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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사설 속으로] 한겨레·중앙일보, ‘수능 개편 1년 유예’ 사설 비교해보기

등록 2017-09-11 19:23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수능 개편안 적용 1년 유예를 발표하고 있다. 교육부는 중장기 대입제도 개선에 대한 정책 연구를 바탕으로 내년 8월까지 2022학년도 수능 개편안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수능 개편안 적용 1년 유예를 발표하고 있다. 교육부는 중장기 대입제도 개선에 대한 정책 연구를 바탕으로 내년 8월까지 2022학년도 수능 개편안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권희정(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권희정(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한겨레 사설] 수능 개편 1년 유예, 교육개혁 공감대 확보 계기로

교육부가 논란이 뜨거웠던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을 31일 결국 1년 유예하기로 했다. 현재 중학교 3학년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수업을 듣되 수능은 지금과 같은 형태로 치르게 된다. 누더기식 입시제도 개선은 더이상 안 된다는 여론에 뒤늦게나마 교육부가 귀기울인 것으로, 다행이라 평가한다.

지난 정권에서이긴 하나 교육부가 올해 8월 수능 개편 확정을 수차례 약속해왔고 대입제도 3년 예고제가 있는 상황에서 유예 결정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10일 발표한 두가지 시안은 그대로 선택하기엔 결함이 너무 많았다. 하나는 풍선효과나 더 극심한 일부 과목 과잉경쟁을 불러일으킬 게 명약관화했고, 다른 하나는 공정성 논란이 큰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확대될 거라는 불안감을 잠재울 대책 등이 전혀 없었다.

교육부는 수능을 포함한 입시제도, 고교학점제, 내신 성취평가제, 고교체제 개편 등 교육개혁 방안을 내년 8월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대입정책포럼(가칭)을 만들고 국가교육회의에서도 논의하겠다고 했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이날 대입 전형 단순화와 학종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학종의 경우 도입 취지와 달리 비교과 활동에서도 ‘몰아주기’ ‘줄세우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큰 상황이다. 자녀들의 비교과 활동을 도와줄 수 없는 처지의 부모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말할 것도 없다. 섣부른 수능 정시 축소보다 학생부에 대한 신뢰 쌓기가 먼저다. 이를 위해선 학생부 기재 양식 변화뿐 아니라 교원들의 자질 향상과 자기 개혁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자사고·특목고의 일반고 전환 등 고교체제 개편과 내신 성취평가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누구나 과잉경쟁, 사교육 과열을 이성적으론 비판하지만 ‘내 자녀’가 우선인 게 현실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대학 서열 체제나 학벌사회 완화 없는 교육개혁은 환상이요, 탁상공론일 뿐이다.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 같은 정책이 제대로 정착하고 대학과 기업이 바뀔 때 학교 현장도 달라질 수 있다.

쉬운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수십년간 교육 적폐가 쌓여 가는데도 우리 사회는 교육의 역할이 무엇인지 전면적인 논의를 하지 못했다. 앞으로 1년을 그 계기로 삼자. 교육부는 한꺼번에 밀어붙이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귀기울이고 때로는 정면으로 설득해가며 차근차근 공감대를 확보하겠다는 자세로 나서길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 수능 개편 1년 유예, 새 교육의 틀 짜는 전환점 삼자

교육부가 어제 수능 절대평가 개편 시기를 1년 유예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현재 중3이 치를 2021학년도 수능부터 적용하려던 계획을 2022학년도(중2)로 늦춰 일단 교육현장의 혼란은 피하게 됐기 때문이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내년 8월까지 수능을 포함한 종합적인 교육 개혁방안을 다시 마련하겠다”며 “앞으로는 ‘불통의 교육부’가 아닌 ‘소통의 교육부’가 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수능 절대평가를 둘러싼 국민적 갈등과 혼란은 극심했다. 교육부가 불과 3주 전에 1안(일부 절대평가)과 2안(전 과목 절대평가)을 내놓고선 양자택일을 밀어붙였던 게 결정적이었다. 양쪽 모두 ‘풍선효과’와 ‘변별력 상실’이란 치명적인 단점을 드러냈지만 김 장관은 고집을 부렸다. 그러다 국민적 저항에 부닥쳐 항복 선언을 한 것이다.

