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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홀로 사색·성찰하고 실천 인문정신으로 마음에 ‘살’

등록 2017-11-07 19:00수정 2018-10-15 18:58



지난 2일 파주 출판문화단지 근처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인문학자 김경집 전 가톨릭대 교수(왼쪽)와 ‘사색’과 ‘인문학’의 힘을 강조해온 김종원 작가가 왜 이 시대 부모들이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두 작가는 ‘약’이 되는 인문학 공부란 비판정신과 함께 자신의 삶 속에서 실천을 해야만 제대로 된 공부라고 강조했다. 제대로 된 인문학 공부를 위해서는 ‘고독을 즐기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일 파주 출판문화단지 근처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인문학자 김경집 전 가톨릭대 교수(왼쪽)와 ‘사색’과 ‘인문학’의 힘을 강조해온 김종원 작가가 왜 이 시대 부모들이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두 작가는 ‘약’이 되는 인문학 공부란 비판정신과 함께 자신의 삶 속에서 실천을 해야만 제대로 된 공부라고 강조했다. 제대로 된 인문학 공부를 위해서는 ‘고독을 즐기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선아 기자의 베이비트리〕

인문학 열풍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논어 등 고전을 찾는 사람이 늘었고, 기업부터 지방자치단체, 취업학원, 출판계까지도 인문학이 대세다. 최근에는 텔레비전 예능프로그램에서조차 인문학을 결합해 방송을 만들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인문학 공부를 하고 인문정신을 길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 인문학자인 김경집 전 가톨릭대 교수는 2015년 <엄마 인문학>이라는 책에서 우울증과 무력감에 빠진 대한민국을 구할 해법으로 ‘엄마’와 ‘인문학’을 호명한 바 있다. <사색은 자본이다>라는 책을 통해 사색의 중요성을 강조한 베스트셀러 작가 김종원씨도 최근 <부모 인문학 수업>이라는 책을 내 아이의 미래를 위해 부모가 인문정신을 가질 것을 주장한다. 김씨는 이 책에서 니체, 존 스튜어트 밀, 프로이트, 칸트 등 인문학 분야의 대가들이 어떤 양육 환경에서 자랐는지 알려주며, 부모의 인문학 소양 및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하고 아이 키우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부모들. 그들에게 ‘인문학 공부’는 막연하거나 낯설다. 때로는 사치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부모 인문학을 강조하는 두 작가에게 부모가 왜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지 물었다. 초심자가 인문학에 쉽게 다가설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들어봤다.

“좋은 대학·직장 몰빵 아이 불쌍해”

“저는 학생들에게 ‘어른을 믿지 말라’고 말해요. 과거를 살아온 사람들이 과거 방식으로 미래 세대를 살아갈 아이를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죠. 지금 아이들은 앞으로 적어도 6번은 직업을 바꿀 겁니다. 원하든 원치 않든. 그런데 여전히 우리 사회는 대학과 첫번째 직업에 ‘몰빵’하고 있잖아요? 아이들이 불쌍해서 엄마 인문학을 내세웠어요. 아이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부모입니다. 부모는 새끼를 위해서라면 섶을 지고라도 불로 뛰어들지요. 부모가 인문학을 공부하면 인문정신을 가질 수 있어요. 인문정신을 가진 사람은 과거를 성찰하고 시대정신을 인식하고 그것을 발판으로 미래 의제를 볼 수 있습니다. 부모가 그런 힘을 갖는다면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봤어요.”

김 전 교수는 부모가 인문학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문학·사학·철학 등 다양한 인문학 공부를 통해 부모가 속도와 효율만을 중시해온 20세기 방식에 대해 제대로 성찰할 수 있다고 봤다.

뭐든 빨리 많이, 1등으로 내몰아

속도와 효율을 앞세우는 시대

과거의 어른이 과거의 방식으로

미래의 아이를 가르치는 모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이유로

인문학은 막연하고 낯설고 사치?

김 전 교수가 인문학을 통해 기존 체제를 성찰하고 잘못된 구조를 비판하고 저항하고 맞서 싸우는 비판정신을 강조한다면, 김종원 작가는 자신의 삶 속에서 실천을 강조한다. 김 작가는 “인문정신은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도덕적인 사람만이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고 말한 공자의 말을 언급하면서, 도덕과 사랑을 실천하는 삶이 인문적인 삶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마음이라는 밭에 ‘인문삼(삶)’을 심고 실천을 해야 한다”며 “고전을 그저 읽기만 하면 삼(삶)이 썩어버린다”고 말했다.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하라”

김 작가가 이토록 실천을 강조하는 이유는 세계 3대 빈민도시인 필리핀 톤도에서의 경험 때문이다. 쓰레기 더미에 사람들이 깔려 죽고, 인구의 80%가 빈민층인 톤도. 그 도시에 한국인 김숙향씨가 운영하는 교육센터가 있다. 그 교육센터에서는 빈민 아이 500명에게 ‘가치관 교육’을 한다. 톤도 센터의 모토는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하라’이다. 이 센터에서는 배움의 기회를 차별하지 않는다. 우등생이 아니라 인간을 만드는 교육을 한다. 동반성장 학습을 교육철학으로 삼는다. 이런 교육을 받은 인재들은 필리핀 최고 명문대를 졸업한 뒤 글로벌 기업의 스카우트 제의를 거절하고 다시 센터로 돌아온다. 그들은 ‘개천에서 용이 되고픈 아이들’을 기꺼이 가르친다.

