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다옥 교사의 사춘기 성장통 보듬기
딸아이는 요즘 사춘기가 무르익은 모양이다. 겨드랑이 털이 부끄러워 짧은 소매 옷도 못 입고 체육시간에 팔도 제대로 못 들어 올린다. 게다가 자긴 왜 남자친구가 안 생기냐며 이런저런 불만이 많다. 반에 자길 좋아하는 남자애가 있는데, 걘 싫단다. 그 남자애 딴에는 우리 딸아이의 주번 활동을 도와주기도 하고 매사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며 시선을 마주치려고 하는 모양인데, 그게 하나도 안 먹히고 있다. 딸아이 말로는 못생기기도 했지만, 아침부터 ‘패드립’에 욕을 엄청나게 쏟아내는 거 보면 기분이 더러워진다고 한다. 그애로서는 호기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겠다만, 역효과가 엄청나다.
주변 초등 고학년이나 중학생 아이를 둔 엄마들 얘기를 들어보면 이성 교제와 성교육에 대한 관심과 걱정이 많다. 중학생 딸아이가 남자친구를 사귀고 있는데 귀가시간이 늦다며, 성교육을 해야 하는지 물어보는 쪽지를 받아본 적이 있다. 아마 그 ‘성교육’은 성관계에 관한 것을 말하는 게 아닐까 싶다. 아이가 고백받은 경우, 썸을 타고 있는 단계거나 이미 사귀고 있는 경우에 어떤 태도를 취하고 응대해줘야 할지, 조언을 해준다면 어떤 걸 다뤄야 할지 어렵다. 아이가 엄마에게 쉽게 꺼내놨다가도 엄마의 반응에 “앞으론 말 안 할 거다”, “엄마는 구식이야”라며 실망하는 경우도 많다.
이성 교제든 사춘기 성교육이든 결국 핵심은 자기 몸에 대한 관심과 존중, 관계에 대한 것이다. 우선 이 시기 증폭되는 몸에 대한 관심과 고민을 잘 이끌어주는 게 필요하다. 아이가 생리를 시작할 때 달력에 시작날을 표시해서 주기를 파악하게 하는 것도 좋다. 겨드랑이 털에 대해서도 제모제품을 써보게 도와주거나 제모 여부에 대한 찬반 의견도 있음을 함께 나눌 수도 있다. 아이가 자기 몸에 대해 열등감을 갖고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 쉬울 때인데, “그렇지 않아, 괜찮은데 왜 그래?”라는 부모의 반응보단 “그게 고민이 되는구나”라는 호응으로 시작하는 게 좋다.
사춘기 아이들은 친구와의 우정을 통해서도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지만, 성적인 관계를 통해 타인을 사랑하고 또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고 싶어한다. 이 지점이 사춘기 성교육에서 중요하게 다룰 부분이다. 단순히 성적 만족을 원하는 게 아니다. 관계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과정인 것이다. 물론 성이 쾌락과 함께 생명과 필수적으로 연관될 수밖에 없음을 가르쳐야 하는 것도 분명하다.
딸과 아들에게 성에 대한 남녀의 심리와 일반적인 오해에 관해서도 설명해줘야 한다. 딸에겐 착하고 좋은 남자친구라도 단둘만 있는 상황에서는 성적 충동이 강해진다는 것, 아들에겐 여자친구가 ‘노’(No)라고 할 때는 거절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강요하지 말 것 등을 말이다.
요즘엔 이성 교제에서 헤어짐에 대한 것도 잘 살펴줘야 한다. 이별했을 때 아픈 마음에 대한 충분한 위로가 필요하다. 또 상대가 먼저 마음이 달라졌을 때 나와 마음이 같지 않음을 수용하는 것도, 내 마음이 달라졌어도 나를 좋아해준 상대의 마음에 대해 인정하고 감사히 여기는 것도 필요하다.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게티이미지뱅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