수능 개편 유보는 혼란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창의융합형 인재를 키울 백년대계의 새 틀을 짜라는 국민의 엄중한 요구이기도 하다. 당장 내년 고1에 적용되는 문·이과 통합 교육 과정과 수능과의 엇박자 대책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교재가 바뀐 과목의 시험 범위와 수능에서 제외된 통합사회·과학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해 현장의 우려를 씻어 내야 한다.

그런 다음 수능과 맞물린 특목고·자사고·일반고 등 고교체계, 고교학점제, 내신 절대평가, 학생부종합전형을 망라한 개혁안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수능만 바꿔서는 결코 인공지능(AI) 시대를 살아갈 인재를 키울 수 없어서다. 그런 점에서 조만간 출범하는 수능 등 교육정책 조율기구인 ‘국가교육회의’의 역할이 중요하다. 균형감 있는 전문가를 참여시켜 철저한 자문과 검증을 맡겨야 한다.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는 이번 사태의 교훈도 되새겨야 한다. 모든 국민이 교육부를 지켜보고 있다.

[논리 대 논리]

‘학종 투명성 강화’ 강조한 한겨레…‘중3 학생 혼란’ 비판한 중앙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지난 8월은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을 두고 한 달 내내 뜨거웠다. 8월10일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수능 개편안 시안’을 공개하면서 31일에 최종안을 확정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애초 교육부가 제시한 개편 시안은 두 가지였다. 1안은 ‘일부 절대평가’로 일곱 과목 중 네 과목(영어, 한국사, 통합사회·통합과학, 제2외국어/한문)을 절대평가로 치르는 방식이고, 2안은 일곱 과목 모두 절대평가로 치르는 ‘전 과목 절대평가’다. 교육부는 양자택일의 의지를 밝혔지만,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두 가지 시안 모두 문제가 크다는 비판이 높았다. 결국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31일 ‘2021학년도 수능 개편’ 브리핑을 열어 수능 개편을 1년간 유예하고 2022학년도 수능과 고교체제 개편 등 폭넓은 교육개혁 방안을 내년 8월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절대평가 적용 범위 수준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교육개혁안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다. 교육부는 이번 수능 개편이 수능만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부 개선,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 기준의 투명성, 고교 학점제 및 내신 성취평가제 등 교육과정 정상화 방안과 연계되어 있음을 적극 수용하고 개혁안 마련을 약속했다. 안정적 논의를 위해 ‘대입정책포럼’을 만들고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 역할 강화도 약속했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한겨레는 교육부가 올해 8월 확정을 약속해왔기에 부담이 컸을 텐데도 여론 수렴의 자세로 수능 절대평가 개편 시기를 1년 유예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김상곤 부총리의 발표 내용 가운데 그동안 원성이 높았던 문제들의 대안을 하나씩 짚어 확인했다. 대표적인 것이 ‘대입 전형 단순화’와 ‘학종 투명성 강화’다. 학종이 확대됨에 따라 대학은 공정성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학교는 비교과 영역에서 상위권 학생 ‘몰아주기’와 ‘줄세우기’라는 비판 앞에 당당하지 못했다. 이에 더해 대입 전형이 복잡해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졌고 상대적 박탈감도 커졌다. 공교육이 대다수 학생의 상실감과 학부모의 부담감, 교사의 무력감을 높여온 터에 수능 개편안이 제시되어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교육부가 근본 개혁을 약속한 만큼 <한겨레>는 다른 교육 주체의 태도 변화도 당부했다. 교사에게는 자질 향상과 자기 개혁을, 학부모에게는 내 자녀 우선과 사교육 과열 성찰을, 대학과 교육부에는 대학 서열 체제 완화를, 기업과 사회에는 학벌 사회 탈출이 그것이다.

