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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장애·비장애 학생 함께 배우면 ‘편견’이 ‘이해’로 바뀝니다

등록 2017-10-09 19:56수정 2020-02-27 15:54

[함께하는 교육] 통합교육 현장을 가다
지난달 28일 경기 수원시 중앙기독초교 학생들이 ‘놀이 시간’에 다 같이 어울려 풍선게임을 하고 있다.(사진 위) 중앙기독초 송명숙 특수교사 제공 서울 성북구 종암중학교는 지난해 5월18일 학생수련활동을 열고 장애·비장애 학생들이 함께하는 신체활동을 진행했다. 종암중학교 제공
지난달 28일 경기 수원시 중앙기독초교 학생들이 ‘놀이 시간’에 다 같이 어울려 풍선게임을 하고 있다.(사진 위) 중앙기독초 송명숙 특수교사 제공 서울 성북구 종암중학교는 지난해 5월18일 학생수련활동을 열고 장애·비장애 학생들이 함께하는 신체활동을 진행했다. 종암중학교 제공

■ 이 주의 교육노트

‘집값 떨어질까봐’, ‘그냥 보기 좀 싫어서…’

특수학교 설립 반대 주민들 논리 궁색합니다.

막상 ‘내 지역 일’ 되면 입장 바뀔 수 있죠.

우리가 ‘틀림’과 ‘다름’을 잘못 배운 건 아닐까요?

다름에 대한 혐오, 왜 문제인지도 배워야 알죠.

통합교육은 차이·존중 배우는 인성교육입니다.

전문가들 “가장 이상적인 건 통합교육”

일반교육과정서 장애인 함께 공부

장애학생 눈높이 배려한 수업교안 고민

‘모둠 리더’ 등 경험하게 해주기도

비장애 학생들 시혜적 태도 사라져

편견 버리고 “모두 친구” 공감대 형성

최근 서울 강서구에 있는 옛 공진초등학교 자리를 놓고 이 지역에 부족한 장애인 특수학교를 설립해야 한다는 의견과 지역 발전을 위해 국립한방병원을 세워야 한다는 주민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이번 일을 계기로 장애인을 ‘혐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태도와 사회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특수학교 설립 넘어 통합교육 어떨까

특수교육 전문가들은 “특수학교 신·증설 등을 통해 장애학생이 교육받을 권리를 누리는 건 매우 당연한 말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가장 이상적인 건 ‘통합교육’”이라고 입을 모은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2조 6항에 따르면, ‘통합교육’이란 특수교육 대상자가 일반학교에서 장애 유형, 장애 정도에 따라 차별받지 않고, 또래와 함께 개개인의 교육적 요구에 적합한 교육을 받는 것을 말한다.

경인교육대학교 특수(통합)교육학과 김수연 교수는 “장애 체험 등 ‘불편함’을 느껴보게 하는 일회성 교육 방식보다, 한 교실에서 생활하며 장애·비장애인 모두 사회 구성원임을 이해하게 하는 통합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핀란드 등 교육 선진국에서는 장애학생을 일반 교육과정 안으로 최대한 수용해 통합교육을 진행합니다. 함께 어울려 사는 법을 어린 시절부터 깨닫게 하는 것이죠. 특수교육 대상자 등 모든 학생을 위한 통합교육 체계를 구축해 공교육 현장에 안착시켜야 합니다.”

“친구와 저의 다른 점은 ‘장애’뿐이잖아요”

“선생님! ○○는 발달장애가 있어요. 지금 잠깐 자기도 모르게 ‘돌발 행동’을 한 거니까, 시간을 조금 주시면 저희가 잘 달래줄게요.”

경기 수원시 중앙기독초등학교 송명숙 특수교사는 20년 넘게 통합교육을 진행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으로 한 학생이 했던 이 말을 떠올렸다. ‘완전통합교육’을 지향하는 중앙기독초는 한 학급에 1~2명의 장애학생이 함께 공부하는데, 초등학교 입학 순간부터 같은 반에 장애를 가진 친구가 항상 있다. ‘장애·비장애 학생이 함께 호흡하고 배우며 살아가는 것’이 이 학교 공동체의 문화다.

