등학교 영어교사로, 현재 휴직 중인 이 대표가 협동학습을 접하게 된 것은 지난 2003년. 처음 교사가 됐을 때 그는 강의식 수업을 했다. 한데 수업에 집중하는 아이들은 소수. 학생들이 주목하도록 재미있는 얘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농담을 외우기도 했다.

“이런 식의 수업은 1년을 못 간다. 마약과 비슷하다. 갈수록 더 센 이야기, 진실하지 못한 얘기를 한다. 아무리 20분 재미있게 얘기해도 본수업 시작하면 아이들은 존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던 가운데 협동학습을 알게 됐다.

“이전에는 학습자는 빈 그릇이고 거기에 지식을 쏟아부으면 된다고 봤다. 그러나 지금은 교사가 아이들이 스스로 지식을 구성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흥미와 욕구를 끌어내고, 아이들 혼자서 넘어설 수 없는 게 있으면 교사나 주변 사람들이 도움을 줘 성장하게 해줘야 한다. 혼자 하면 한계에 부닥치는데 여럿이 함께 하면 넘어설 수 있다.”

이 대표는 “협동학습을 해봤더니 아이들이 졸지 않았다”며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수업은 공허했는데 (협동학습을 한 뒤) 진도는 좀 더디 나가더라도 아이들의 성장 모습을 보니까 뿌듯했다”고 말했다.

천명임 교사(경기도 안산중)는 18년차 국어교사로 한국협동학습연구회 경기남부지역모임에서 활동 중이다. 한 달에 두 번씩 모임을 여는데 교과서 재구성, 수업 방법 등을 함께 연구하고 서로의 고민도 얘기한다.

천 교사는 “이전에 유능한 교사란 정확하게 설명하고 판서를 잘하는 선생님이었다. 그러나 잘 따라오는 아이들은 괜찮지만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있다”며 “모둠 활동을 잘 조직해 서로에게 질문하고 답하면서 스스로 판단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시인 정호승의 ‘봄길’을 배운다면, 일방적으로 주입하지 않고 모둠을 짜서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누구일까’를 주제로 서로 토론해보도록 하는 식이다.

방춘식 교사(서울 화랑초)는 서울북부지역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 달에 두 번 10여명의 교사들이 참여한다. 그는 “긍정적인 상호의존, 동등한 참여 등 협동학습의 4대 원리가 있다”며 “4대 원리가 현실에서 완벽하게 구현되는 건 아니지만 철학을 바탕에 깔면 결국 행동으로 나온다”고 밝혔다.

방 교사는 “모둠 활동을 하다 보면 ‘일벌레’(열심히 하는 아이)와 ‘무임승차자’(노는 아이)로 나뉘는데 안 하는 애들도 할 수 있도록 격려한다. 모둠 간 경쟁도 일어나는데 경쟁이 아닌 협력을 하도록 이끈다”고 밝혔다.

주입식 교육 한계 느낀 몇몇 교사들
협동?소통 모임 만들어 지속 성장
교사는 지식 구성 돕는 촉진자
더딘 학생들도 즐겁게 참여하는
모둠형·토론형 수업 모델 등 고민
인형극, 민속놀이연구회…주제 다양
학교밖, 학교간, 학교안 모임도 활발

지난해 12월 서울 가재울초등학교 교사들이 ‘개구리네 한솥밥’이란 제목의 그림자 인형극을 공연하고 있다. 김수연 교사 제공
지난해 12월 서울 가재울초등학교 교사들이 ‘개구리네 한솥밥’이란 제목의 그림자 인형극을 공연하고 있다. 김수연 교사 제공

■ “우리 모임이 이리 오래갈 줄 몰랐어요”

2006년 만든 ‘참여소통교육모임’도 활발하게 움직이는 교사들의 모임이다. 현재 온라인 회원이 1만7000명이나 된다. 조두형 사무국장(경기도 의정부 발곡고)은 “처음 만들었을 때 우리 모임이 이리 오래갈 줄 몰랐다”며 “유명 인사들의 말을 듣기만 하는 게 아니라 평범한 교사들의 작은 실천을 공유하자는 취지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익숙한 것 낯설게 보기’, ‘교사의 회복 탄력성’ 등 매년 주제를 선정해 1년 단위로 실천하고 활동한다. 방학 때는 자체 연수를 한다. 여름에는 1박2일, 겨울에는 2박3일로 교사들이 한 학기 동안 실천했던 사례들을 발표하고 참가자들은 자신의 수업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고민하고 토론한다.

이경미 교사(서울 등명초)는 학습공동체 모임 4개를 하고 있다. ‘연구하여 나누자’, ‘그림책 연구회’, ‘아이 눈으로 수업 보기’, ‘하브루타연구회’(하브루타는 유대인의 전통적 학습방법) 등이다. ‘연구하여 나누자’는 서울 강서?양천지역 초등학교 수석 교사 10명이 모여 만든 학교 간 학습공동체다. 지난 한 해 정기적 모임을 통해 2015개정교육과정에 맞춘 수업 나눔 자료를 만들었다.

