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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와이파이, 누가 발명했는지 아세요?”

등록 2017-10-16 19:45수정 2020-02-28 09:32

[함께하는 교육] 여성공학도 멘토링 프로그램
지난달 23일 이화여대 이시시(ECC)홀에서 공학도를 꿈꾸는 여학생을 대상으로 ‘위-업 데이’가 열렸다. 공과대학을 졸업한 멘토들이 진행한 ‘시스터 버스커’ 프로그램 시작 전 진선여중 과학탐구반 학생과 교사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김지윤 기자
지난달 23일 이화여대 이시시(ECC)홀에서 공학도를 꿈꾸는 여학생을 대상으로 ‘위-업 데이’가 열렸다. 공과대학을 졸업한 멘토들이 진행한 ‘시스터 버스커’ 프로그램 시작 전 진선여중 과학탐구반 학생과 교사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김지윤 기자

“대박. 와이파이(Wi-Fi) 발명가가 여성이었다고요?”

지난달 23일 이화여자대학교 이시시(ECC)홀에서 진행된 여성공학인재 양성 사업 ‘위-업 데이’(WE-UP DAY) 현장(이하 위업데이). 이 행사에 참여한 진선여자중학교 과학탐구반 학생들이 입을 모아 외쳤다. 1학년 배지은양은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같은 무선통신 기술의 핵심 원리를 고안해 특허 출원한 발명가가 여성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했다.

“여자는 국어, 남자는 과학 배워야”

시대 변했지만 과목 성별구분 여전

선배 공학도들 여성 후배 대상으로

전공 소개 및 멘토링 프로그램 열어

산업 현장 견학하며 진로 고민도 해

‘무인차 엔지니어’ 등 꿈 구체화하기도

여성 공학도와 중고생들의 만남 ‘위-업 데이’

와이파이의 발명가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미국 유명 배우이자 공학자였던 헤디 라마. 헤디가 발명한 주파수 도약과 대역 확산은 현재 와이파이 기술의 근간을 이룬다. 지난해 3월 마이크로소프트가 ‘여성의 날’을 맞이해 유튜브에 공개한 ‘당신은 무엇을 만들 것인가’ 영상은 전세계적인 호응을 끌어냈다. 이 영상에는 자동차 와이퍼, 인공위성 추진기, 레이저 백내장 수술, 화력안전소재 등을 발명했지만 우리가 몰랐던 여성 공학자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위업 멘토’로 참여한 서울여자대학교 컴퓨터학과 3학년 이예린씨는 “대학에 올라와 데이터 통신과 네트워크 등을 배우면서 지금까지 초·중·고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았던 ‘여성 발명가’에 대해 많이 알게 됐고 동기 부여가 됐다”며 “공학도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이공계 전공을 설명해주고 멘토 활동을 하고 싶어 나오게 됐다”고 했다.

위업데이는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주최하고 여성공학인재양성사업단(이하 사업단) 등이 주관한 행사다. 중고생을 비롯해 공학 분야에 관심 있는 대학생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진선여중 학생들은 ‘알쓸공잡’(알아두면 쓸데 있는 공학전공 잡학사전), 공학 분야 진로 탐색 토크콘서트 ‘시스터 버스커’(Sister Busker), 공학 아이디어 경진대회, 여성 공학인의 드라마 ‘공드’ 등에 참여하며 평소 관심 있던 이공계 분야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진선여중 임승연·장정희 교사는 “방과후 활동 등을 통해 과학 교과 실험을 진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배 공학도’를 만나고 진로를 고민해볼 수 있는 자리가 있다고 해 참가하게 됐다”고 했다.

특히 학생들은 일상생활의 여러 가지 문제를 참신하게 해결한 ‘공학 아이디어 경진대회’에 관심을 가졌다. 대회 부스를 둘러보던 1학년 신교연양은 “머릿속으로 상상하기만 했던 항공기 시뮬레이터, 뇌파로 가는 자동차, 로봇 팔 등을 직접 만져보고 설명을 들으니 재미있었다”며 “대학생 언니들이 연구·활동하고 있는 모습이 멋지다”고 했다.

