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 내용이 포함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합의 처리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홍영표 위원장과 여야 간사들이 지난 2월27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던 중 함께 손을 잡아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간사, 홍 위원장, 임이자 자유한국당 간사, 김삼화 바른미래당 간사.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한겨레 사설] ‘노동시간 단축’ 전기 마련한 근로기준법 개정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27일 새벽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다. 경영계와 달리 노동계엔 사전 설명도 없었고, 휴일노동에 대한 ‘중복할증’ 원칙이 무시되는 등 형식도 내용도 아쉬운 부분이 적잖은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보면 ‘최장 노동시간 국가’라는 딱지를 뗄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한다.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확정되면, 올 7월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단계적으로 주당 최대 노동시간이 52시간으로 제한된다. 우리나라 법정 근로시간은 2004년 이후 주 40시간인데도, 정부의 행정지침 탓에 연장근로(12시간) 및 휴일근로(8+8시간)를 더해 최장 68시간 노동이 가능하던 관행이 원천적으로 금지되는 것이다. 다만 이번 합의에서 30인 미만 사업장은 2021년 7월1일부터 1년6개월간 8시간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했는데 영세 기업의 어려움을 고려하더라도 ‘노동시간 양극화’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최대 쟁점이 되어왔던 휴일근로수당을 ‘중복할증’이 아니라 현행 150%로 유지하기로 한 점은 유감이다. 법원 1·2심의 다수가 ‘중복할증’ 편을 들었고 이제 대법원 판결을 앞둔 터라, 노동계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노사정 대화에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여야가 ‘주고받는 협상’ 없이 합의안 도출이 어렵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중복할증 문제를 이유로 개정안 전체를 좌초시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특히 민간기업에서도 2020년부터 단계적으로 법정공휴일을 유급휴일화하기로 한 조항은 의미가 크다. 적용되는 노동자 범위도 휴일수당 중복할증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무한노동’을 가능케 했던 노동시간 특례업종을 올 7월부터 26개에서 5개로 줄이고, 5개 업종도 최소 11시간 연속 휴식을 보장한 것 또한 진전이다. 궁극적으론 ‘폐지’로 가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2069시간으로 오이시디(OECD) 평균(1764시간)에 비하면 ‘혹사’에 가깝다. 노동자들이 명실상부하게 ‘저녁이 있는 삶’을 찾고, 일자리 나누기 효과까지 나타나려면 과제가 적잖다. ‘편법’이나 ‘꼼수’가 나오지 않도록 엄격한 시행과 함께, 노사정 모두 지혜를 모아 보완대책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이제 겨우 노동시간 ‘정상화’의 첫 단추를 끼웠을 뿐이다.
[중앙일보 사설] 영세기업 외면한 근로시간 단축, 땜질 보완책 우려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어제 주당 근로시간을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입법 논의가 시작된 지 5년 만에 여야가 합의안을 도출한 것이다. 그만큼 진통이 컸던 사안이다. 이 법안이 오늘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장시간 근로 관행에서 벗어나는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016년 1인당 연평균 근로시간이 2069시간으로 OECD 평균보다 305시간 더 길다. 정부는 근로시간이 줄면 국민이 ‘저녁이 있는 삶’을 되찾고 신규 채용도 촉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엄혹한 현실이다. 지금 영세기업들은 최저임금 과속 인상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그런데 또다시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충격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52시간 제한 이후 기업이 생산량을 유지하려면 연 12조1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이 비용의 70%는 중소기업이 떠안게 된다. 근로 단축으로 부족해진 인력 26만6000명을 추가 고용하고 법정 공휴일도 유급휴무로 전환되는 데 따른 비용이다.
이를 고려해 환노위는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은 올 7월부터 시행하되, 50인 이상과 5인 이상은 각각 2020년 1월과 2021년 7월로 시행을 유예하기로 했다. 30인 미만 사업장에는 특별연장근로 8시간을 허용한다. 하지만 이걸로 충분할지 의문이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쉴 때도 생산 납기를 맞추기 위해 공장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근로자를 더 고용할 여력이 없으면 자동화만 가속화할 수 있다. 근로 단축으로 영세기업 근로자의 실질 임금 감소도 우려된다. 본회의에서는 이런 현실을 정밀하게 반영해서 영세기업에 대한 탄력적 예외조항을 확대해야 한다. 그래야 두더지 잡기식 땜질 보완책에 급급한 최저임금 혼란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
[추천 도서]
[키워드로 보는 사설] 중복할증 2008년 경기도 성남시 환경미화원들이 ‘휴일에 일한 것은 휴일근로이자 초과근로이므로 수당을 두 배로 받아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당시 환경미화원들은 1일 8시간씩 주 5일제로 일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4시간씩 추가 근무를 했다. 성남시는 휴일근로 가산만 적용해 통상임금의 1.5배를 지급했지만 환경미화원들은 연장근로 가산도 함께 적용해 통상임금의 두 배를 지급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3월로 예정된 대법원 판결에서도 환경미화원들이 승소하면 주말 수당을 150%만 인정하는 정부 해석과 법원 판결이 달라져 노동 시장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혼란을 막기 위해 여야가 연장근로에 토·일요일도 포함해 총 12시간을 넘길 수 없게 하고 할증률은 150%로 유지하는 개정안에 합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연재사설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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