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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실습장에서 손가락 잃고 몸 던지고…‘민호’는 더 많았다

등록 2017-11-30 05:01수정 2017-11-30 15:26

고교실습생 올해 절단사고만 4건
안산 실습생, 공장 옥상서 투신
“직원한테 욕설 듣고 괴로워했다”
현장실습 고교생들 안전 무방비
사진 특성화고권리연합회 제공
사진 특성화고권리연합회 제공

지난 19일 제주의 한 음료업체에서 현장실습 도중 숨진 이민호군 이외에도 올해에만 손·발가락 절단 사고가 네 건 발생하는 등 현장실습 고교생의 산업재해가 줄을 이었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언론과 정치권 등의 관심으로 화제가 된 이군 사건이 아니었다면 그대로 묻혀버렸을 사건들이다.

29일 교육부의 ‘현장실습 사건·사고 현황’ 및 ‘2017 산업재해 학생 목록’을 보면, 올 한 해 모두 네 명의 고교생이 현장실습 도중 손가락 또는 발가락을 잃거나 다쳤다. 지난 17일 인천의 한 식품업체로 실습을 나간 박아무개(18)군은 고기 자르는 기계(육절기)에 걸린 고기를 빼내려다 왼손 손가락 세 마디가 잘려나가는 사고를 당했다. 박군은 병원으로 이송돼 봉합수술을 한 뒤 현재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올해 2월 울산 한 특성화고 3학년 김아무개군은 울산 울주군에 있는 한 전기 관련 업체(직원 20명)에서 일하던 중 오른손 손가락 4개가 기계에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디지털콘텐츠과에 재학 중인 김군은 현장 파견 당시 제품 도안 작업 등 안전한 업무에 배치됐으나, 사고 하루 전부터 절단 작업을 배우기 시작한 것으로 교육부는 파악하고 있다. 산업체에 파견된 학생이 약속된 업무가 아닌 ‘위험 업무’에 배치된 것이다.

목포의 한 특성화고 3학년 박아무개군도 보일러 관련 제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오른발 엄지와 검지가 절단됐다. 목포의 또다른 특성화고 3학년 황아무개군도 한 서비스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오른발 발가락 4개가 골절돼 입원 치료를 받았다.

비슷한 사고는 지난해에도 벌어졌다. 9월 울산의 한 특성화고 3학년 이아무개군은 직원 수 17명 규모의 축산물가공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중 축산물 절단기에 왼손 중지 일부가 잘렸다. 이군은 축산물 절단기에서 잘린 고기가 나오면 이를 포장하는 일을 했다. 역시 위험 업무에 해당한다.

실습 업체 선배와의 불화를 견디다 못해 투신한 경우도 있었다. 경찰의 설명 등을 종합하면, 지난 16일 경기도 안산시 반월공단의 한 플라스틱 제조공장에서 일하던 특성화고 3학년 박아무개(18)군은 선임한테 지적을 듣고 회사 4층 옥상에서 스스로 몸을 던졌다. 박군은 공장 건물 앞에 주차된 화물차 위로 떨어지면서 다리와 머리 등을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박군은 현재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지만, 눈을 마주칠 정도로 의식은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산 단원경찰서 관계자는 “투신 직전 박군이 학교 담임교사와 전화 통화를 하며 ‘함께 일하는 선임 직원한테 욕설이 섞인 지적을 받았다’고 괴로움을 호소했다는 진술을 받아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업체 쪽은 경찰 조사에서 “직원들이 실습생을 동생처럼 잘 대해줬다”며 폭언 사실을 부인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현장실습 업체 실태점검조사를 통해 유해·위험 업무 3건과 근무시간 초과 63건, 성희롱 17건, 임금 미지급 14건, 폭행 12건 등이 벌어졌다고 보고 올해 5월 고용노동부에 실습 업체 109곳에 대한 근로감독을 요청했다.

지난해 교육부에 보고된 실습생 산업재해 신청은 모두 26건이며 이 가운데 21건이 산재로 인정받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각 학교와 시·도교육청이 보고한 것만 파악이 가능할 뿐, 실제 산업재해 발생 건수는 더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안산 인천/김기성 이정하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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