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서울 숭문고등학교 화운기념관에서 ‘숭문 가족과 지역 주민을 위한 대입 진로 진학 설명회’가 열렸다. 설명회는 이 학교 총동문회가 주최해 학부모 및 지역 주민 대상으로 무료 진행했다. 서울시교육청 대학진학지도지원단에서 활동하는 조복희 혜성여고 교사가 ‘학생부종합전형의 이해’ 강의를 하고 있다. 김지윤 기자
“아이가 올해 고3이라 입시 정보에 관심 가질 수밖에 없어요. 사교육 업체에서 진행하는 입시설명회는 일단 경쟁률이 높아 신청하면 번번이 떨어지죠. 설명회가 열리는 시간대도 보통 오전 혹은 낮이라 일하는 부모들에겐 문턱이 높은 편입니다.”
학부모 송은희씨의 말이다. 송씨는 지난 20일 저녁 7시부터 9시30분까지 서울 숭문고등학교 화운기념관에서 진행한 ‘숭문 가족과 지역 주민을 위한 대입 진로진학 설명회’에 참석했다. 올해 이 학교 고1 학부모가 된 이효선씨도 송씨와 함께 왔다. 송씨는 “부모가 입시 정보를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 아이도 마음이 놓일 것”이라며 “교육 정책은 매번 바뀌니 불안하고, ‘학종’에 ‘수능’에 용어 뜻도 손에 잘 안 잡힌다. 인터넷에 쏟아지는 입시 정보 외에, 전문가들이 한번 걸러낸 정보를 얻고 싶어 참석했다”고 했다.
‘일타 강사 그룹’이 진행하는 대치동 입시설명회나 ‘우리 아이 서울대 보내보자’는 식으로 조바심 나게 하는 입시설명회는 신청·마감만 초 단위로 이뤄진다. 서울의 한 대형학원 입시 전략 담당자는 “전국 투어 형식의 입시설명회 홍보가 한번 돌면, 선착순 300명 기준으로 당일 마감은 기본이다. 마감 뒤에도 전화, 인터넷 문의가 쇄도한다”고 했다. 워낙 경쟁률이 세서 ‘아이 대학도 보내기 전에 학부모들이 (입시설명회에서) 탈락하는 기분’이라는 푸념까지 나온다.
최근 공교육에서도 단발성 특강이 아닌 내용이 있는 입시설명회를 여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고교 총동문회가 발 벗고 나서 입시 전문가 그룹을 꾸리는 한편, 교육청이 주관하는 설명회도 ‘일타 강사’의 전략 못지않게 날카롭고 알찬 내용이 많다. 교육정책과 교실 현장 최전선에 있는 현직교사들이 기획에 앞장선 만큼 ‘아프지만 정확한 진실’을 들려준다. ‘5등급도 상위권 대학 간다’, ‘하루 5시간만 자면 대학이 바뀐다’ 등의 구호로 현혹하며 설명회를 ‘미끼’로 교육상품을 팔지 않는다는 점, 실제 적용 가능한 입시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사교육 정보와는 차별점도 보인다.
미로처럼 복잡한 대입 지형 속
학부모 불안 조성하는 입시 강의 많아
현직교사 중심으로 기획한 ‘착한 설명회’
정책변화·사례별 정보 차근차근 제공
숭문고, 무료로 지역사회에도 개방
매회 100명 넘는 학부모·주민 참여
교사들 “‘대입 이후’ 살피는 상담 중요”
숭문고, ‘선배들’이 꾸려본 입시설명회
숭문고는 이 학교 총동문회가 예산을 내고, 공교육 현장에서 십수년 진로·진학 담당한 교사들을 모아 최근 5회차(10강)에 걸쳐 입시설명회를 진행했다. 강의는 지난 8일 대입제도의 흐름과 대학입시의 주안점을 시작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의 원리(13일), 학생부종합전형 지원 사례와 진로 설계(15일), 면접 준비와 학생부종합전형 대학별 특징(20일), 논술고사의 이해와 수능 시스템 및 성적의 이해(22일) 등으로 알차게 구성했다.