1학년 때부터 같은 교실에서 생활해온 아이들은 5~6학년쯤 되면 오히려 새로 담임을 맡은 교사에게 장애학생에 대한 ‘안내’를 해주기도 한다. 이 학교 6학년 정세민군은 “6년 동안 매일 같이 공부하고 놀아온 친구다. 장애는 그 친구와 저의 ‘다른 점’일 뿐”이라고 했다. 이렇듯 중앙기독초 아이들에게는 장애가 있는 친구들이 전혀 불편하거나 낯선 존재가 아니다.

중앙기독초는 완전통합교육을 위해 부모 교육도 철저히 진행한다. 입학을 원하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장애·비장애 학생이 어우러지는 통합교육에 대한 안내뿐 아니라, 장애 관련 추천 도서를 읽은 뒤 모여 90분에 걸쳐 통합교육 세미나도 진행한다. 송명숙 특수교사는 “장애가 왜 생겼는지, 장애인이 어떤 학습과 일을 할 수 있는지 등을 학부모에게 알려준다. 입학 전 필수과정”이라며 “완전통합교육을 통해 비장애학생들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 등 교육 효과도 함께 알리고, 학교의 방침을 자세히 설명한다”고 했다.

현재 한 학급당 정원은 28명. 이 가운데 장애학생 1~2명도 ‘당연히’ 포함된다. 송 특수교사는 “보통 교실 정원 ○○명, 특수학급 ○명으로 표기하는데, 우리는 교실 정원 28명에 장애·비장애 학생 모두의 이름이 들어 있다”고 했다. ‘우리 학급 학생 가운데 장애가 있는 아이가 있을 뿐’이라는 인식에서부터 통합교육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수업수정회의’와 ‘협력교수제’를 통해 통합교육 내실도 다지고 있다. 수업수정회의는 1학년 5학급 기준으로 일반학급 교사 5명과 특수교사 1명이 다음주에 이뤄질 수업에 대해 꼼꼼하게 의논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장애학생이 사용할 수업 교안 및 자료를 눈높이에 맞춰 수정하거나, 현장학습을 갈 경우 다 함께 참여할 방법을 찾고 예상되는 문제 등을 충분히 시뮬레이션해보는 것이다. 송 특수교사는 “장애학생도 비장애학생과 함께 수업받았으니 평가가 필요하다. 그 학생에게 맞는 평가방식을 교사들이 고민하고 수업 현장에 적용하는 과정을 통해, 모든 아이들이 평등한 교육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장애이해교육’은 보통 학교에서 연간 2회 이뤄지는데, 중앙기독초는 국어 등 교과와 접목한 융합수업의 형태로 연간 30회 진행한다. 이를 ‘협력교수제’라고 한다. 이렇게 일주일에 학급별로 한 시간씩, 일반교사와 특수교사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팀티칭’을 진행하면 비장애학생과 장애학생은 한글 교육부터 각 단원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까지 다양한 시각을 배우게 된다.

‘그날의 놀이 친구’라는 프로그램도 아이들끼리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방식 가운데 하나다. 송 특수교사는 “쉬는 시간에 장애·비장애 학생들이 모둠을 짜서 간단한 보드게임도 하고 또래 관계 맺는 법 등을 배울 수 있다”며 “초등 시절에는 놀이를 통해 사회성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데, 교사의 지도·중재와 수업 계획 안에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함께 어울린다”고 했다. “장애학생은 모둠놀이를 통해 학교생활에는 규칙과 순서가 있다는 것을 배웁니다. 비장애학생은 ‘저 친구가 공부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놀이 시간에는 눈빛을 반짝이고 웃는 표정을 짓는다’ 등을 느끼며 각자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이 따로 있음을 자연스레 체화하는 겁니다.”

