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아시아 청년 사회혁신가 국제포럼’이 5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렸다. 조희연(둘째 줄 왼쪽 다섯째부터) 서울시 교육감과 양상우 한겨레신문사 사장, 조인동 서울시 일자리노동정책관이 포럼에 참가한 아시아 청년 혁신가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한겨레21〉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영어에는 ‘눈’을 뜻하는 단어가 6개 있다. 눈(snow), 심한 눈보라(blizzard), 눈사태(avalanche) 등등. 에스키모어에는 눈에 대한 단어가 47개나 된다. 단어는 관점과 차이를 드러낸다. 우리는 영어를 교육하지만 단순히 단어나 문법이 아니라, 세상을 ‘어떻게’바라보느냐를 가르친다.”
싱가포르에서 유명한 교육기관인 ‘스쿨오브소트’설립자인 통이는 학생들이 ‘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는 교육이 ‘좋은 교육’이라고 말했다. ‘스쿨오브소트’는 학습부진 학생들, 시민들을 상대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5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는 통이와 비슷한 고민에서 출발해 교육혁신에 나선 청년들이 모였다. 한겨레신문사가 주최하는 제4회 아시아 청년 사회혁신가 국제포럼의 올해 주제는 ‘청년이 바꾸는 교육의 미래’였다. 교육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풀리지 않는 심각한 문제다. 교육이 불평등 재생산 통로로 전락하는가 하면, 여전히 빈곤과 장애 등의 이유로 교육의 기회조차 박탈당한 아동, 청소년들이 있다. 한국, 일본, 타이, 말레이시아, 대만 등에서 교육 관련 사회적기업, 소셜벤처를 운영하는 사회혁신가 10여명이 연사로 나서 각자의 경험을 나눴고, 참가자 350여명은 앞다퉈 질문을 쏟아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아이티(IT)스타트업으로 꼽히는 ‘에누마’(Enuma)의 이수인 대표는 아이가 장애를 갖고 태어난 것을 알고난 뒤에 장애아동을 위한 학습용 게임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세상에는 아직도 읽고 쓸 줄 모르는 2억5천만명의 아이들이 있어요. 이 중 1억9천만명은 학교에 다니는데도 잘 배우지 못해요.” 에누마는 탄자니아 학교에 각종 교육 프로그램이 장착된 태블릿피시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타이 치앙마이 고산족 아이들을 위한 인터넷 교육 플랫폼을 개발한 사회적기업 ‘런에듀케이션’의 타닌 팀통은 “교육 문제 해결을 위해선 슈퍼히어로같은 영웅보다는 더 많은 손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덴마크의 유명한 혁신학교인 ‘카오스필로츠’를 설립한 우페 엘베크는 행사 기조연설에서 “내가 누구인가, 자기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머리’로 지식을 쌓고 ‘심장’으로 느끼며 ‘손’으로 자신만의 전문적인 작업을 할 수 있는 시민을 길러내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전직 덴마크 문화부 장관이자, 현직 대안당 국회의원이다.
<한겨레21>과 ‘씨닷’(C.)이 공동 주관하고 서울시가 후원하는 이 행사는 아시아의 청년 사회혁신가들이 해마다 모여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영상 축사에서 “기존 방식으로 문제를 풀 수 없을 때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공유되고 발전되어야 한다”고 말했고, 양상우 한겨레신문 대표이사는 “씨앗 심기와 같은 청년 혁신가들의 활동이 장차 커다란 나무로 자라나길 바란다”고 힘을 실었다.
황예랑 <한겨레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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