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성동공고에서 열린 서울시교육청 학부모 진로연수에서 한재권 한양대 교수가 ‘로봇과학시대, 우리 아이가 만날 미래’란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 이 주의 교육노트
“인문계는 가야지 무슨 소리 하는 거야!”
‘특성화고’ 진학한다니 이렇게 반응하셨나요?
달라진 고교 성격에 대해 공부 안 하셨군요.
진로 맞춤 특화 공부, 취업 직진 가능한 학교.
물론 이 학교가 아이와 맞나 살피는 게 핵심.
‘우리 땐 그랬어’ 편견도 버리고 살펴보세요.
“가서 엎드려 자더라도 인문계 (고등학교) 가서 자라.” 중학생 학부모가 자녀에게 한 말이다. 중학생 정도의 자녀는 아직 부모의 뜻을 거스르기가 힘들다. 공부로 성공하기란 쉽지 않을뿐더러 아이들에게 다양한 진로를 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게 교육계의 추세다. 하지만 부모 마음은 아직까지 ‘그래도 대학이 중요하며 다른 길을 가는 건 불안’하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미 특성화고가 주목을 받고 있다. 점수 맞춰 무작정 대학을 가기보다 원하는 분야를 찾아 내용을 깊게 배우고 싶은 학생이 늘어난 것이다. 특성화고란 산업현장에 필요한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한 학교로 개개인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교육을 한다. 현재 서울지역 특성화고는 70개교이며, 17개 교과군에서 260여개 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마이스터고는 졸업 뒤 반드시 취업을 해야 하는 데 반해 특성화고는 졸업 직후 대학 진학도 가능하다. 두 학교 모두 교육비를 100% 지원한다.
학생들 사이 ‘특성화고’ 주목받아
적성 분야 일찍 찾아 공부하면서
재직 3년 경력 쌓으면 대학진학도
일부 학교 입학 전 세부전공 정해
관심분야 면밀히 탐색해 지원해야
같은 날 성동공고 견학 프로그램에서 전자기계과 이병세 교사(맨 왼쪽)가 수업 실습 내용을 학부모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올해부터 전체 특별전형서 성적 반영 안 해
17일 서울 중구 성동공고에서 서울시교육청이 중학교 학부모 대상 진로연수를 진행했다. 성적으로 한 줄 세우기가 아닌 자녀의 흥미와 관심 분야를 고려한 진로지도를 할 수 있게 마련한 자리였다. ‘로봇과학시대, 우리 아이가 만날 미래’라는 주제로 한양대 한재권 산학협력중점교수의 특강이 끝나고 성동공고 견학이 이뤄졌다. 전자기계과, 컴퓨터응용기계경영과, 건축토목과 등 교사들이 전공 수업 내용이나 취득 가능한 자격증, 관련 취업 분야 등을 직접 설명했다.
학부모들은 “입학 뒤 전과나 복수전공은 안 되나”, “초·중학생 대상 학교 체험 프로그램은 없나”, “공고인데 여학생은 얼마나 있고, 생활하는 데 불편함은 없나” 등등 수업과 생활 전반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며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윤지영 교사는 “여학생이 절반인 학과도 있고 교내 여자 축구부도 운영 중”이라며 “1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데 학생이 직접 선택해서 들어온 아이들이 훨씬 잘하더라. 자녀가 미리 학과 체험을 한 후 결정하도록 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이날 성동공고 외 관내 40여개 특성화고가 교내 홍보 부스를 차려 학부모와 상담을 진행했다. 서울방송고 교사와 한참 이야기를 나눈 김소연(52)씨는 “중3 아들이 콘텐츠 쪽에 관심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에 빠져 일본어 공부만 한다”며 “일단 무조건 대학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특강을 듣고 상담해보니 그 생각이 조금씩 깨지고 있다. 영상뿐 아니라 제작·편집 분야도 알게 됐다. 아이와 방송·영상 관련 특성화고 입학설명회에 같이 가볼 생각”이라고 했다.
