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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입시 전쟁’ 벗어나 ‘다른 교육’ 접해볼까요?

등록 2018-02-05 20:25수정 2018-02-06 10:02

[함께하는 교육] 다양해진 대안학교
불이학교 6기 학생들은 지난해 11월3일 네팔 안나푸르나로 '평화 여행'을 떠난 뒤 '여행과 독서 교과과정'에 따라 현지에서 '밥퍼 봉사'를 진행했다. 이 학교 7기 학생들은 지난해 11월8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 참여했다.(사진 위)  불이학교 제공 지난달 19일 더불어가는배움터길 재학생과 졸업생, 교사와 학부모가 '교육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교육과정 및 학생자치 등 안건을 중심으로 1년에 한 번 원탁 회의를 한다.(사진 아래) 김석윤 교사 제공
불이학교 6기 학생들은 지난해 11월3일 네팔 안나푸르나로 '평화 여행'을 떠난 뒤 '여행과 독서 교과과정'에 따라 현지에서 '밥퍼 봉사'를 진행했다. 이 학교 7기 학생들은 지난해 11월8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 참여했다.(사진 위) 불이학교 제공 지난달 19일 더불어가는배움터길 재학생과 졸업생, 교사와 학부모가 '교육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교육과정 및 학생자치 등 안건을 중심으로 1년에 한 번 원탁 회의를 한다.(사진 아래) 김석윤 교사 제공
2018학년도 대입 정시 합격자가 6일 발표된다. 초·중·고 교육과정을 마무리짓는 고3 수험생활 1년 농사 결과 발표를 앞둔 지금, ‘이런 치열한 입시 전쟁만이 답인가?’라는 의문이 드는 학부모와 학생들도 있을 터. 그들 가운데 일부는 대안교육 등에 관심을 기울인다.

최근 대안학교는 교과융합형 교육과정을 충실히 개발·연구하는 곳부터 공립형 대안학교, 중·고교 통합과정을 운영하는 학교 등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대안교육연대 이상화 사무국장은 “지난 20여년간 대안교육은 비록 비제도권의 영역이지만 교사와 부모가 함께 아이들의 발달과 욕구에 맞는 교육을 시도해왔다”며 “교과융합 수업 등 공교육 지형이 다양해지면서 대안학교 프로그램도 융복합, 외국어 교육 등에 관심을 많이 두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매년 6만명 이상의 청소년들이 학교를 나옵니다. 이들 모두 대안학교에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비제도권 학교에서 삶과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는 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이에 따라 대안학교 교사 연구모임 등도 더 활발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예전보다 더 다양해진 대안교육
기본교과에 특색있는 교과목 더해
교재 개발하며 융합수업 등 시도
‘살림교육’으로 자립 경험 돕기도
진로지도 방점 찍는 ‘공립형’도 있어

지난 2016년 3월30일 강원 현천고 학생과 교사들이 강당에 모여 ‘나들회의’를 하고 있다. 장봉근 교사 제공
지난 2016년 3월30일 강원 현천고 학생과 교사들이 강당에 모여 ‘나들회의’를 하고 있다. 장봉근 교사 제공

대안학교 정관·규정 반드시 살펴야

부모와 아이가 ‘다른 교육’에 관심이 있다면 먼저 발품 팔아 정보를 구해보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이 사무국장은 “학교와 부모의 교육적 실천 약속이 대안학교 정관과 규정에 그대로 반영된다”며 “관심 학교에 직접 찾아가 담당 교사를 만나보고 정관 등을 꼼꼼하게 살피는 게 좋다”고 했다. “누리집에 올라온 교육과정 자료집을 읽어보고, 9월 이후 진행하는 입학설명회 등에 참석하는 것도 추천합니다.”

최근 교육현장에서 교과융합 등이 대세인 만큼 여기에 방점을 찍는 대안학교 프로그램도 많이 나오고 있다. 연구중심 ‘폴수학학교’, 융합수업을 핵심으로 하는 ‘불이학교’ 등이 이런 내용으로 교육한다.

