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경안고 학생들이 플래닝 교육을 받고 학습, 독서, 진로 관련 계획을 짜고 있다. 최원 교사 제공
<함께하는 교육> 독자들께 새해 인사 드립니다. 올 한 해는 교육현장이 희망과 생명의 소식이 가득한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저는 안산 경안고에서 13년째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영어교사지만 진로, 플래닝, 독서, 미래교육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경안고는 1995년 개교해 23살 청년 나이가 된 안산의 일반계 사립고등학교입니다. 2013년 평준화 이전까지는 안산에서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선호하는 학교였습니다. 그러나 평준화 이후에는 공부해야 하는 이유와 방법과 관련해 도움이 필요한 무기력한 학생들이 조금씩 늘어갔습니다. 학교는 아이들의 꿈과 진로를 찾아주고, 꿈으로 가는 구체적인 방법(플래닝)을 안내하며, 독서로 지속적인 성장 동기를 유발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했습니다. 진로, 플래닝, 독서교육을 중심으로 한 이 프로그램의 이름은 ‘엘에스피’(LSP, Life Scale Planning)입니다. 단지 대학 진학을 위한 단기성과만이 아니라 한 학생이 평생에 걸쳐 길러야 할 미래사회의 역량을 길러주자는 취지의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의 하나인 플래닝 교육은 학생들에게 일상생활에서 계획 세우는 법을 알려줘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덕분에 많은 아이들이 삶의 목표를 발견하고 그 목표를 향해서 즐겁게 공부하는 중입니다. 그 결과 과분하게도 교육전문가들과 언론의 호평도 받고 있습니다.
경안고가 처음부터 지금 모습을 갖춘 것은 아닙니다. 2010년 한 반을 대상으로 한 플래닝 교육이 성과를 내면서 엘에스피가 학교 전체로 확대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도 학생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진로, 독서, 미래교육 콘텐츠로 교육영역을 조금씩 확장했습니다. 그 바탕에는 모든 학생은 가능성의 씨앗이 있고, 좋은 토양을 만나면 그 가능성을 발현할 수 있다는 믿음과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할 수 없다는 철학이 있었습니다.
안산 경안고 학생들이 플래닝 교육을 받고 학습, 진로, 독서 관련 계획을 짜고 있다. 최원 교사 제공
작년 한 해 교육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을 휩쓸었던 화두는 ‘4차 산업혁명과 미래’였습니다. 저 또한 이런 변화의 흐름이 교육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의 깊게 지켜봤습니다. 주요한 변화 가운데 하나가 ‘인재상의 변화’입니다. 과거에는 많은 지식을 입력하고 빨리 출력해내는 학생을 인재라고 불렀다면, 이제는 기존의 지식들을 결합해 우리 사회 난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대안을 내는 창의적인 학생을 인재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인재상이 지식 중심에서 역량 중심으로 변화했습니다. 이런 변화를 반영한 것이 정시 수능 중심 전형에서 학생들의 역량을 평가하는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으로의 확대입니다. 교사들도 강의식 수업에서 학생의 배움을 중심으로 하는 활동식 수업으로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장 교사로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공교육이 잘 대처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그동안 공교육은 일반 대중으로부터 학교가 학생들을 성장시킬 수 있는 공간인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을 받아왔습니다. 비판의 핵심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무기력하며 수동적이라는 데 있습니다. 학교가 진로교육을 통해서 꿈과 진로를 찾게 해주는 것을 넘어 플래닝 교육을 통해 그 꿈으로 나아가는 구체적인 방법과 도구까지 안내해준다면 학생들은 공부와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학교 현장 변화의 모델로 경안고의 플래닝 교육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저와 경안고에서 엘에스피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곽충훈 선생님과 전·후반부로 나눠 소개해보겠습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변화를 위한 공교육 교사들의 순수한 열정과 고민을 담아보겠습니다. 플래닝 교육을 통해 학교혁신을 위한 고민과 열정을 가진 현장 선생님, 학부모, 학생들과 소통하고자 합니다.
최원(안산 경안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