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술형 시험을 보고 있는 중학생들. 중학교에서는 초등학교보다 어려운 단어나 개념이 등장하는데 이를 숙지해야 서술형 평가에 잘 대비할 수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문제: 위 시에서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의 표현 방법으로 맞는 것은?
①직유법 ②은유법 ③풍유법 ④제유법 ⑤반어법
답은 ⑤번 반어법이다. 이게 지필고사에서 선택형 문제의 전형적 형식이다. 만약 ‘위 시에서 사용된 표현 방법을 찾되, 해당 표현이 사용된 구체적 문장을 적시하고 설명하시오’라고 출제됐다면?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를 찾아서 반어법이 사용됐음을 밝혀야 한다. 반어법을 사용한 이유까지 설명한다면 더 좋을 것이다. 요즘 학교 시험에서는 이런 식의 서술형 평가 문제가 나온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수행평가를 강조하지만, 지필평가를 할 경우에도 30% 정도를 서술형 평가로 하도록 권한다. 한데 학생들은 서술형 평가가 어렵다고 한다. 특히 중학교에 진학하면 초등학교 때보다 더 어렵고 전문적인 단어나 개념이 등장한다. 중학교에서 서술형 평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현직 교사들로부터 도움말을 들어봤다. 이들은 모두 <이비에스>(EBS) 강사이기도 하다.
중학교 가면 어려운 개념·단어 출현
교과서 학습목표 등 눈여겨봐야
국어·사회·과학은 교과서 정독 중요
수학은 단 한 문제라도 답 정확해야
풀이 과정도 중요, 또래학습 등 추천
영어는 to부정사 등 문법 숙지해야
서술형 시험을 보고 있는 중학생들. 중학교에서는 초등학교보다 어려운 단어나 개념이 등장하는데 이를 숙지해야 서술형 평가에 잘 대비할 수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 국어 공부습관 잘 들여야 수능 비문학 대비
강용철 국어 교사(서울 경희여자중학교)는 “선택형에 익숙했던 아이들이 문장으로 서술하는 데 심리적 부담을 느낀다”며 “특히 서술형 문제에서 제시한 조건이나 유의사항을 면밀히 보지 않고 지나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제시하는 해결 방법은 먼저 교과서를 정독하는 것이다. 교과서를 정독해야 내용을 오해하지 않고 정확하게 쓸 수 있다. 서술형은 문제가 요구하는 핵심을 잘 파악해야 하는데 이는 교과서 정독 습관에서 시작된다. 교과서에 제시한 글 좌·우측에 질문들이 있는데 이를 허투루 넘기지 말고 스스로 답해보는 훈련도 중요하다.
강 교사는 “교과서 각 단원 앞에 학습 목표가 있다. 학습 목표와 관련된 게 서술형 문제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학교 국어 공부가 중요한 건 요즘 수능 국어 비문학 지문이 어렵게 나오기 때문이다. 강 교사는 “이전에는 시험을 보기 위해 글을 읽었다지만 앞으로는 어렸을 때부터 폭넓게 책을 읽고 텍스트를 보고 분석·비평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며 “그 결과로 수능 비문학 시험을 잘 보게 되는 거지, 그냥 수능 비문학에 대처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면 독서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정우 영어 교사(인천안남중)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중학 영어는 말하기와 듣기 중심이지만 일선 학교 상황상 교과서 위주로 서술형 문제가 나온다”며 “중학 수준에서 영어 서술형 문제는 문법과 관련된 게 많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중학 1학년 영어는 초등 6학년보다 어렵지는 않다. 한데 2학년 올라가면서 투(to)부정사, 현재완료, 수동태, 관계사 등이 등장한다. 이때부터 아이들이 어렵게 느낀다”며 “교과서에 있는 문법과 관련 있는 문장을 반복해 써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영어 서술형 시험의 경우 예를 들면 우리말을 주고 영어로 문장을 완성하게 하되 주어진 단어만을 모두 활용하도록 하는 식으로 많이 출제한다. 이때 문제는 이 문장 자체가 영어의 핵심 영문법을 아는지 모르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그는 “영어 서술형 평가는 아이들 점수가 백점 아니면 빵점인 경우가 많다”며 “부분 점수를 받는 경우는 관사·전치사 등에서 실수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사회 ‘어휘력’이 서술형 평가 장애물
수학의 경우 서술형 평가는 답도 맞아야 하지만 풀이 과정 자체도 논리적으로 올바르게 정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수로 70을 나누면 2가 부족하고, 110을 나누면 2가 남을 때 어떤 수의 개수를 구하시오’라는 문제는 결국 공약수 개수를 구하라는 거다. 답뿐만 아니라 답이 유도되는 과정 자체를 잘 적어야 한다.
