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지메이슨대 학생들이 제이슨 모리스 국제학과 교수가 진행하는 ‘김치버스, K-푸드와 문화외교’ 수업을 듣고 있다. 한국조지메이슨대 제공
외국 나가 공부하고 싶지만 막대한 비용도 부담이고 현지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학생이 많다. 이들이 주목할 만한 곳이 있다. 외국 대학들의 공동캠퍼스가 모여 있는 인천글로벌캠퍼스(이하 글로벌캠퍼스)다. 2012년 뉴욕주립대가 처음 문을 연 이래 조지메이슨대, 겐트대, 유타대가 들어왔다. 현지 대학 교육과정을 그대로 운영하며 학생들은 본교와 동일한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올해 세계적인 패션스쿨 패션기술대학교(FIT)도 개교했다. 인천시는 2020년까지 글로벌캠퍼스를 10곳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각국과 협의 중이다.
■ 겐트대: 커리큘럼 절반이 ‘실험 및 연구’
겐트대는 벨기에 겐트시에 위치한 대학으로 글로벌캠퍼스에는 분자생명공학·환경공학·식품공학과가 개설돼 있다. 유럽 대학의 교과과정은 교양수업이 따로 없고 전공수업만 있다. 1, 2학년 때 영어, 수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정보학, 공학 등 공통과정을 이수하고, 3학년 때 세부 전공을 선택한다.
유럽 본교와 동일하게 커리큘럼의 50%가 실험 및 연구로 이뤄져 오전에 이론수업을 하고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는 실험과 연구를 한다. 국내 대학의 평균 졸업이수학점이 160~180학점인 데 견줘 유럽 대학은 240학점이다.
입학하려면 고등학교 졸업증명서와 성적증명서, 공인 영어성적을 제출해야 하며,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 추천서는 필요 없다. 별도로 진행하는 온라인 입학시험은 수학과 화학 각 10문제로 미적분1과 화학1에 해당하는 수준이다.(일부 미적분2와 화학2 관련 내용도 출제)
화학과 수학 경시대회 수상 경력에 따라 입학장학금도 지급한다. 1등은 100%, 2등은 75%, 3등은 50%다. 입학처 담당자는 “유럽 대학이 우리나라 대학을 별로 인정하지 않아 석사과정에 합격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전략적으로 학부 때부터 외국 대학을 노리고 이곳에 입학하는 학생들도 있다. 우리 글로벌캠퍼스에는 다양한 배경의 학생이 있으며 국내 학생은 80% 정도”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5일 서울 코엑스 콘퍼런스룸에서 열린 인천글로벌캠퍼스 공동 입학설명회에서 한 대학 담당자가 학교 소개를 하고 있다. 최화진 기자
■ 한국뉴욕주립대: 응용수학통계, 패션스쿨 등 미국서도 유명
뉴욕에는 64개 주립대가 있다. 주립대는 학교 이름이 아니라 뉴욕주 정부가 운영하는 교육시스템 명칭이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공립대인 셈이다. 한국뉴욕주립대는 이 대학 가운데 스토니브룩대와 에프아이티(FIT) 패션스쿨을 열었다.
스토니브룩은 응용수학통계학과가 미국 내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유명하다. 순수수학뿐 아니라 응용수학으로 강의 내용을 구성해 컴퓨터과학이나 증강현실, 인공지능 등도 배운다. 입학처 담당자는 “스토니브룩은 기계공학, 기술경영학, 컴퓨터과학, 경영학과를 운영 중이며 융합학과 형태로 커리큘럼이 짜여 있다”고 했다.
미국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선발하므로 수능 점수 없이 지원할 수 있다. 자소서와 추천서, 영문 고교 성적표와 공인 영어성적이 필요하며, 가장 중요한 건 고등학교 성적과 자소서다. 공인 영어성적이 없는 학생은 조건부 입학해 별도로 영어공부를 하기도 한다.
