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일어나는 성희롱·성폭력을 폭로하는 ‘스쿨 미투’ 운동이 활발한 가운데, 남성들이 나서 학창시절 교사의 성희롱성 음담패설과 성추행을 문제삼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2일 페이스북 스쿨미투 계정을 보면, 올해 고교를 졸업했다는 한 남성은 ‘#대한민국 남자는 어떻게 길러지는가’,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한 이유’ 등의 해시태그를 달고 중학교 시절 남성 교사의 수업 중 성희롱 발언을 고발했다. 글쓴이는 수년 전 서울 양천구 ㄱ중학교에서 한 국어교사가 수업 시간에 교과서에 등장한 여성에 대해 성희롱성 발언을 하고 성적 농담을 하는 경우가 빈번했다고 밝혔다. 글쓴이는 “한국의 남자 학교는 성평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전무한 상태다. 여성혐오적이고 성차별적 발언을 하는 교사들이 많다. 이런 말들에 불편해하는 학생도 여럿 있었다”며 “교사의 이런 언행은 결국 잠재적 성희롱범을 양산하는 씨앗이 될 수 있다.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남학생들의 의식을 정당화하고 강화한다”고 지적했다.
남성들은 학창시절 겪은 다양한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기도 했다. 올해 고교를 졸업한 대학생 김아무개(20)씨는 “교사들이 생활 지도를 한다며 남학생의 특정 부위를 만지며 장난을 치고, ‘체벌’이란 이름으로 젖꼭지를 꼬집는 일까지 일어난다”며 “성희롱·성폭력은 여학교에서만 아니라 남학교에서도 동성 교사에 의해 상당히 일어난다”고 말했다. 실제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15년 동안 학교 성희롱 진정 사례를 분석해 낸 ‘인권위 진정을 통해 본 학교 성희롱 현황과 개선방안’(2015년)을 보면, 한 중학교 교사는 음악 실기시험 점수가 낮다는 이유로 시험을 못 본 남학생들의 성기를 단소로 3~4대씩 때려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고, 한 고등학교 교사는 조회시간에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의 성기를 잡고 성적 욕설을 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학교 내의 이런 행태가 “남성 사회의 성희롱·성폭력을 대물림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성인지교육 전문가인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은 “남성들은 미투 운동을 성찰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성별 권력구조의 우위에 있는 자신이 그간 권력을 잘못 사용한 적 없는지를 돌아봐야지, 외려 그릇된 남성 간 연대로 잘못된 문화를 대물림해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일상에서 성평등 감수성을 기르려면 지금보다 더 남녀공학을 확대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교육부가 1999년부터 남녀공학을 확대해왔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학교가 ‘남녀별학’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전국 중학교 3213곳 중 741곳(남 391·여 350)이, 전국 일반고 1556곳 중 629곳(남 304·여 325)이 남학교, 여학교 형태다. 조영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학생인권국장은 “남녀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성별을 분리한 교육으로는 제대로 된 성평등 교육을 할 수 없다. 학창시절부터 성별 구분 없이 자연스럽게 일상적으로 성평등 감수성을 기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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