특성화고 입시는 일반전형과 특별전형으로 나뉜다. 일반전형은 고입석차연명부의 개인별 석차백분율을 기준으로, 특별전형은 학교별 전형요강에서 정한 기준에 의해 선발한다. 특별전형은 미래인재, 가업 승계자, 학교장 추천, 북한이탈주민 특별전형이 있으며 일부 전형은 중학교 내신 성적을 반영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부터 일반전형 외 모든 특별전형에서 성적을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특성화고 입학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좀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다른 지역 특성화고는 대부분 미래인재 특별전형만 교과 성적을 반영하지 않는다. 취업 혹은 창업 의지가 명확하고 성장 가능성을 지닌 학생을 지원해 취업 성공을 돕기 위해 만들었기 때문에 서류와 면접으로만 선발한다.
진로직업교육과 이화영 장학사는 “특별전형을 기존 35.5%에서 올해 72.5%로 확대했다. 학부모들은 매번 성적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심지어 교사도 ‘성적=적성’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기회를 염두에 두고 아이들을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진로연수에 참석한 정준래(48)씨는 “우리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지금의 특성화고가) 공고, 상고라 불리며 인식이 별로였던 게 사실이다. 중1 딸에게 다양한 진로를 제시하며 도움을 주고 싶어서 왔다”며 “특강을 들으면서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방향과 미래 다가올 시대의 방향이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특성화고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공부만 강요하기보다 애가 좋아하는 게 뭔지 주의 깊게 지켜볼 생각”이라고 했다. 부인 정지연(43)씨도 “이번에 특성화고 재직자 특별전형이란 걸 처음 알았다. 나중에 아이가 원할 때 대학에 가면 자신에게 필요한 공부라 더 열심히 할 거 같다”고 했다.
지원 앞서 관심학과 미리 체험해봐야
일부 특성화고는 입학 전 미리 세부 전공을 정해서 지원해야 한다. 학교에 다니다 적성에 안 맞는 경우 2회에 한해 일반고로 전학할 수 있다. 중간에 다른 전공으로 전과는 안 되기 때문에 학생의 적성에 맞는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1학년 때 공통학과를 모집해 운영한 뒤 2학년 때 세부 전공을 선택하도록 하는 학교도 있다.
전공학과에 대해 잘 모르는 학생을 위해 서울시 전체 특성화고가 매주 수요일 오후 학교를 개방해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학교 단위로 신청하면 따로 학과 체험도 가능하다. 서울시교육청은 전형기간 전까지 학과 체험을 확대해 진행할 계획이다.
중학교 때 자동차와 오토바이에 관심 많았던 신아무개군은 자동차과가 있는 특성화고에 진학했다. “학교가 대형 오토바이 회사인 할리데이비슨 코리아와 양해각서(MOU)를 맺어 방학 때 연수를 받았다. 현장실습을 하며 나의 적성과 진로가 오토바이 정비와 튜닝 분야에 맞는다는 걸 확실히 깨달았고 열심히 배워 현재 그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2016학년도 특성화고 졸업생의 취업률은 54.7%이며 진학률은 28%다. 특성화고 학생이 대학을 가는 방법은 크게 ‘특성화고 동일계 특별전형’과 ‘특성화고 등을 졸업한 재직자 특별전형’ 두 가지다. 동일계 특별전형은 졸업 후 특성화고 세부 전공과 같은 계열의 대학 학과에 수시 지원할 수 있다. 모집 대학을 미리 알아봐야 하며, 일부는 수능 최저기준을 제시하는 곳도 있기 때문에 평소 성적 관리가 필요하다.
류장경 성동글로벌경영고 교감은 “재직자 특별전형은 수능시험 없이 특성화고 졸업 후 3년 이상 재직한 사람에 한해 지원할 수 있으며 보통 정원 외로 선발한다. 이 학과의 경우 야간이나 주말, 온·오프라인을 연계해 강의를 진행하기 때문에 일과 병행하면서 공부할 수 있다”고 했다. 재직자 특별전형은 2013년 전체 5%에서 2016년 8%로 점차 확대되는 추세며, 2017학년도에는 71개교에서 4629명을 선발했다. 2018학년도 서울시내 대학 특성화고졸 재직자 전형 모집요강을 보면 건국대·경희대·고려대·중앙대·한양대 등에서 학생을 모집한다.
2018학년도 서울지역 특성화고 입학원서 접수 기간은 특별전형이 11월27일(월)부터 28일(화)까지, 일반전형은 12월4일(월)부터 5일(화)까지다.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 특성화고는 전형 일정이 다르니 관심 있는 학생은 미리 확인해야 한다.
글·사진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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