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을 앞둔 수험생들은 보통 지금 시점에 내신과 학생부 관리, 수능 준비 등과 함께 희망대학 전공 분야 등을 다시 한 번 점검하게 된다. 대학에서 ‘전공적합성’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있어 전공과 교내 활동상 등이 얼마나 일치하는지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대학들 가운데에는 학생들에게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융합 역량을 길러주자는 취지와 함께, 1학년 때 여러 분야 전공을 경험하고 2학년에 올라가 자신의 전공을 선택하도록 하는 곳들도 있다.
한성대의 경우 지난해부터 세부 전공 없이 단과대학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1학년 때 최대 4개의 트랙을 경험하는 트랙제를 시행하고 있다. 1학년 때 다양한 트랙을 경험하고 2학년에 올라가면 입학한 대학에서 하나, 전체 대학에서 하나의 트랙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식이다. 단과대별 등 일부 트랙제 방식의 전공 선택을 허용한 학교들이 있긴 하지만, 전체 모든 학부·세부전공을 대상으로 경계 없이 전공 트랙을 선택하게 한 것은 처음이다.
한성대 크리에이티브 인문학부 2학년 나유지씨는 현재 ‘문학문화콘텐츠 트랙’과 컴퓨터공학부의 ‘빅데이터 트랙’을 이수하고 있다. 고교 시절 역사학도를 꿈꿨는데 대학 1학년이 되어 ‘역사문화콘텐츠 트랙’과 ‘사이버보안 트랙’을 공부했다. 역사·문학 등 인문 분야뿐 아니라 코딩과 ‘화이트 해커’ 등 공공 보안 이슈에도 흥미가 생기던 차였는데 트랙제를 통해 두 가지를 함께 공부할 수 있었다. 나씨는 “주변 친구들을 보면 전공 적성이 맞지 않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대학 다니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트랙제를 통해 다양한 세부 전공을 접해보니 문·이과를 아우르는 융합 학습이 가능해졌다”고 했다.
학생들이 인기에 편승하지 않고 꿈과 적성에 맞는 트랙을 선택하도록 돕기 위해 ‘신입생 트랙 탐방’, ‘신입생 예비 진로학교’, ‘트랙 탐색’ 등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다. 2017학년도 입학생의 경우 1학년 때 선택한 두 트랙 가운데 하나라도 바꾼 학생이 48.7%, 두 개 다 변경한 학생이 30.2%에 달했다.
조세홍 교무처장(컴퓨터공학부 디지털콘텐츠·가상현실 트랙 교수)은 “대학의 본질은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이라고 본다. 국문학 전공 학생이 패션마케팅에 관심 갖는 경우, 기계공학도가 브랜드디자인을 공부하고 싶은 경우가 왜 없겠는가”라며 “학생 선택권을 최대한 배려하고 보장해주기 위해 전교생 대상으로 트랙제를 전면 실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트랙제 기반 융합교육과 더불어 ‘전공심화’ 개념의 ‘마이크로 칼리지’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학생 한 명당 스마트팩토리,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기술 분야의 국제 자격증을 1개 이상 취득하는 과정이다. 조 교무처장은 “사회적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아이티(IT) 분야 전문지식과 실력을 단기간에 향상시킬 수 있는 과정”이라고 했다.
상명대, 한국항공대 등도 입학 뒤 자신이 원하는 강의를 자유롭게 들을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상명대 ‘자기설계융합전공’은 학생 스스로 전공을 융합·설계해 자신만의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과정이다. 항공대는 지난해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했다. 입학 뒤 진로 탐색의 시간을 갖다가 학년이 올라가면서 무인기 융합전공, 자율주행 융합전공, 아이티-비즈 융합전공 등 5개의 연계·융합 전공을 선택해 학습할 수 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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