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한겨레 사설] 문무일 후보자, 이런 태도로 ‘검찰개혁’ 할 수 있겠나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가 2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검찰개혁 등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국회 상임위 출석 의사를 밝히는 등 과거의 총장 후보자들과 달리 개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검찰개혁에 대해선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 2천여명 검사들을 지휘하는 수장으로서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앞장서 설파해도 시원찮을 판에, “검토해보겠다”는 수준이라면 곤란하다. 취임 이후 검찰의 기득권을 내려놓자고 검사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검찰개혁은 시대적 과제가 된 지 오래다. 국민의 개혁 대상 1순위가 검찰이고, 지난 대통령선거 때엔 주요 후보들이 이구동성으로 검찰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문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개혁 공약에 동의하느냐는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질문에도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우려스런 대목이다.
제도 측면에서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법무부의 탈검찰화로 요약된다. 수사권 조정 문제는 노무현 정부 이래 이명박 정부에서도 시도된 바 있다. 노무현 정부 때엔 ‘불기소 의견 민생범죄에 대한 종결권’을 경찰에 부여하는 문제 등 검-경 사이에 상당 부분 의견이 접근되기도 했다. 문 후보자는 이날 수사권 조정을 하더라도 검찰의 직접수사와 특별수사 기능은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공수처 도입에 대해선 “더 효율적인 제도”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매우 소극적이고 미온적인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앞으로 박상기 장관이 이끄는 법무부와 개혁 강도를 놓고 마찰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검찰과 정치권력의 뿌리 깊은 유착, 끊임없이 터지는 내부 비리로 국민들의 인내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사실을 문 후보자는 깨달아야 한다.
일부에서 검찰의 인사권 독립을 주장한다. 그러나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믿을 만하다는 국민적 신뢰가 쌓인 뒤에나 생각해볼 일이다. 자정 기능조차 상실한 공룡기관의 막강 권한을 그대로 둔 채 인사권 독립 운운하는 것은 검찰 내부의 기득권 논리에 불과하다. 지금은 권한을 분산하고 민주적 통제 장치를 제대로 만드는 게 우선이다.
문무일 후보자는 검찰개혁이 시대적 화두가 된 상황에서 검찰총장을 맡겠다고 나선 이상, 이제라도 분명한 개혁 의지와 각오를 보여주길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 문무일,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직을 걸어라
검찰은 적폐 청산의 대상인 동시에 적폐 척결을 수행하는 집행자라는 이율배반적 상황에 놓여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무소불위 권력’의 검찰을 개혁 대상 1호로 지목하면서 힘을 빼겠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면서도 검찰의 독립성 훼손 논란에 불구하고 청와대 주도의 ‘반부패협의회’에 검찰총장을 참석하게 하는 등 사정 정국에 검찰을 전진 배치했다. 검찰은 하기에 따라 ‘정치 검찰’의 오명을 벗어던질 수도, 살아 있는 권력과 타협하며 기득권을 유지할 수도 있는 위험한 곡예를 요구받는 처지다. 새 검찰총장에게 거는 정치적 중립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이유다.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는 어제 인사청문회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투명성을 철저히 지키겠다”고 했다. 너무도 당연한 말인데도 솔직히 미덥지 않다. 당장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방산비리,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문건, 4대 강 사업에 대한 수사가 검찰을 시험에 들게 할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전 정부와 관련된 사건들이란 점에서 보복수사 논란을 어떻게 피해 나갈지 관심이다. 문 후보자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민생치안과 관련된 수사는 경찰에 이양하되, 수사지휘권과 거악(巨惡) 척결과 같은 사건의 직접수사권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제 불능의 권력’으로 불리는 검찰이 스스로 몸을 낮추라는 국민 인식과는 꽤 거리감이 있어 아쉽다.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문제의 협의 과정에서 전향적으로 나서길 기대한다.
문 후보자가 총장에 임명되면 적폐 청산을 위한 사정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청와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검찰이 화답하는 방식이라면 곤란하다. 새 총장은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공정성을 지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그 실천에 자신의 직(職)을 걸어야만 검찰을 살릴 수 있다.
[추천 도서]
[추천 도서]
[키워드로 보는 사설] 한국의 검찰총장 검찰총장은 검찰청을 대표하는 직위로 다른 외청장과는 달리 장관급이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의 후보자를 추천받아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국회는 임명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한다. 검찰총장은 검찰 조직상으로는 최고의 지위에 있으나, 신분적으로는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을 받게 되어 있다. 그런데 법무부 장관은 국무위원이고 정치적 공무원이므로 검찰사무가 정치적 영향을 받아 좌우될 위험성이 많다. 그리하여 이러한 정치적 영향을 방지할 목적으로 검찰청법 제8조에서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한다.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해 법무부 장관이 직접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간섭할 수 없게 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과 검사 사이에서 정치적 방파제로서의 지위와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과거에는 임명제였으나 1988년 12월 검찰청법에 의거해 임기제로 바뀌면서 첫 임기제 검찰총장이 같은 해 12월6일 취임했다. 임기는 2년이며 중임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피의자에 대한 기소 여부는 검사만이 결정할 수 있는 기소독점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경찰의 수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시할 수 있기 때문에 형사사건에 있어 검사는 초동수사부터 공판까지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이들을 지휘·감독하는 것이 검찰총장의 역할이다. 이렇듯 막강한 힘을 지닌 검찰 조직이니만큼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하면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게 되는데 한국의 역대 검찰총장 중에는 이런 사례가 적지 않았다. 검찰총장 수난사로 기록될 만큼 역대 검찰총장 중에는 다양한 이유로 국민의 지탄을 받거나 정치적 압력에 시달린 경우가 많아 임기를 다 채운 총장이 매우 드문 실정이다. 1948년 초대 권승렬 검찰총장 이래 문무일 신임 검찰총장은 42대 총장이다.
연재사설 속으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