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선아 기자의 베이비트리]
선배가 권하는 초등1학년 부모생활
선배가 권하는 초등1학년 부모생활
지난해 3월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초등학교에 입학한 어린이들이 입학식이 끝난 뒤 1년 동안 생활할 교실을 둘러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친구 사귀기·한글 쓰기 등 걱정 앞서 교과과정 바뀌어 기초부터 가르치고
알림장도 복사해 노트에 붙여줘 집에 오자마자 알림장 같이 확인하고
아이 스스로 숙제나 준비물 챙기게 한글교육 2배 늘고 받아쓰기 안해 “교우 관계와 한글 쓰기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어요. 막상 학교를 가보니 교과 과정이 바뀌어서 숙제나 받아쓰기 부담이 없더라고요. 1년 지나보니 지나치게 걱정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비 초등생 부모들에게는 걱정보다는 규칙적인 생활과 올바른 생활 습관 만들기만 잘 도와줘도, 아이는 충분히 잘해낼 거라고 말하고 싶어요.” 초등 1학년 학부모 생활을 마친 김인화(44·경기도 의왕시)씨의 조언이다. 일반적으로 학교 입학을 앞둔 부모들의 걱정 중 하나가 한글 쓰기였다. 그러나 교육부가 교과 과정을 개정해 지난해부터 적용하면서 초등학교 1~2학년군 국어 교과서의 한글 교육이 기존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또 연필 바르게 잡는 방법, 한글 획순 외우기 등 가장 기초적인 부분부터 학교에서 가르치고, 1학년 1학기에는 한글 받아쓰기도 하지 않는다. 알림장도 1학기에는 프린트물 형태로 복사해서 노트에 붙여준다. 김씨의 아들도 한글 읽기만 가능했고 쓰지 못했다. 그런데 학교에 가서 1학기 때 국어 수업을 듣고 2학기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받아쓰기 시험을 보아도 어려움 없이 해냈다. 오히려 김씨는 자기 물건 제대로 챙기기, 화장실 스스로 다녀오기, 인사하기, 친구 배려하기 등 일상생활 습관이 중요함을 실감했다. “아들도 그렇고 주변을 둘러보면 필통을 학교에 두고 오거나, 알림장을 놔두고 오는 경우가 있었어요. 아이가 집에 오자마자 부모가 가방을 열어 알림장을 확인하는 게 중요해요.” 알림장을 통해 선생님, 학생, 학부모는 소통을 한다. 숙제는 물론이고 준비물과 공지 사항까지 알림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아이가 돌아오자마자 부모가 아이와 함께 알림장을 확인한 뒤, 아이 스스로 준비물이나 숙제를 챙기는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직장맘이라면 전화로 확인해볼 수 있다. 또 다른 학부모 강순영(46·경기도 성남시)씨는 “3월엔 아이가 예민할 수밖에 없으니 아이를 가능한 한 많이 품어 주어라”라고 귀띔했다. 직장맘인 그는 아이가 학교 수업을 끝내면 방과후 수업을 듣게 했다. 그 뒤로는 아파트 내 돌봄센터에 보냈다. 그런데 지난해 3월엔 돌봄센터 내에서 유난히 아이들끼리 다투는 일이 많았다. 당시 담당 선생님은 “3월엔 모든 아이들이 예민하다. 아이들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신경이 곤두서 있다. 그럴 땐 부모가 좀 더 아이를 받아주라”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3월이 지나니 아이들끼리의 다툼도 줄어들고 나아졌다.
제주 한 초등학교 체육대회에 엄마 외에도 아빠들도 참석해 체육대회를 즐기고 있다. 홍창욱씨는 학교 행사에 아빠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아이를 좀더 폭넓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홍창욱씨 제공
아빠도 학교행사 등에 적극 참여 서툴고 적응 힘들어 문제 생기면
부부 함께 더 격려하고 교사와 소통 녹색어머니회 대신 녹색부모회로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예비소집, 입학식, 학부모 총회, 참관 수업, 상담 등 부모로서 학교에 가야 할 일이 많다. 학교 적응부터 각종 학교 행사 참여까지 대부분 엄마가 참여한다. 그런데 초등학교 시기일수록 아빠 스스로 아이를 키우는 주체라고 인식하고, 역할 분담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딸 해솔이가 지난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빠 홍창욱(40·제주도)씨는 입학 전 아이를 학교에 데리고 가 학교 운동장과 놀이터 등을 미리 구경시켜주었다. 홍씨는 “아무리 바쁜 아빠라도 입학 전에 아이에게 학교 구경 시켜주는 일은 휴일을 이용해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며 “작은 일이라도 아빠가 아이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씨는 이뿐만 아니라 학교 공개 수업과 상담까지 아내와 함께 참여했다. 홍씨 역시 처음부터 ‘알아서’ 학교 행사에 참여한 것은 아니다. 여느 아빠처럼 그도 일하면서 시간 빼기를 힘들어했고, 업무에 열중하다 보면 학교 관련 일정을 깜빡 잊기도 했다. 그때마다 아내는 “당신 일이 아니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일정을 깜빡하거나 일정을 조정하지 않은 것 아니냐?”라고 질책했다. 처음에는 아내의 경고 때문에 어린이집·학교 행사에 참여했는데, 막상 참여해보니 오히려 그가 아이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져 만족스러웠다. “아내가 아이에 대해 어떤 걱정을 하면 피상적으로 듣는 데만 그치지 않고 함께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됐어요. 상담 시간에 선생님도 봤고, 공개 수업이나 녹색어머니회 활동을 통해 아이 친구들도 봤으니 아이가 어떤 환경에 놓여 있는지 알잖아요. 아이에 대한 고민이 아내 혼자의 고민이 아니라 가족 전체의 고민이 됐고, 그러면서 가족 간의 유대도 높아졌지요.”
초등학교 등교 시간에 교통 지도 봉사활동을 한 홍창욱씨가 아이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홍씨는 시대착오적인 ‘녹색어머니회’라는 이름을 ‘녹색부모회’로 바꾸고 아버지들의 참여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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