이지연 수학 교사(서울 광신중학교)는 “서술형 문제를 대비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자기 수준보다 약간 높은 문제를 단 하나라도 답이 유도되는 과정을 정확하게 써보는 거다. 약간 어려운 문제를 풀어봐야 실력이 는다”며 “상위권 학생은 고난도 문제, 중위권 학생은 약간 어려운 문제, 하위권 학생은 중간 수준 문제를 고르면 된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중학교 3학년에 가면 루트(무리수)와 곡선이 나온다. 이때부터 ‘수포자’가 생긴다. 미리 수학 공부 습관을 잘 들여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추천하는 또 다른 방법은 ‘또래학습’이다. 친구들끼리 서로 수학을 가르쳐주는 거다. 이 교사는 “습관적으로 어떤 공식을 적용했다가도 친구가 ‘왜 이렇게 풀어?’라고 물으면 왜 그런지 답을 해줘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수학 실력이 는다”며 “또래학습은 버리는 시간이 아니라 학습에 아주 도움이 되는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정병욱 사회 교사(경기 고양 백석중학교)는 서술형 시험에서 학생들이 부닥치는 장애물이 ‘어휘력’이라고 지적했다. ‘관개 농업’, ‘인문 환경’, ‘기상’ 등의 단어가 있다고 치자. 어떤 학생들은 농업은 아는데 ‘관개’를 잘 모른다. 환경은 아는데 ‘인문 환경’이 뭔지, 날씨는 아는데 ‘기상’은 뭔지 헷갈리는 친구들도 있다.
정 교사는 “일단 이런 어려운 개념·용어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며 “그다음은 교과서를 꼼꼼하게 읽어보는 게 좋다. 특히 교과서에는 단원 평가나 중간중간 활동과 관련된 자료들이 있다. 이 자료들이 서술형 시험으로 내는 주제와 관련 있다”고 밝혔다.
중학 사회 교과서에는 단원마다 ‘학습 목표’가 제시돼 있다. 사회 과목에서도 학습 목표가 서술형 평가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후 환경이 인간의 거주지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할 수 있다’는 학습 목표가 나와 있다면, 기후대마다 인간 삶의 모습이 어떻게 다른지, 기후 변화가 현대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고민해봐야 한다.
과학은 평소 가설이나 실험을 설계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그리고 예상과 실제 결과가 다르다면 왜 그런지 고민하고 연구해봐야 한다.
김도윤 과학 교사(서울 경희여자중학교)는 “예를 들어 화산대와 지진대 탐구를 해본다고 하자. 최근 지진이 일어난 장소를 조사해 지각판의 경계와 일치하는지 비교해야 한다”며 “한데 잘못 조사해서 둘이 불일치하면 왜 그런지 분석하지 않고 결과를 억지로 맞춰버리는 아이들이 있다. 이래서는 사고력이 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교사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 배운 과학 지식이 너무 단편적”이라며 “교과서가 기본이다. 그리고 평소 탐구 활동을 할 때 스스로 지식을 찾는 습관이 중요하다. 인터넷 찾아서 베끼면 글 제목만 봐도 베낀 건지 아닌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변 사물이나 환경을 보면서 왜 이럴까 의문을 갖는 습관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마찰력에 대해 배웠다면 ‘눈이 쌓인 상황에서 하굣길에 미끄러지지 않고 내리막길을 내려갈 수 있는 방법’ 등을 고민해 보는 식이다.
김태경 <함께하는 교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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