1학년 박신영양은 “로켓을 날리고 로봇과 가위바위보 등 게임을 하는 게 신기했다”며 “시스터 버스커 토크콘서트에서 건축사, 연구원으로 활동하는 공학 멘토 선생님들 이야기를 들으며 이공계열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토크콘서트 시작 전에 ‘여성 공학인은 ○○○다’를 피켓에 써보고 다 같이 외쳐보니 자신감이 생겼어요. 저는 ‘여성 공학인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라고 썼어요!”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전자전기공학과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문주형씨는 이날 시스터 버스커 무대에서 “공학 분야는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는 ‘개척의 영역’이다. 끈기를 갖고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라며 “‘여자는 쉽게 포기한다’ 등 고정관념이 만들어놓은 편견은 가볍게 무시하라”고 강조했다. “대기업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학교로 돌아온 이유가 있습니다. 공학의 세계를 더 깊게 탐구하고 싶었기 때문이죠. 각종 실험을 무수히 반복한 뒤 얻는 성공의 기쁨을 알고 싶다면 공학 전공에 도전해보세요.”

연구소·산업현장 방문해보는 ‘케이-걸스데이’

교육 현장에서 ‘남학생은 공대, 여학생은 인문대’ 등 선입견을 바탕으로 한 진로 지도는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과학을 가르치는 진선여중 임승연 교사는 “적성과 진로에는 ‘성별’이 없어야 한다. 교육 과정에서 남학생은 과학·수학, 여학생은 국어·영어로 가르는 등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여성 공학인재를 양성하고 지원하는 프로젝트로는 ‘케이(K)-걸스데이’ 사업(이하 케이-걸스데이)도 있다. 올해 행사 4회째다. 이 행사는 독일이 2001년부터 하고 있는 ‘걸스데이’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물리학 박사 출신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05년 당선 뒤 매년 4월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여학생들을 이끌고 산업 현장을 방문한다. 만 10살부터 대학생까지 11만명에 이르는 여학생이 기술 현장 1만여곳을 방문하는데, 이 프로그램이 시행된 뒤 실제 여학생의 공학계열 진학 비율이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 케이-걸스데이는 지난달 7~8일 전국 124개 산업 현장에서 진행했다. 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원장은 “이틀 동안 2100여명의 여학생이 기업 연구소, 산업 현장 등을 찾아 공학 적성을 발견하고 진로를 탐색했다”며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기업 총 300여곳과 6000여명의 학생이 참가했으며 독일과 같이 매년 공학계열로 진학하는 여학생 비율이 증가하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했다. 이 사업의 단체 및 개인 신청 정보는 누리집(www.k-girlsday.kr)을 참고하면 된다.

과학관·박물관 방문하며 과학과 친해져봐

정의여자고등학교 2학년 송지윤양은 최근 ‘무인자동차 엔지니어’라는 꿈을 더 확실히 갖게 됐다. 케이-걸스데이에 참여한 뒤부터다. 송양은 “중학생 때 자동차 개발 연구소로 직업체험을 다녀온 뒤 흥미가 생겨 지금까지 자동차 관련 박람회·전시회 등을 꾸준히 찾고 있다”며 “무인자동차에 적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싶었는데, 케이-걸스데이 멘토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송양은 “친한 중학교 선배가 마이스터고등학교에서 무인자동차를 공부해, 졸업 뒤 엔지니어로 취직해 꿈을 이뤘다”며 “먼저 공학도가 된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토크콘서트를 찾아다니고 성공한 여성 리더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인생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보기도 한다”고 했다. “커다란 자동차를 움직이는 건 작은 소프트웨어라는 게 정말 매력적이에요. 앞으로 ‘무인자동차 스터디’를 만들어 친구들과 공부한 것을 나누고 싶어요.”

올해 케이-걸스데이는 8명의 대표 멘토를 위촉하고 공학·자연계열 여학생들의 꿈을 응원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초대 원장을 지내고 ‘올해의 여성 과학자상’(2007), ‘대영제국 지휘관 훈장’(2014) 등을 받은 정희선 충남대학교 분석과학기술대학원장은 ‘호기심과 성장’을 강조했다. 정 원장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현상, 일상적인 물건 등을 볼 때도 호기심을 가진 채 ‘왜?’라는 질문을 늘 해봐야 한다”며 “과학은 자주 접하고 체험해보면 쉬워진다. ‘상대성 이론’ 등을 다룬 두꺼운 책도 필요하지만, 일단 주변 과학관과 박물관에 방문해 주도적인 마음으로 과학을 대해보라”고 권했다. “여학생이 과학·수학에 관심이 없다거나 못한다는 건 미신에 가까운 편견입니다. 과학수사, 로봇공학, 법의학 등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가 있다면 꿈으로만 남기지 말고, 자신의 현실로 끌어들이세요. 노력하고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분명히 기회가 있습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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