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교육] 3월 학력평가 이후 어떻게
2018년 첫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지난 3월8일 오전 서울 성동구 무학여고에서 학생들이 문제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융복합 시대 사고력 측정 문제 대세
국어 지문에 복잡한 정보 나오지만
잘 찾아보면 상관·인과관계 있어
이런 패턴에 익숙해지는 훈련 해야
내신 좋은지, 수능 자신 있는지 따라
학생 개인에 맞는 대입전략 세워야 ■ 겨울방학 공부 결과 처음 확인하는 시험 이런 경향은 지난 3월8일 치러진 3월 학력평가(이하 3월 학평)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3월 학평은 수능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아닌 서울시교육청 주관이다. 수학·과학·사회 등은 범위도 한정됐고, 무엇보다 재수생들이 참여하지 않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으로 실시하고 재수생들도 보는 6월·9월 모의평가보다는 중요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겨울방학 동안 학생들이 공부한 결과를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고, 수능과 비슷한 유형으로 출제된다는 면에서 의미는 상당히 있다. 3월 학평 뒤 입시기관들이 이구동성으로 가장 어렵게 꼽은 과목은 국어였다. 대성, 진학사, 유웨이중앙교육, 비타에듀, 종로학원하늘교육, 메가스터디, 스카이에듀, 비상교육 등 국내 주요 입시기관들이 바라보는 국어 1등급 컷은 84점. 이투스는 82점이었다. 지난해 3월 학력평가 국어의 1등급 컷이 93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어려웠다. 수학 가는 92점으로 지난해 84점보다 쉬웠고, 수학 나는 84~85점으로 지난해와 비슷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 소장은 “올해 수학 가는 상당히 쉽게 출제됐다. 영어는 독해 부분이 과거의 난이도와 유사했다”며 “이젠 국어가 킬러과목이 돼버렸다.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그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카메라 조리개값 셔터 속도 관계 문제 나와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은 “국어가 킬러과목이 되면서 요즘 대치동에서는 국어 강사 주가가 꽤나 높다”며 “융복합을 강조하는 시대니까 학생들의 사고력을 측정하기 위해 이런 유형의 국어 문제가 나오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2018학년도 수능 국어 비문학 지문에서 학생들을 ‘멘붕’에 빠지게 했던 문제는 통신시스템 부호화 과정, 환율 오버슈팅의 내용을 담은 지문이었다. 이번 3월 학평 국어에서도 ‘멘붕’ 문제가 나왔다. 국어 21~24번 문제는 혈액을 통해 운반된 인체의 노폐물이나 독소를 1차 여과하는 콩팥 사구체의 기능과 구조를 소개하는 지문을 제시했다. 22번 문제는 그림을 제시하고 질문을 던졌는데 문장으로만 돼 있는 지문을 바탕으로 머릿속에서 콩팥 구조와 기능의 작동을 상상할 수 있어야 제대로 풀 수 있다. 국어 28~33번 문제는 카메라의 주요 부품인 초점조절장치, 조리개, 셔터 등의 구조와 기능을 소개하는 지문이었다. 31번 문제는 조리개값 2.8, 셔터 속도 1000으로 설정한 상태를 가정하고 질문했다. 수동식 카메라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지만, 요즘 대부분 자동카메라를 사용하는 상황에 비춰보면 지문을 읽으면서 조리개값과 셔터 속도의 상관관계를 충분히 이해해야만 손댈 수 있는 문제다. 국어가 이렇게 나오는 상황에서 학생들은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특히 고교 2~3학년 학생들은 입시는 코앞인데 이제부터라도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담은 신문을 열심히 읽어야 할까? 아니면 유명한 원전을 손에 들어야 할까? 남궁민 <이비에스>(EBS) 국어 강사(경기도 남양주 와부고)는 “단지 국어 비문학 지문의 배경 지식이 되는 사회나 과학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고 조언했다. “국어 지문 안에 담겨 있는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독해 훈련을 해야 한다. 수능이든 이번 학력평가든 학생들이 어렵게 느낀 지문을 보면 그 안에 여러 정보가 담겨 있다. 이 정보들 사이에 상관관계, 인과관계가 있다. 이 관계를 잘 파악해야 한다. 한데 시간 제한이 있다. 한정된 시간 안에 지문에 담긴 정보들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는 훈련을 평소에 해야 한다. 기출문제를 단순 반복해서 풀어보는 건 효과적이지 않다.” 김철회 <이비에스> 국어 강사(서울 성신여고)도 “수험생들이 코앞에 닥친 대입을 준비하면서 심도 깊은 책까지 읽기는 어렵다”며 “수능 국어의 지문 패턴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어 지문을 보면 여러 가지 정보가 병렬적으로 제시되거나 대비되거나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걸 처음 접하면 지문 안에 담긴 정보와 정보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기 어렵다. 평상시 이런 지문을 반복적으로 보면서 패턴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쉬운 문제 100개 푸는 것보다 어려운 문제 하나를 10번 반복하는 게 더 좋다’고 수업시간에 강조한다. 어려운 패턴에 익숙해지면 여러 정보가 복잡하게 제시되더라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 대입 전략 설계 때 나침반 구실 할 수 있어 아직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라면 이런 식의 국어 출제 경향이 앞으로도 계속될 거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따라서 아직 대입이 목전에 닥치지 않은 학생이라면 폭넓은 독서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3월 학평은 수능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떨어지지만 결과를 결코 무시해선 안 된다. 전문가들은 대입 전략을 짜는 나침반 구실을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만기 소장은 “3월 학평 결과에 따라 대입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며 “자신의 취약 분야를 보완해야 한다. 학원에 다녀야 할지 인터넷 강의를 들어야 할지 등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3월 학평은 대입에서 수능에 집중해야 할지 학생부종합전형에 집중해야 할지 근거가 될 수 있다”며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방심하는 학생들이 가끔 보인다. 다소 얕봤다가 영어 성적이 안 나와 당황하는 아이들이 있다”고 밝혔다. 남윤곤 소장도 “(3월 학평이 수능과 직접적 관계는 떨어지지만) 첫 번째 모의고사라는 의미에서는 상당히 중요하다. 첫 번째 연습게임”이라며 “결과가 안 좋다고 너무 실망하지 말아야 한다. 결과의 중요성을 따지기에는 너무 이르다.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라 수능까지의 과정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내신과 모의고사 성적의 균형이 맞지 않는 학생들이 있다”며 “모의고사 성적보다 1~2학년까지 확보한 내신 성적이 월등하게 좋다면 자기 학교 선배들이 어느 대학, 어느 학과에 들어갔는지 살펴보고 내신을 바탕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태경 <함께하는 교육> 기자 ktk7000@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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