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후 교사의 진로·진학 마중물]
정부는 외고·국제고·자사고 입시를 일반고와 동시에 시행할 예정이라고 지난달 30일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 핵심정책토의에서 발표했다. 일반고로의 전환은 희망 학교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하여 학교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것이며, 해당 학교에 대한 지원 방안도 검토한다고 한다. 이미 자율형 사립고인 광주 송원고, 대구 경신고, 울산 성신고 등은 일반고로 전환 절차를 밟고 있다. 외고·자사고가 일반고와 동시에 학생을 선발한다면 고입에 큰 파장을 불러올 것이 분명하므로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사안이다.
현재 고입전형은 전기고(과학고, 외국어고, 국제고, 예술고, 체육고, 마이스터고, 자율형 사립고, 특성화고, 일반고 특성화학과), 후기고(일반고, 자율형 공립고, 예술·체육·과학 중점학급)로 구분돼 있다. 현 고입선발의 문제는 선발 시기를 전기와 후기로 이원화했기 때문에 학교 서열이 자연스럽게 나뉘었다는 데 있다. 특목고, 자율고 등 전기 고등학교에 학생의 우선선발권을 부여했기 때문에 후기고인 일반고 학력 저하의 주범으로 지목된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이 구분을 없애고 같은 시기에 선발하겠다는 입장이다.
선발 시기를 일원화하면 고교 서열은 당연히 깨질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지원자가 원하는 외고·자사고에 지원했다가 떨어지면, 본인이 원하지 않는 고등학교에 진학해야 하므로 경쟁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외고·자사고는 1단계에서 일정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에서 면접, 자기소개서 등의 전형을 거친다. 이런 단계별 전형을 없애고 100% 추첨으로 학생을 모집하자는 주장도 있다. 즉, 고등학교의 선발권을 제한하고 모집권만 주자는 것이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렇게 되면 수월성·다양성 교육을 막는다는 것이다. 같은 시기에 선발하면 외고·자사고의 학생 수 감소에 따른 학급 수 감축이 예상되므로 외고·자사고도 정원감축 등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현재는 후기 일반고만 학급감축, 정원감축이 이뤄진다. 자사고도 과학고 수준으로 학급당 인원을 축소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이번 발표에서 빠진 과학고의 선발 문제도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과학고, 과학영재학교의 경우 수월성 교육을 인정해 예외로 둘 것인지, 고입 사교육의 큰 축인 이 학교들을 일반고와 같은 시기에 선발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이번 발표에서 빠져서 아쉽다.
시·도교육청마다 다른 일반고 배정 방식도 검토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1차 배정에서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50% 이상으로 통일해보라고 제안하고 싶다. 그래야 고등학교가 교육과정 편성 및 교육에 신경 쓸 수 있게 된다.
고입선발 일원화 문제는 고교유형 단순화, 내신 절대평가제, 고교 학점제와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 정부의 이번 고교체제 개선책이 기존의 입시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진로맞춤형 교육으로 전환하기 위한 플랫폼이 되길 바란다.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정책국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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