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기를 끈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주인공 덕선이는 열심히 독서실에 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늘 잠을 잡니다. 그 공간의 이름은 공교롭게도 ‘자지 마 독서실’이었죠. 학창 시절 추억을 떠올렸을 기성세대와 달리 요즘 학생들은 드라마 속 장면이 참 신기했을 겁니다. 어두침침한 조명에 칸막이 책상만 가득했던 그때와 달리 요즘엔 세련된 인테리어에 각종 편의시설까지 갖춘 독서실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니까요.
여러분도 경험하셨겠지만, 공부 공간은 공부 능률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오랜 기간 공부를 해야 하는 학생들은 자신과 잘 맞는 공부 공간을 찾아내는 게 참 중요합니다.
학교 야간자율학습이 줄어들면서, 학생들이 제일 많이 선택하는 공간이 바로 독서실이죠. 그런데 독서실이 카페 못지않게 분위기도 좋고, 의지도 샘솟게 하긴 하는데 막상 기대만큼 공부가 안 된다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이번에는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는 ‘독서실 공부법’을 살펴보겠습니다.
독서실을 잘 선택하는 것부터가 전략입니다. 그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는데 단지 집에서 가까워서, 친한 친구가 다니자고 해서 무턱대고 등록하면 안 되겠죠. 직접 방문해서 내 공부 성향에 맞는 환경인지, 의자나 조명 등이 쾌적하게 느껴지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요즘 독서실에는 다양한 형태의 열람실이 있어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지나치게 조용한 곳이 싫다면 개방된 형태의 스터디룸이나 낮은 칸막이로 공간이 구분된 독서실이 적합합니다. 반면에 소음에 예민하거나 몰입해서 공부하는 걸 좋아하는 학생이라면 삼면이 막힌 책상이 좋습니다. 1인실 형태 독서실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인터넷 강의를 자주 듣는다면 인강 시청용 컴퓨터가 있는지도 체크해보세요.
내게 잘 맞는 독서실을 찾아서 등록했다면 이제 열심히 공부할 일만 남았습니다. 안타깝게도 독서실에 오래 앉아 있다고 공부를 많이 하는 건 결코 아니죠. 밀폐된 공간인데다 감시하는 시선마저 없다 보니, 공부하다 지루해지면 스마트폰으로 슬그머니 손이 갑니다. 아예 숙면을 취하다 화들짝 놀라 깰 즈음엔 친구가 찾아와 편의점에라도 가자고 유혹합니다. 컵라면 먹고 집에 가면 늦게까지 공부하다 온다고 안쓰러워하시는 부모님 얼굴 보기가 좀 민망합니다.
이런 유혹을 떨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2가지 있습니다. 바로 초시계와 일일 계획을 적을 플래너입니다. 일단 독서실 책상에 앉으면 무작정 공부를 시작하지 말고 플래너를 펴고 그날 할 일을 적으며 계획을 짭니다. 시각적 자극을 위해 접착 메모지에 적어 책상에 붙여두는 것도 좋겠지요. 목표의식이 있으면 훨씬 계획성 있는 공부가 가능할 테니까요. 그다음엔 초시계를 이용해 독서실에서 순수하게 공부한 시간만을 측정합니다.
“하교 후 독서실로 직행해 매일 밤늦게 집에 갔는데, 몸만 피곤하고 성적은 안 올랐어요. 생각하다 못해 공신들이 추천해준 초시계 공부법을 벤치마킹했죠. 공부에 집중한 시간만을 재봤더니 놀랍게도 3시간이 채 안 되더라고요. 충격을 받고 아예 공부 패턴을 바꿨어요. 1일 목표 시간을 정해 최대한 집중해서 공부하고 일찍 집에 가 휴식을 취하는 쪽으로요.”
한 대학생이 알려준 이 방법처럼 초시계를 이용하면 자신의 정확한 공부 시간을 알 수 있습니다. 독서실에서 정말 효율적으로 공부하고 있는지, 시간만 보내고 있는지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겁니다.
지금도 어느 독서실 한구석에서 졸고 있을 2017년의 덕선이가 있겠죠? 이제 잠 아닌 공부에 응답할 시간입니다.
박소정(<중학생 공부법의 모든 것> 지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