폴수학학교는 수학 교과를 바탕으로 코딩 등 아이티(IT) 교육과 인문·사회·예술 분야를 더해 융합 교과 수업을 진행한다. 학생들이 매 학기 수학 및 융합연구 논문 두 편을 써내는데, 대학원처럼 각자 관심사에 따라 연구교사를 선택한다.

경기 고양시에 있는 불이(不二, 不異)학교는 5년제 중등 대안학교다. 융합수업을 통해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더한 교육을 지향하며 여행과 독서, 살림교육 등을 중시한다. ‘불이’는 ‘이 세상은 둘이 아니고 서로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주요 교과목 교재는 학교 쪽이 직접 개발한 것을 사용한다. 국어는 우리말글, 영어는 바탕영어·도약영어, 수학은 황홀한 수학·불이수학 등으로 구성된다. 역사·사회 교과도 단순 암기과목 방식이 아니다. 예를 들어 ‘근세의 시작’이라면 열쇳말을 훈구파와 사림파, 중국 왕조의 변천,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등으로 정한 뒤 책을 읽고 토론하는 식이다. 5학년 이혜연양은 “과학 과목도 융합수업을 통해 우주와 별의 탄생부터 내려오는 거대사를 배운 뒤 기술 발전으로 변화한 일상의 모습을 미시적 관점으로 차근차근 살펴본다”며 “이밖에 ‘마음 세우기’, ‘쌤과 함께’ 등 다양한 과목이 있다”고 했다. “경청 과목에서는 비폭력대화 감정카드를 이용합니다. 내 감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인데, 학교 졸업 뒤 사회에서 필요한 공감능력, 대화법 등을 익힐 수 있습니다.”

불이학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살림교육’이다. 최성옥 교장은 “아이들에게 독립적인 생활 태도를 알려주고 밥살림, 집살림, 옷살림 등 교육을 통해 손과 발의 부지런함을 키우는 것이 목표”라며 “일상을 자신의 힘으로 돌보는 능력이야말로 ‘자기주도성’이라고 할 수 있다. 고등 과정에서 살림교육은 집짓기, 적정기술, 요리 등으로 심화해 가르친다”고 했다. “일반 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은 교실 안, 의자 위에만 앉아 있도록 교육받죠. 학생 자신의 24시간이 ‘누군가 떠먹여 주는 수동적 생활’의 연속입니다.”

여행 교과를 통해 학생들은 세상과 직간접으로 만난다. 방학 기간에는 약 한 달 동안 베트남 등지로 평화여행을 떠나 전쟁 당시 한국군의 잘못을 살피고 역사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힘을 키운다. 최 교장은 “1학년부터 평화 감수성 수업을 진행한다. 우리 사회에서 외면당하거나 차별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직시하고 해결 방안을 찾는 토론을 해본다”며 “4학년에 올라가면 여행을 주제로 ‘고집’(Go集) 프로젝트를 통해 영어 여행 에세이 작성, 말하기 훈련 등을 이어간다”고 했다. “단순히 놀러 가는 게 아니라 평화 수업을 곁들이는 겁니다. 여행에 대한 인문학·인류학적 고민을 자신의 사유로 해보는 거죠. 독서와 여행을 겸하며 청년기로의 도약을 준비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진로지도 방점 찍은 공립형 대안학교

도내 첫 공립 대안학교인 강원 현천고등학교는 올해 1기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 학교는 국·영·수 등 기본 교과뿐 아니라 진로 지도에도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인다. 특히 무학년제로 운영하는 표현하는 삶, 생각하는 삶 등 특성화 교과뿐 아니라 진로탐색 인턴십 ‘꿈 너머 꿈’을 매주 진행한다.

통합기행 등 체험활동을 통해 1학년 자전거 통합기행, 2학년 도보 통합기행, 3학년 캠핑 도보기행도 꾸려가고 있다. 전교생 기숙형 대안학교로 매달 말일 한 달 동안 배운 것을 작은 축제 형식으로 여는 ‘달매듭’도 운영한다.

