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연합교육단체 '교육함성' 학생들이 지난해 전주시청에서 '지역불평등 해소 강연'을 열어 이야기하고 있다. 교육함성 제공
‘(아이들의 고민을) 해결은 못하지만 해소는 시켜주자’, ‘적어도 무슨 공부를 하는지는 알고 대학에 가게 하자.’
‘교육함성’(교육으로 함께 성장)은 이런 생각을 품은 대학생들이 모여 만든 연합교육단체다. 지난해 8월 만들었다. 15~20개 대학 학생들이 참여해 현재 3기까지 꾸려졌다. 학교나 지역아동센터, 복지관 등을 찾아 청소년들에게 멘토링을 해주는 게 주요 활동이다.
이들이 모이게 된 이유는 ‘청소년들의 이야기에 공감해주기 위해서’다. 청소년 시절 꿈을 강요받고 의미 없이 공부만 하던 자신을 돌아보며 아이들과 함께 고민하고 길을 찾아주고 싶었다.
보통 교육봉사는 교사나 청소년지도사 등 교육 관련 전공자들이 많이 한다. 교육함성은 관광경영·기계공학·간호학·정치외교학 등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모여 있다는 게 특장점이다. 멘토링은 일주일 한번 10~12회차로 진행한다. 커리큘럼은 직접 연구팀을 꾸려 만들었다.
‘학습 멘토링’과 상담하듯 이야기 들어주고 교감하는 ‘정서 멘토링’, 함께 꿈을 찾아가는 ‘진로 멘토링’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공부법과 관련해서는 청소년 시절 각자의 공부 노하우를 공유해 과목별 학습 매뉴얼을 만들었다. 가장 효과적인 공부법을 알려주되, 학생 성향에 맞지 않는 경우 다른 방법을 제안한다.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청소년들과의 ‘정서적 교감’이다. 단순히 성적을 올리는 것보다 학생이 어떤 꿈을 꾸고, 그 꿈을 위해 어떻게 걸어가야 할지를 찾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멘토들의 청소년 시절 이야기를 들려줬다. 공부가 안돼서, 꿈이 없어서 방황했던 경험을 들려주며 ‘불과 얼마 전까지 우리도 너희와 똑같았다’는 걸 알려줬다.
처음에는 쭈뼛거리며 거리를 두던 학생들도 멘토들이 먼저 다가가자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진로 멘토링은 ‘명함 만들기’나 ‘가치관 경매’(자신이 중요시하는 가치관의 덕목을 경매 형식으로 알아보는 것), ‘버킷리스트 만들기’ 등 기존 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자신의 관심 분야를 찾고 진로를 구체화하는 과정이다.
장동완(관광경영학과 2학년)씨는 “학생들이 직업인 특강에 비해 대학생을 만날 기회가 적다. 대학에 들어가도 무엇을 배우는지, 졸업 후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고 했다. “실제 우리 학과에도 이름만 보고 입학한 뒤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 자퇴하거나 전과하는 애들이 있다. 그런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진로 멘토링 때 해당 전공에서 공부하는 내용, 취업 가능한 분야 등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멘토링에 참여했던 권민성(남강고 2학년)군은 “이전까지 대학을 왜 가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아무 의미 없이 하루하루 보냈다. 멘토를 만나 대학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관심 있는 진로를 함께 찾다 보니 목표가 생겼고 구체적으로 무슨 공부를 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조금은 알게 됐다”고 했다.
교육함성은 올해 남강고 학생들에게 공부법이나 진로 관련해 멘토링을 벌였다. 교육함성 제공
교육함성은 수도권 학교나 지역아동센터뿐 아니라 연평도, 백령도, 삼척 등에서 ‘지역 불평등 해소를 위한 강연 활동’도 벌였다. 상대적으로 멘토링 프로그램이 부족한 지역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상업적 목적이 아닌 순수한 의미의 활동이지만 어려움도 많다. 도서산간 등 먼 지방에 갈 때 교통비 등을 자비로 해결하기도 한다. 정윤옥(청소년지도학과 2학년)씨는 “멘토링이나 특강을 하려면 ‘서울대생을 끼워서 오라. 지방대생은 원치 않는다’고 대놓고 말하거나 ‘상담 자격증도 없는데 애들을 커버할 수 있겠냐’며 전문성을 의심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했다.