지난 10월 개교한 에프아이티 패션스쿨은 미국 내 패션디자인과 패션경영학으로 유명하며 캘빈 클라인, 마이클 코어스, 니나 가르시아 같은 유명 디자이너가 졸업한 학교다. 패션경영학과 패션디자인학 준학사 과정이 있다. 2년 동안 한국에서 공부해 준학사 학위를 받은 뒤 4년제 학사 학위를 받고 싶은 학생은 재지원 절차 없이 3학년 때 뉴욕 본교 캠퍼스에 가서 공부할 수 있다. 입학 시 포트폴리오 제출이 필수이며, 독창적인 패션디자인 작품 4개를 내야 한다.
지난 2일 유타대 학생들이 인터뷰가 끝나고 학교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정석진(심리학과 1), 정수민(사회복지학과 3), 김원지(도시계획학과 1)씨. 최화진 기자
■ 유타대: 내신 부족하면 자소서에 ‘힘’ 주라
유타대는 미국 서부 솔트레이크시티에 있는 주립대학이다. 인문, 사회과학, 약학, 의학 계열이 유명하며 아시아캠퍼스는 2014년 9월 개교했다. 미국 캠퍼스와 지리적 위치만 다를 뿐 입학사정, 커리큘럼, 교수진 모두 동일하다.
글로벌캠퍼스에는 커뮤니케이션학과와 영화영상학, 심리학, 도시계획학과가 있다. 심리학과 1학년 정석진씨는 현직 진로교사인 부모의 권유로 글로벌캠퍼스를 선택했다. 학창 시절 수업시간에 질문하면 교사가 귀찮아하거나 아이들이 눈치를 줬다. 토론 등의 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제도권 교육에 불만을 느꼈다. 외국 대학은 다를 거라 기대하며 지금 학교에 입학했다. 실제 이곳은 선후배, 교수와 학생 간 관계도 권위적이지 않고 수업 분위기도 자유롭다. 정씨는 “현재 학교생활에 만족한다. 입학할 때 토플 최저 점수는 넘겼지만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과제를 해내려면 그 이상의 실력이 필요하다”며 “처음에는 영어로 말하고 쓰는 부분이 어려워 애먹었다. 그렇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다. 교내 라이팅센터에서 글쓰기를 도와주는 프로그램도 진행해 꾸준히 하다 보면 금방 적응할 수 있다”고 했다.
입학 시 제출서류는 입학지원서, 성적증명서(중3~고3 영어점수 필수)와 공인 영어성적표다. 자소서와 추천서, 학생부는 선택이다. 입학 관계자는 “내신이 부족하다 싶으면 자소서 작성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선택사항 가운데 자소서가 99%일 정도로 중요하다”고 했다.
지난 2일 한국조지메이슨대에 재학 중인 고은채씨가 본관 로비에서 교직원과 교내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최화진 기자
■ 한국조지메이슨대: 송도 이점 살려 근처 기관 인턴십 제공
미국 워싱턴디시(DC)에 위치한 조지메이슨대는 글로벌캠퍼스에 경영학, 재무금융학, 회계학, 경제학, 국제학, 분쟁 분석 및 해결 학과를 개설했다. 경영대학은 미국 회계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들어야 하는 필수과목의 우수 커리큘럼 인증을 받았다. 시스템공학과 교육과정론과 지도교육 분야의 석사과정도 있다.
송도에 위치한 이점을 살려 근처에 있는 세계은행그룹, 녹색기후기금, 인천항만공사 등에서 인턴십 기회도 제공한다. 입학을 위해서는 고등학교 성적증명서와 공인 영어성적이 필요하다. 입학 관계자는 “자소서와 추천서는 선택사항이지만 쓰는 게 좋다. 공인 영어성적이 없는 학생은 자체적으로 영어시험을 치르기도 한다. 내신성적이 좋지만 영어점수가 부족한 경우 조건부 입학을 허용한다”고 말했다. 2학기 동안 영어 집중 강의 두 과목을 더 들어야 하지만 재학 기간이 늘거나 추가 등록금을 내는 건 아니다.
