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다옥 교사의 사춘기 성장통 보듬기
방학이 끝나고 다시 만난 아이들은 여전하면서도 훌쩍 키가 커져 있다. 전보다 한층 더 밝아진 아이들도 있다.
짧았던 여름방학을 뒤로하고 2학기를 맞는 고민을 들어봤다. 가장 고민하는 내용은 공부와 친구관계에 관한 거였다. 공부와 관련해 공통된 얘기는 학원에 머무는 시간이 너무 길고, 숙제도 많고, 공부가 어렵다는 것. 친구관계 고민으로는 “친구들한테 치대고 안기고 하는 내 행동 때문에 아이들이 날 싫어할까 봐 걱정이다”, “친구들이 장난으로 하는 말이나 행동에 상처를 너무 많이 받는다” 등이 많이 나왔다.
사춘기 이런 고민에서 아이들이 더 배우고 익혀야 할 태도나 마음가짐을 짚어보게 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지금 내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마음가짐을 꼽아보자고 했다. 책임감, 열정, 자유로움, 자율, 여유로움, 도전, 용기, 초심, 인내, 긍정, 희망, 집중 등이 나왔다. ‘공부 고민과 관련한 해법으로 필요한 마음가짐이나 태도는 뭘까’도 물어봤다. 책임감, 열정, 자유로움, 자율, 여유로움, 도전, 인내, 초심, 집중, 희망 등이 있었다. 그 밖에도 긍정, 즐거움, 자긍심, 신중함, 우애, 직면, 성실, 바른 사고를 생활에서 실천하고 싶어 했다. ‘친구관계에 대한 해법’과 관련해선 용기, 표현, 존중, 배려, 예의, 강건, 친절함이 나왔다.
왜 그런 마음가짐을 선택했는지 이유를 들어보면 공부하면서 느끼는 피로함과 공부를 잘하지 못한다는 인식에서 오는 불안과 무능력함으로 지쳐 있다는 게 많이 느껴졌다. 관계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불안도 컸다. 아이들을 만나다 보면 더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고 싶고, 그러면서도 상대를 이해하고 화합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자신이 해야 할 것, 하고 싶은 것에서 책임감과 성실함을 갖고 싶고, 공부나 관계에서도 열정을 다하는 태도를 보여주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사실 이런 태도를 배우는 것도 공부고, 인생에서 중요한 경험이다. 한데 요즘 아이들한테는 시간이 너무 없다. 이론으로 가르치고 저절로 깨치길 바라기만 해서는 안 된다. 자신에게 어떤 태도나 마음가짐이 필요한지 생각하고 찾는 연습이 필요하다.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을 선택해서 눈으로 자주 보게 하는 훈련이 중요하다. 어떤 아이들은 필요한 마음가짐이나 태도와 관련한 단어를 적어서 핸드폰으로 찍어놓는다. 또는 종이에 그 단어와 거기서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림으로 표현해서 방 벽이나 자주 펼쳐 보는 수첩 등에 붙여놓기도 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특정 마음가짐에 해당하는 실천방안을 구체적인 문장으로 만들어보는 것도 좋다. ‘표현’을 예로 든다면, ‘친구에게 분명한 목소리로 내 생각 말하기’, ‘열정’은 ‘수업시간에 집중하고 숙제를 빼먹지 않기’,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고 일단 먼저 시작해보기’, ‘인내’는 ‘모둠 활동 때 다른 아이들이 생각하는 시간을 기다려주기’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하나둘씩 이렇게 생생하게 그리다 보면 어느새 그렇게 행동하게 된다. 기회를 주면 아이들은 곧잘 한다.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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