한편 중앙은 교육부의 개편안 유예 발표를 보며 ‘국민적 저항에 부닥쳐 항복 선언’을 한 것이라며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교육부가 초반에 두 가지 시안 중 양자택일하겠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고, 국민 의견 수렴 기간도 3주에 불과했던 점은 앞으로 지양해야 할 자세다. 중앙은 이번 개편안의 직접 당사자인 중3 학생들의 혼란과 우려에 특히 주목했다. 내년 고1부터 적용되는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이 수능과 엇박자를 내게 돼 학생들에게는 혼란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 있다. 또한 교육정책 조율기구인 국가교육회의에 ‘균형감 있는 전문가’ 참여를 제안한 것, ‘국민의 공감’을 강조한 것도 한쪽 의견에만 치우칠 것에 대한 경계를 담고 있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사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예견하고 있었다. 수능은 교육평가 가운데 입시제도의 한 요소이므로 개정안이 발표될 때 수능 개편안도 함께 발표되곤 했다. 그러나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이라 불리는 새로운 교육과정이 발표될 때(2015)는 수능 출제 방침을 밝히지 않고 2017년에 확정하겠다는 계획만 밝혔다. 2017년인 까닭은 교육부가 대입전형 변화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고자 수험생 기준으로 최소 3년 이전에 발표하도록 한 해이기 때문이다. 올해 중3이 그 당사자이다. 개정안 발표 이후 중학생들이 2년간 손 놓고 있어야 했기에 사교육 불안 마케팅이 활발해졌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또한 학교 수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평가는 수능인데도 학교 내 평가 방식만 언급한 채 수능을 별개로 분리한 것이 문제였다.

지난 8월 교사, 학부모, 대학 등은 네 차례 공청회가 진행되는 동안 저마다 입장을 제시하며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 미래 인재를 제대로 기르기 위한 교육과 수업이 정상화되고 적절한 평가 방식으로 이어지려면 교육 주체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많은 지혜가 공론의 장으로 모일수록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안도 더 탄탄해질 것이다.

권희정(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추천 도서]

지식사회와 학교교육

앤디 하그리브스 지음, 곽덕주 외 6인 옮김, 학지사 펴냄, 2011년

‘어떤 종류의 세계에, 무슨 명분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자 하는가?’를 스스로 묻고 답하는 책이다. 배움과 학습은 지적 몰입과 정서적 성장에서 발생한다. 불안정한 시대에도 학교가 배움을 얻는 공동체여야 하는 이유와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추천 도서]

학교 없는 교육개혁

데이비드 타이악, 래리 큐반 지음, 권창욱, 박대권 옮김, 박영스토리 펴냄, 2017년

학교 밖에서 주입한 교육개혁은 때로 반짝하기도 하지만 결국 실패한다는 사실을 1세기 동안의 미국 역사를 통해 보여준다. 교사가 개혁의 주체로 나서지 않는, 학교 내부로부터의 변화가 없는 교육개혁이 바로 학교 없는 교육개혁이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패러다임 전환 예고한 ‘패키지 교육개혁’

지난 8월31일, 김상곤 사회부총리는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을 1년간 유예한다고 밝혔다. 유예하는 까닭은 새 정부 탄생 이후 제한된 시간 안에 교원 간담회, 학부모 경청 투어, 권역별 공청회 등을 거치면서 이해와 입장의 차이가 첨예하였고 짧은 기간 동안 국민적 공감과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혼란이 예상되는데도 ‘학교 체제와 대입전형 전반’에 걸쳐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향도 제시하였다. 대책 마련의 범위는 수능 개편과 더불어 고교체제, 고교학점제, 성취평가제, 내신제도, 대입제도 등을 모두 아우를 예정이며, 고교교육 정상화 방안과 대입정책까지 포괄적으로 다룰 것을 약속했다. 예고한 정책 가운데 만만하거나 바꾸기 쉬운 쟁점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경쟁과 선발을 중심에 둔 교육 패러다임을 바꾸어서 미래 사회의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고 학생 성장 중심의 교육철학을 현장에 구현되도록 하겠다고 단언했다.

교육개혁은 국가사회적 요구도 폭넓게 성찰해야 하고 교육 내적 변화의 요구도 반영해야 한다. 사회가 요구하는 ‘역량 의제’ 안에 경제 성장과 더불어 공동체의 정의 가치도 중요하게 반영해야 한다. 학교에서 수행할 교육 과정과 방법 안에는 성공뿐 아니라 행복가치도 함께 녹아들어야 한다. 이 시점에 ‘소통의 교육부’ 지향은 가장 필요한 원칙이이고 그래서 더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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