고은채씨는 중국의 국제학교에서 초등과 중학 시절을 보냈다. 한국에 돌아와 고등학교에 가니 경쟁이 너무 심하고 상대평가를 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대학에 가도 이런 분위기는 똑같을 것 같았다. 외국에 나가긴 싫지만 미국 대학에 가고 싶어 검색하다 글로벌캠퍼스를 알게 됐다.
대입 때 국내 대학도 합격했지만 한국조지메이슨대 국제학과를 선택했고 2학년 때 분쟁 분석 및 해결학과로 옮겼다. 아시아 최초로 생긴 전공인데다 다루는 내용이 광범위한 국제학과보다 지금 학과가 좀 더 세부적인 내용을 다룰 것 같아서였다. “사람들이 학과 이름만 듣고 국제분쟁을 다룬다고 생각하지만 개인과 개인, 단체 간 분쟁도 다룬다. 가정이나 학교 안에서 관계를 맺으며 생기는 갈등도 심리학적으로 분석해 흥미로웠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데 중요한 분야가 될 것 같다.”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lotus57@hanedui.com
■ 글로벌캠퍼스 다녀보니
교수와 친밀감 높고 참여 기회 많아
글로벌캠퍼스는 학교 규모가 작지만 학생들은 한국에서 외국 대학 커리큘럼과 문화 등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많이 느낀다. 정수민(유타대 사회복지학과 3)씨는 “선후배나 교수와 허물없이 지내다 보니 언제든 찾아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눈다. 교수님도 복도를 지나다 눈이 마주치면 연구실에 오라고 해서 수다를 떤다.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관심이 많고 이름도 거의 다 외운다. 한국 대학 친구들한테 이야기하니 뭔가 문제를 일으켜서 이름을 아는 거 아니냐며 신기해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원래 커뮤니케이션학과에 입학했다가 2학년 때 사회복지학과로 전과했다. 구체적으로 진로를 정하고 학과를 선택한 게 아니었고 교수와 수차례 논의하면서 복지 분야 등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알고 전공을 바꾸게 됐다.
김원지(유타대 도시계획학과 1)씨는 “학생 수가 적어 상대적으로 기회가 많다. 학교에서 근로장학생을 하거나 교내외 프로그램, 인턴십에 참여할 때도 경쟁률이 높지 않다. 입학 전에 가졌던 기대나 꿈을 잃지 않고 노력한다면 학교에서 충분히 기회를 제공해준다”고 했다.
김씨는 지난 6월 송도에서 열린 ‘뉴시티 서밋’에 참여했다. 학교를 통해 자원봉사 기회를 얻어 참가자 등록을 돕고 서울시청 관계자의 통역을 맡았다. “전공 관련해 평소 신도시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 기회를 통해 다른 나라 사례도 접하고 이후 송도 신도시에 대해 연구도 하게 됐다.”
글로벌캠퍼스 내 대학은 국내 대학 수시·정시 횟수나 일정과 상관없이 중복으로 지원할 수 있으며, 모든 학과에서 계열 간 교차지원이 가능하다. 보통 공인 영어성적이 필수인데 토플 기준으로 80점은 돼야 한다. 일부 대학은 영어 집중 강의를 듣는 조건으로 입학을 허가하기도 한다.
학교별 등록금은 연간 2만달러 정도며 공동 기숙사 비용은 학기당 1인1실에 150만원, 2인1실은 100만원이다. 졸업 때 글로벌캠퍼스나 아시아캠퍼스라고 적히지 않고 현지 본교 대학과 동일한 졸업장을 받는다. 네 학교 모두 재학 중 1년 정도 해외 본교에서 공부할 기회가 있다.
글로벌캠퍼스 2018년 봄학기 입학 지원 마감일은 다음과 같다. 유타대 2018년 1월19일, 한국뉴욕주립대 1월26일, 겐트대 1월28일, 한국조지메이슨대 1월31일.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