강사로 나선 이들은 숭문고 총동문회 진동섭 부회장(한국진로진학정보원 이사), 숭문고 윤태영 교사,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 백승한 부소장, 비상교육 이치우 입시평가실장, 서울 혜성여고 조복희 교사, 동국대 사범대 부속여고 김용진 교사 등 ‘입시 지도 좀 해봤다’는 전문가들이다. 총동문회와 학교 쪽에서 이번 입시설명회의 기획 및 진행, 주최 등 ‘운전대’를 잡았다. 사교육 주최 입시설명회에서 쏟아져 나오는 ‘자극적인 표현’은 없고 고교 교육과정과 대입 연계, 선택과목별 장점과 전공 적합성, 고교 추천 및 학생부교과 등 다양한 전형 방법별 주요 내용으로 채운 시간이었다.
이날 강사로 나선 진 부회장을 비롯해 조 교사, 윤 교사, 김 교사 등은 전·현직 교사로 서울시교육청 대학진학지도지원단,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표강사 활동을 통해 활발하게 소통해왔다. 학종, 대입제도, 논술 등 각자 특화한 입시 분야를 연구하며, 학부모 눈높이에 맞춘 대입 정보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숭문고는 무료로 진행한 이번 입시설명회를 학부모는 물론 지역 주민들에게도 완전 개방했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입소문이 나 매회 100명을 웃도는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이 학교 강당을 찾았다.
진동섭 부회장은 “총동문회 사업을 계획하면서, 학교와 지역사회가 가까워지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며 “현행 대입제도의 흐름과 학부모가 알아둬야 할 것 등을 10강에 걸쳐 친절하게 소개해보자는 게 목표였다”고 했다. “인터넷에 입시 정보가 넘쳐납니다. 학부모 대부분이 그 양에 질려 진로진학 지도에서 손을 놓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문턱 낮춘 입시설명회 통해 진학 지도의 뼈대를 세워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혜성여고, ‘장판지 상담’은 하지 않습니다
이날 90분 동안 ‘학생부종합전형의 이해’를 강의한 서울 혜성여고 조복희 교사는 2019학년도 대입 수시모집과 학생부교과전형 등을 설명하며 전공 적합성과 학업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학부모들이 혼란스러워하는 ‘학종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는 한편, 수학 가·나형 선택 시기에 따른 성적 변화 등 사례 중심 이야기를 통해 관심을 모았다.
특히 학부모들은 학교생활기록부 영역별 입력 가능 글자 수, 고교 교육과정 편제 등 평소 궁금했던 정보를 카메라에 담으며 메모하느라 바빴다. 조 교사는 “학부모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게 ‘어느 대학 보내야 할까’인데, 아이의 성적관리와 분석부터 목표한 대학의 입학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는 믿을 만한 누리집을 잘 활용하면 좋다”고 조언했다.
조 교사가 몸담고 있는 혜성여고도 입시설명회(학부모 아카데미)를 꾸준히 진행하는 고교로 유명하다. 설명회를 주도해 준비하는 조 교사는 “20년 넘게 입시 지도를 하다 보니 연말과 연초, ‘학교’에서 진행하는 입시설명회가 참 중요하다고 느꼈다”며 “학교 차원에서 학부모 대상 설명회를 열면 교사와 공교육 현장에 대한 신뢰도가 더 높아진다”고 했다. 서울시교육청 대학진학지도지원단,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표강사 등으로 활동하면서 커리큘럼 구성 관련 의뢰도 많이 받았다. 그때마다 그가 강조하는 건 바로 ‘멀리 보는 입시 상담’이다.
조 교사는 ‘장판지 상담’을 배척한다. 대학 배치표를 장판지처럼 앞에 두고 ‘몇 점만 더 올리면 이 학교 갈 수 있어’라는 식의 협박성(?) 입시 상담은 한계가 있다. 조 교사는 “학부모에게 겁을 주거나 점수로 아이를 닦달하는 방식이 당장 대학은 잘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대학 입학 뒤 적성과 아이 인생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과 쪽에 관심 없는 아이에게 대학 간판 보고 점수 맞춰 일단 입학부터 하라고 하는 사례가 부지기수죠. 그런 경우 중도 포기하는 아이들, 교직생활 하면서 참 많이 봤습니다. 진로진학 설명회는 ‘대입’ 그 이후를 생각해볼 수 있는 장이 돼야 합니다.”
대입설명회 일정표, 지원 가능 대학 및 학과·전형 정보 등은 대입정보포털 ‘어디가’(
www.adiga.kr), 서울진로진학정보센터 누리집(
www.jinhak.or.kr)을 활용하거나 포털사이트에 ‘진로진학’을 검색해보면 지역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관련 기관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