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다옥 교사의 사춘기 성장통 보듬기
“엄마, 나처럼 공부는 못하는데 날라리도 아닌 애들은 어떤 고등학교로 가야 하는 거야?” 지인이 중학생 아들이 말한 거라며 들려준 얘기다. 아, 정말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공부를 잘하거나 특별한 재능이 있어 두각을 드러내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아닌 아이. 평범한 이 아이들을 놓치고 있을 때가 많다.
아이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뭐였을까? ‘엄마, 나는 공부도 못하고 특별한 재능도 없고, 자신감도 없어. 이런 내가 앞으로 제대로 살 수 있을까? 아무것도 아닌 찌질한 사람으로 사는 거 아냐? 쓸모없는 그런 사람으로 살아서 뭐 해? 아무것도 할 것도 없고, 할 자신도 없는데 어떡하지? 이런데도 나 정말 괜찮은 사람 맞아?’ 대충 이런 말은 아니었을까?
중학생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공부나 성적으로 평가를 받는다. 그 외의 것으로 제대로 된 인정을 받기는 참 어렵다. 부모도 아이가 80점대 중반, ‘B’ 정도의 성취도 수준을 받아 와도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유년기에는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해줬고, 필요하다 싶은 사교육도 받게 했는데 빼어난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게 수용이 안 되는 것이다. 절대 낮은 성적은 아니지만 ‘충분하지 않은’ 성적이다. 모든 아이가 다 공부로, 시험 성적으로 1등 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포기하기 어렵다. 1등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아이가 ‘잘하는’ 수준이길 바란다.
지금 우리나라 교육 분위기에서는 무난하고 평범한 정도로는 자신이 중요한 사람임을, 있는 그대로도 괜찮은 사람임을 확인받기 어렵다. 그래서 아이들은 외롭고 슬프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재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니 더 극단적인 행동도 쉽게 한다.
만약 내 아이가 공부를 잘하지도 못하고 특별한 재능이 있는지도 모르겠다면, 성적으로 평가하는 줄서기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면 부모로서 반드시 챙길 것들이 있다.
무엇보다 사소한 행동 특성이나 태도, 성품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남달리 잘하고 특별한 것만이 장점이 아니다. 또한 단점만 있는 사람은 없다. 장점을 찾아주는 연습이 필요하다. 상담·인성프로그램 가운데 ‘장점 찾기’가 있다. 사소한 거라도 누군가의 장점을 말로 표현해주는 거다. “우리 ○○이는 어릴 때부터 인형이나 중요한 물건에 이름을 잘 짓더라”, “네가 써 준 편지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건데 넌 네 마음을 참 잘 표현해”, “친구들이 네 의견을 많이 묻는다고? 그건 네가 나름 공정하게 친구들 얘기를 잘 들어주니까 신뢰가 있어서 그런 거야”, “너는 쿠폰을 받으려고 뭘 더 하고 그러지 않더라. 어떤 보상 때문이 아니라 네가 관심 있는 건 스스로 찾아서 배우던데? 스스로 뭘 좋아하는지 잘 아는 것도 중요한 재능이야” 등등.
꿈과 진로 찾기가 강조되는 요즘, 아이 입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분야가 없으면 위축되기 쉽다. 부모가 먼저 수많은 세상의 일과 활동이 공부나 성적 또는 특정 재능 순으로만 배정되지 않는다는 걸 기억하면 좋겠다.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