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라! 내 공부법 44. 메타인지 학습법
바야흐로 공부의 신(이하 공신)의 시대입니다. 청소년 베스트셀러에도 공부 기술을 알려주는 책들이 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텔레비전, 인터넷 등 각종 매체에서도 다양한 공신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죠. “처음부터 공부를 잘한 건 아니었다”는 공신들의 체험담을 들으면 나에게도 희망이 있다는 생각과 함께 공부 욕구가 불끈 솟아오릅니다.
그런데 평범한 학생이었다던 공신은 왜 말 그대로 ‘공부의 신’이 되었는데 여러분은 아직도 인간계에 머무르고 있을까요? 감명받은 공신의 공부법을 열심히 실천하고 있는데 말이죠. 공신보다 지능이 나빠서일까요? 아니면 의지가 부족해서? 해답의 실마리를 요즘 많이 나오는 ‘메타인지’라는 단어에서 찾아보겠습니다.
‘메타인지’는 자신의 인지 과정에 대해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자각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합니다. 개념이 알쏭달쏭한가요? 그럼 메타인지와 관련한 실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각각 공부를 매우 잘하는 학생들과 평범한 학생들이 제한된 시간 안에 영어 단어를 외우는 실험에 참여했습니다. 참가자 대부분 비슷한 수의 단어를 기억했죠. 우리 선입견과 달리 상위권 학생들의 기억력이 월등하게 뛰어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상위권 학생들은 자신이 몇 개 단어를 외워 쓸 수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즉 두 집단의 차이는 기억력의 월등함이 아닌 자신의 능력치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있는가 없는가에서 갈렸다는 겁니다.
이제 공신들이 공신이 될 수 있었던 이유를 찾으셨나요? 바로 자신의 능력을 객관화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는 방법 역시 찾아낼 수 있었던 겁니다. 자신의 인지 능력, 공부 습관 등을 하나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공신의 방법을 따르면 당연히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겠지요. 한 친구는 공부법 열풍에 대해 씁쓸한 이야기를 들려주더군요.
“공부법도 유행처럼 따라 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아침형 학습법’이 유행했을 때, 친구들과 일찍 등교해 공부를 해보겠다고 모임까지 만들었는데, 몇 번 하다 흐지부지됐죠. 오히려 너무 일찍 일어나서 수업시간에 조느라 집중을 못 했어요. 이런저런 공부법 책을 읽으면 굉장히 효과가 있어 보이니까 이것도 조금, 저것도 조금 시도해보게 되죠. 하지만 정작 제 방법은 못 찾았습니다.”
곧 중간고사 시험 결과가 나올 텐데요. 원하는 결과가 안 나온 학생들은 실망감이 클 겁니다. 특히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는데 점수가 나오지 않으면 더 크게 실망하고 자책하게 되죠. 그런데 이 ‘열심히 공부했다’는 것이야말로 상당히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평가일 수 있습니다. 책상 앞에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고 해서 공부가 제대로 된 건 아니라는 겁니다.
흔히 심리학자들은 지식을 두 가지로 나눕니다. 첫번째는 내가 알고 있다는 느낌은 있지만 설명할 수는 없는 지식이고, 두번째는 알고 있을 뿐 아니라 남에게 설명할 수 있는 지식입니다. 진정한 공부는 두번째 지식을 늘려가는 과정입니다. 그러므로 배운 걸 설명하는 습관을 통해 자신이 어떤 개념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또 성적이 잘 안 나온다고 무작정 과외나 학원 등 사교육에 의존하는 건 추천할 만한 대안이 아닙니다. 자신의 공부법, 문제점에 대한 객관적인 진단 없이 학원에 간다면 역시 큰 효과를 보지 못할 확률이 높습니다. 내 공부를 하면서 보완할 점이 생겼을 때 그에 맞는 사교육을 선택해도 늦지 않습니다.
나도 공신이 될 수 있느냐고요? 여러 번 말한 것처럼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1인칭 관찰자 시점’입니다.
박소정(<중학생 공부법의 모든 것>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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