서울 성북구 종암중학교는 지난 4월20일 ‘더불어 함께하는 굿 프렌드’ 발대식을 열고 또래도우미 활동을 시작했다. 종암중학교 제공
서울 성북구 종암중학교는 지난 4월20일 ‘더불어 함께하는 굿 프렌드’ 발대식을 열고 또래도우미 활동을 시작했다. 종암중학교 제공

서울 종암중, 장애학생 또래도우미 활동

서울 성북구 종암중학교는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에서 진행한 ‘통합교육 중점학교’ 프로그램을 마친 뒤 올해도 ‘굿 프렌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굿 프렌드는 또래도우미 활동으로, 장애학생 개개인의 학습과 활동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4월20일 ‘굿 프렌드 발대식’을 열고 장애학생 11명과 통합학급 담당 굿 프렌드(비장애학생) 11명이 함께 손을 맞잡고 운영 중이다. 신창진 교장은 “지난해 통합교육을 경험한 뒤 학교공동체 구성원의 노력과 지지를 바탕으로 올해도 발대식을 열었다”며 “비장애학생의 인성교육은 물론 장애학생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서도 필요한 게 통합교육”이라고 강조했다.

굿 프렌드의 활약은 학교생활 곳곳에 녹아 있다. 가깝게는 장애학생과 보건실에 동행하며 아픈 곳을 물어보거나, 칠판에 함께 알파벳을 써보며 영어 공부를 하는 등 활동은 소소하지만 다양하다. 최근에는 3개월 동안 비장애학생의 꾸준한 노력으로 장애학생이 알파벳 대문자를 ‘마스터’했다.

함께 교육받으니 장애를 가진 친구를 대할 때도 시혜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이 학교 3학년 엄소윤양은 “무조건 내가 도와줘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다운증후군인 내 친구는 기쁠 때는 엄청 기쁨을 표현하고, 슬플 때는 갑자기 슬퍼하기도 한다”며 “‘도대체 왜 그래?’라고 이유를 따져 묻는 건 편견일 수 있다. 장애라는 작은 차이가 있을 뿐 우리와 전혀 다를 게 없다”고 했다. 3학년 하신범군도 “국·영·수 과목을 같이 듣다가 친구가 개별활동(특수학급)을 하러 가면 오히려 허전한 느낌이 든다. 한 교실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배려하는 마음, 책임감도 생겼다”고 했다.

자유학기제 수업으로 ‘만들기를 통한 감성치료’를 진행하는 한민숙 특수교사(기간제교원, 특수교육총괄)는 “리본·비즈 공예 등을 지도하면서 장애학생이 한 모둠의 ‘리더’를 맡기도 한다. ‘장애가 있지만 재단을 잘하는 친구’ 등 장애학생도 잘하는 분야가 반드시 있다는 것을 학생들이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학생들도 ‘장애는 고정된 게 아니라 편견이 없어지면 더이상 장애가 아닌 게 된다’는 것을 통합교육을 통해 깨닫게 됩니다. 부모세대가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한 장애인 관련 교육, 이제 우리 아이들이 배우면서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정신’을 키울 차례입니다.”

‘마음으로 보는 세상’ 등 방문형 통합교육도

장애 이해 및 인식 개선을 통해 학교 현장에 통합교육 분위기를 조성하는 ‘방문형 프로그램’도 있다. 서울시중부교육지원청 특수교육지원센터(이하 센터)는 올해 상반기에 ‘찾아가는 시각장애 이해교실-마음으로 보는 세상’을 진행했다. 관내 유치원 및 초·중·고교 20개 학급을 찾아 저시력 안경 체험, 점자 익히기, ‘흰 지팡이’ 체험하기 등 활동을 통해 시각장애 학생의 입장에서 세상을 보는 법을 경험하는 것이다.

센터 나미정 교사는 “오는 11월17일까지 ‘찾아가는 미술교육’도 진행한다. 조형 요소와 원리 탐색 등 장애·비장애 학생을 아우르는 다양한 통합교육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학생, 학부모, 교사를 대상으로 맞춤형 상담을 하고 있어요. 진로교육을 위한 또래모임 프로그램 등을 마련해 교실 안팎에서 통합교육이 가능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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