교육함성의 멘토링을 원하는 학교는 전자우편(
gwithedu@gmail.com)으로 연락하면 된다. 멘토들도 학생이기 때문에 교통비와 진행에 필요한 실비 정도만 받는다.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동시에 장애인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자 노력하는 대학생들도 있다. 시각장애인 동화구연가 팀인 ‘마음울림’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공연을 다닌다. 이들은 동화구연 자격증이 있는 전문가들이지만 대부분 이들의 활동을 봉사라고만 생각한다. 이들이 재능을 통해 수익을 내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발벗고 나선 학생들이 있다. 서강대 사회공헌 경영실천 동아리 인액터스의 ‘헬렌텔러’(헬렌 켈러+스토리텔러) 프로젝트 팀이다.
“시각장애인의 90%가 안마사로 일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동화구연 공연에 장애인식 개선 교육 내용을 포함하고 좀 더 짜임새 있게 구성해 경쟁력을 높이기로 했다. 유료 공연을 할 만한 곳도 적극 섭외에 나섰다.” 황지영씨의 말이다. 이들은 사회 취약계층의 장점을 활용해 비즈니스 모델 만드는 걸 돕는다.
처음 계획은 오디오북이나 데이지파일(목차를 구분 변환해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파일)을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부에서 비슷한 사업을 진행 중이기도 하고, 저작권 문제에 부딪혀 다른 사업을 찾아 나섰다.
올해부터는 초중고에서 1년에 한번 의무로 실시하던 장애인식 개선 교육이 유치원까지 확대됐다는 걸 알고 ‘이거다’ 싶었다. 이들은 서울시각장애인복지관에 연락해 시각장애인을 만났다. 황씨는 “장애인식 개선 동화를 찾은 뒤 출판사에 연락해 각색해도 되는지 양해를 구하거나 일반 동화에 직접 장애인식 개선 내용을 넣고 활동지를 만들었다”고 했다. 장애인식 개선 동화를 연구하는 복지관 동화구연 강사를 통해 감수도 받았다.
마음울림 팀의 공연은 아이들이 자신과 조금 다른 모습의 사람을 대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자연스레 깨닫게 해준다. 헬렌텔러는 직접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돌아다니며 홍보하고 특수교육지원센터에 요청해 일부 초등학교에 공문을 보내는 일도 한다. 아직은 홍보 차원이라 무료로 공연하고 있다. 한동준씨는 “동화구연 공연이 호응을 유도하는 부분이 많고, 중간에 함께 하는 ‘손 유희’는 반복적이고 재밌어서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했다.
공연을 통해 시각장애인이 스스로 변화했다는 점도 큰 보람이었다. 한씨는 “우울증이 있던 분이 동화구연을 통해서 사람을 만나고 공연하면서 극복했다. 복지관 관계자들도 처음 모집할 때와 달리 아이들을 대하면서 점차 밝아졌다”고 했다. 학생들은 “고맙다. 학생들만 믿고 간다”는 시각장애인들의 말을 들으며 동아리 활동을 넘어 좀 더 책임감 있게 일하게 됐다고 말했다.
헬렌텔러는 9월부터 수도권의 맹학교와 시각장애인복지관을 돌아다니며 공연에 나설 단원을 모집할 예정이다. 동화구연 수업을 서울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지역을 한정할 수밖에 없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필요한 홍보 및 공연 준비 자금을 크라우드펀딩 형태로 카카오 ‘같이 가치’와 ‘텀블벅’을 통해 모금 중이다.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lotus57@hanedu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