김 작가는 “그 아이들은 꼬마 철학자였어요. 어떻게 하면 저렇게 스스로 생각할 줄 알고 자기 삶의 목적을 가진 아이로 키울 수 있을까 탐구했지요. 결국 그것은 인문정신(도덕과 사랑)이고, 사색할 줄 아는 힘이라는 결론을 내렸지요. 부모들이 인문학 공부를 하고 실천하고 아이들이 ‘사색의 힘’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김 작가는 ‘톤도 센터에 자금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듣고 이지성 작가와 함께 톤도를 다녀온 뒤 함께 책을 써서 인세를 전액 기부했다. 그 뒤 다시 한번 혼자 톤도를 방문해 ‘톤도 아이들의 행복’에 대해 집중적으로 인터뷰해 책을 써 마찬가지로 인세를 전액 기부했다.

두 작가 모두 현재 불고 있는 인문학 열풍이 변종 자기계발에 머물지 않고 더 나은 방향으로 진화하기를 바랐다. 단순히 고전을 읽고 유명한 시나 소설을 읽었다는 교만심을 갖는다거나, 인문학 강연이나 프로그램 쇼핑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 인문학은 오히려 자신의 삶, 자녀의 미래, 사회에 ‘독’이 될 뿐이다. 그렇다면 내 삶과 자녀의 미래, 사회에 ‘약’이 되는 인문학 공부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인문학자 김경집 전 가톨릭대 교수와 베스트셀러 작가 김종원씨가 인문학과 인문 정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인문학자 김경집 전 가톨릭대 교수와 베스트셀러 작가 김종원씨가 인문학과 인문 정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내 생각의 한계가 내 삶의 한계”

김 전 교수는 “부모 자신도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고, 아이에게 고독을 즐기는 법을 가르치라”고 조언했다. 스스로 선택한 ‘고독’과 타율적인 ‘고립’은 다르다. 혼자 있는 시간이 있어야 인간은 내면을 성찰할 수 있다. 일기를 쓰든, 어떤 책의 한 구절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볼 수 있다. 인문정신이든 자기성찰이든 그 중심에는 ‘고독을 즐기는 시간’이 있다. 그는 또 “옆집 사람보다 더 좋은 차, 더 큰 집으로 이사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멋지게 살 거냐, 멋진 사회를 찾아낼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하라”고 말했다. 아이에게는 질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아이가 질문할 때까지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나와 사회 알고 비판적 지성 키우고

도덕과 사랑으로 세상 품어

자기계발의 변종에 머물지 않고

지적 쇼핑에 그치는 독 아닌 약으로

아이에게 고독 즐기는 법 가르치고

질문할 때까지 기다릴 줄 알아야

김 작가 역시 혼자 있는 시간을 강조하면서 바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김 작가는 현시대의 부모 세대가 금융위기와 취업난, 실직 등 인생에서 최악의 일들을 겪었고, 자신이 무엇을 진짜 좋아하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혼자 있는 시간에 ‘나를 치유하는 글쓰기’를 먼저 시도해볼 것을 권했다. 글쓰기는 감성과 이성의 균형을 잡는 일이고, 아이와 함께하기에도 좋다. 일단 자기가 좋아하는 단어 열 개를 써보라. 그리고 그 가운데 두 개씩 조합해 열 줄로 글을 써보자. 그다음 열 줄의 글을 다섯 줄의 시로 압축해서 표현해보라. 이런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 생각할 수 있고, 자신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변화시킨 사례를 그는 자주 목격한다.

“내 생각의 한계가 내 삶의 한계입니다. 고전을 많이 읽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고전을 통해 나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런 힘이 있는 아이는 어떤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자기 길을 개척할 수 있습니다. 부모도 아이도 결국 혼자 있는 시간에 자신의 내면에 접촉하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글·사진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대가들이 즐긴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역사를 돌아보면 위대한 사상가나 철학자, 예술가, 발명가 등은 대부분 혼자 있는 시간을 소중히 했다. 김종원 작가가 <부모 인문학 수업>에 소개한 대가들의 삶을 보면 그들은 ‘혼자 있는 시간’을 즐겼다. 그들은 그 시간에 산책을 하고, 자연을 느끼고, 영감을 떠올렸다. 책을 참고해 대가들의 ‘혼자 있는 시간’을 살펴본다.

인도의 사상가 타고르

시집 <기탄잘리>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사상가인 타고르는 어린 시절 정규 과정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아들의 성향을 파악한 아버지는 타고르가 11살 때 4개월 동안 히말라야 여행을 떠났다.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떠난 여행에서 ‘타고르가 혼자 있는 시간의 위대한 힘을 스스로 느끼게 하자’는 것만 목표로 삼았다. 타고르는 아버지와의 여행에서 혼자 있는 시간의 위대한 힘을 느꼈고, 아버지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졌다.

러시아 작곡가 차이콥스키

차이콥스키는 하루 2시간씩 반드시 산책을 했다. 그는 산책을 하면서 “자신을 기쁘게 하는 영감을 만날 수 있었다”고 고백했고, “악상이 꼬리를 물며 이어진다”고 했다. 그에게는 혼자 산책하는 시간이 영감의 원천이었다.

존 스튜어트 밀과 칸트, 쇼펜하우어

존 스튜어트 밀은 혼자 있는 시간을 방해한다면 옆집에서 개 짖는 소리도, 찬송가를 합창하는 사람들에게도 화를 내며 민원을 제기했다. 그는 조용한 곳을 찾아 이사를 다녔다. 규칙적인 생활을 한 것으로 유명한 칸트도 자신의 생을 돌아보며 가장 아쉬워한 것이 산책이다. 그는 50살이 지난 뒤부터 규칙적인 산책을 했는데, 더 빨리 산책을 습관으로 만들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다. 쇼펜하우어 또한 조용한 가운데 독서와 사색을 즐겼는데, 옆집 여자들의 수다 소리에 화를 내며 싸우기도 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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