‘성장지원부’를 설치해 담임·보건·상담 교사, 사회복지사 등이 모여 학교생활을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이 학교 장봉근 교사는 “중학교 졸업 뒤 각자의 사연으로 고교 진학 생각이 없던 아이들이 들어왔다. 이른바 ‘문제아’라고 불리는 아이들이었다”며 “교복을 입을 것인지 안 입을 것인지 등 교내 모든 규칙을 아이들과 둘러앉아 만들면서 3년 동안 학교 공동체이자 가족이 됐다”고 했다.

오전 8시30분부터 아이들이 기숙사에 들어가는 밤 10시까지, 현천고 교사들은 모든 학생들과 함께 동고동락한다. 장 교사는 “아이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며 “진로 교육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매주 수요일마다 ‘꿈 너머 꿈’ 프로그램을 진행해 아이들이 직면한 고민을 하나하나 챙겼다”고 했다. “격주로 ‘나들회의’를 진행합니다. 교사, 학생들 모두 동그랗게 둘러앉아 교칙부터 수업 이야기, 학교 행사 준비 등을 의논하는 자리죠. 자연스레 속 얘기를 나누며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지는 모습을 3년 동안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지난달 8일 이 학교 1기 졸업생이 된 권구민군은 ‘꿈 너머 꿈’을 통해 청소년지도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권군은 한때 고교 진학을 포기한 적이 있다. 하지만 현천고 입학 뒤 3년 동안 매주 수요일 원주 와이엠시에이(YMCA)를 찾아 청소년지도사와 만나며 고민을 털어놓는 등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권군은 “선생님들이 고민을 많이 들어주셨다. 방황했던 경험을 털어놓고, 동생들에게 멘토가 되어주는 활동을 하면서 꿈이 생겼다”고 했다.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고, 내 얘기가 다른 친구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경험을 해본 거죠. 대학도 청소년 관련 학과에 지원해 합격했습니다.”

또래문화 만들어가도록 돕는 교육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입시 위주의 교육을 받는 아이들에게 ‘또래 문화’는 어쩌면 아이돌 그룹 팬덤, 예능 프로그램 영상 공유에 그칠 수 있다. 하지만 도서관, 풀뿌리단체 등이 주체가 되어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아이들에게 ‘함께 놀고, 함께 사는 즐거움’을 자연스레 알려줄 수 있다.

경기 의왕시에 있는 ‘더불어가는배움터길’(이하 배움터길)은 마을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양한 선택 수업을 한다. 비영리시민단체 ‘더불어가는길’에서 건강한 학생문화 만들기에 뜻을 두고 2006년 문을 열었다. 중·고등 통합 5년제 대안학교인 배움터길은 자치와 자립, 프로젝트, 더불어 살기, 진로, 교양 등 총 6개 영역의 자체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김석윤 교사는 “5년 단위로 교육과정을 새롭게 개편한다. 2016년부터 배움터길 3차 교육과정을 적용하고 있다”며 “통치가 아닌 자치, 규칙보다는 문화를 중시하는 교육과정으로 학교 운영에 있어 학생이 주체가 된다”고 했다.

학생들이 주도하는 교육개혁 프로젝트인 콘퍼런스를 진행하며 배움터길의 자치 역량을 키워나간다. 김 교사는 “중학교 3학년에 해당하는 ‘큰나무’ 시기부터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수업을 선택해 들을 수 있다”며 “미디어읽기, 한국문학, 교양철학, 아시아역사, 게임코딩, 봉산탈춤, 생활경제, 연극제작 등 다양한 선택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건강한 학생 문화를 만들면 ‘고리타분한 규칙’은 필요 없습니다. 지시, 강제, 억누르는 방식이 아닌 학생 스스로 가꿔나가는 역량을 키워주는 교육이죠. 배움터길 학생 자치와 대안교육의 힘은 학생들에게 자율권을 주고 그에 따른 책임 의식을 기르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함께하는 교육> 김지윤 기자 kimjy1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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