국어?수학?영어?사회?도덕?실과 등을 망라해 ‘협력 놀이를 통해 더하기를 하고 덧셈식 만들기’, ‘친구를 소개하는 랩 가사 만들고 노래 부르기’, ‘국어 하브루타?시를 읽고 감동 나누기’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교사는 “‘연구하여 나누자’ 모임에서는 한 달에 한 번 2~3시간씩 모여서 서로 연구한 것을 공유하고, 필요하면 수업을 공개했다. 수업이 끝난 뒤 워크숍을 열기도 한다”고 밝혔다.

김수연 교사(서울 가재울초)는 2년 전부터 학교 안 교사 8명과 인형극 학습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 가재울초등학교 교사들이 ‘개구리네 한솥밥’이란 제목의 그림자 인형극을 공연하고 있다. 김수연 교사 제공
지난해 12월 서울 가재울초등학교 교사들이 ‘개구리네 한솥밥’이란 제목의 그림자 인형극을 공연하고 있다. 김수연 교사 제공

김 교사는 “인형은 저학년 초등학생들에게 교육적으로 접근하기 쉽다. 성교육 등을 할 때 인형을 많이 사용한다”며 “매해 5월 정도에 공연 주제와 형식 등을 정한다. 인형도 교사들이 직접 만든다”고 했다. 첫해에는 손으로 인형을 다루며 공연하는 인형극, 지난해에는 그림자 인형극을 했다. 인형극 준비를 시작하면 거의 매주 한 번씩 모임을 연다. 인형 직접 제작은 기본이고 시나리오?음악?조명 담당 등으로 팀을 나눈다.

서대기 교장(경기도 화성 마산초)은 2000년 민속놀이연구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처음 20여명의 교사로 시작했는데 현재 129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민속놀이 하면 윷놀이, 제기차기 정도만 떠올리는데 이 단체 누리집(cafe.daum.net/okdure)에는 승경도놀이?투호놀이?달팽이놀이?8자놀이 등 현재 50대 이하는 잘 모르는 우리 전통 놀이 관련 수업 자료가 빼곡하다. 이 학습공동체는 11년 전부터 매년 10월에 민속놀이 축제를 연다.

서 교장은 “우리 민속놀이는 혼자 하는 게 거의 없다. 대부분 함께 한다. 스마트폰으로 혼자서 게임만 하는 것과 다르다”며 “우리 민속놀이는 ‘함께’가 기본이므로 협동심?리더십?사회성을 기를 수 있다. 손을 활발하게 움직이는 조작 활동을 통해 교육적 효과도 좋다”고 설명했다.

글·사진 김태경 <함께하는 교육> 기자 ktk7000@hanedui.com

현장 교사들 ‘잡무’에 허덕…업무부담 줄여줘야

학습공동체 잘 되려면…

교사 학습공동체가 싹을 보이기 시작한 건 2009년 경기도에 혁신학교가 생기면서부터다. 이후 각 시도 교육청에 진보교육감이 속속 등장하면서 교사들의 학습공동체가 활성화됐고, 현재는 진보·보수 교육감을 가리지 않고 학습공동체를 장려하고 있다.

교육전문기업 에듀니티의 김병주 대표는 “옛날에는 교실 자체가 교사들의 독립적인 공간처럼 인식됐다. 그러나 교실 문을 열고 수업을 공개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났고 자연스럽게 수업 연구회로 이어졌다”며 “학교 단위에서 협력적 문화가 만들어지고, 지역적으로 조금씩 활성화되고 전국적인 교사 모임도 등장했다. 혁신학교와 교사들의 학습공동체는 함께 연결된다”고 평가했다.

교사 학습공동체 ‘붐’이 일고 있지만 아직은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게 교사들의 업무 부담이다. 수업 시수는 정해져 있고, 각종 행정 업무, 학생·학부모 상담 등의 일이 산적한 상황에서 학습공동체를 운영하려면 결국 ‘과외 시간’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16년 12월 펴낸 <교사 학습공동체 지원방안 연구>를 보면, 교사 56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교사 학습공동체가 학교교육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 96%가 동의했다. 그러나 교사 학습공동체 저해 요인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게 ‘업무 과다’, ‘참여 시간 부족’ 등이었다. 응답 교사들은 교사 학습공동체를 확산시키는 데 필요한 요건으로 ‘업무 경감 지원’(27.8%)을 가장 많이 요구했다. 이어 참여자의 관심과 적극적 참여(23.9%), 교사 협력문화 조성(13.1%), 학습공동체 우수 운영 사례 확산(12.4%), 지속 가능한 학습 활동 지원체계(7.3%) 등을 꼽았다.

박아무개 교사는 “학습공동체에 대한 교육청의 지원은 긍정적이다. 한데 교사들이 모일 시간이 부족하다”며 “교사 본연의 업무가 수업인데 각종 잡무에다 학부모들의 민원 등이 겹치면 시간 내기가 정말 힘들다”고 밝혔다. 그는 “예를 들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라도 열리면 모든 시간을 그쪽에 투여해야 한다”며 “예산 지원을 받을 경우 당장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학교 관리자들의 생각도 압박 요인”이라고 말했다.

최아무개 교사는 “교육부나 교육청이 교사들의 자발성을 최대한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여건만 조성하고 교사들을 믿고 밀어줬으면 한다”며 “그러지 않고 어느 순간 교사 학습공동체가 또 다른 관리 대상이 된다면 일종의 의무처럼 된다. 그러면 장기적인 지속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경 <함께하는 교육>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