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다옥 교사의 사춘기 성장통 보듬기
기말고사 시즌이다. 시험과 관련해서 학교에서는 가끔 커닝 사건이 터진다. 수행평가나 지필고사 때 준비해온 쪽지를 보고 작성하다가 걸리는 일이 간혹 있다. 사실 책상 아래나 가방 속 자료를 보고 싶은 마음이 왜 안 들겠나. 물론 대부분은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다. 결과가 무서워 시도할 생각도 못 했을 수도 있고, 떳떳하지 않은 행동이라 아주 단호하게 접어버렸을 수도 있다.
부정행위를 한 아이들을 상담하다 보면 공통점이 있다. 공부를 잘하거나 못하거나 마찬가지다. 모두 성적에 대한 부담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다. 공부를 잘하면 잘하는 대로 “○○대는 가야지”, “이 정도는 해야지”라며 과도한 관심과 기대를 받고, 못하면 못하는 대로 더 잘해야 한다거나 잘하는 대상과 비교당한다.
또는 부모와 손위 형제가 성적 문제로 갈등을 빚는 모습을 일상으로 접하며 영향받기도 한다.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부모의 관리방식이나 반응에 공포감을 느끼고 자란 경우도 있다.
아이가 부정행위를 했을 경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아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부모한테 혼나는 것 그리고 다른 아이들 앞에서 창피해진다는 거다. 학교급에 따라 목표한 상급 학교에 진학하는 데 장애가 될까 걱정도 한다.
우선 이 상황에 대한 책임을 아이가 제대로 질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부모가 안타깝고 걱정스런 마음에 그런 행동을 별것 아닌 것처럼, 또는 재수없이 걸렸다는 식으로 넘겨선 안 된다. 물론 아이가 왜 부정행위를 하게 됐는지, 그 부담과 스트레스를 이해하고 위로해주는 태도는 필요하다. 그러나 다른 행동을 선택할 수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보게 도와야 한다.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으며 누구나 잘못할 수 있다는 것, 잘못의 결과를 감당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 등 잘못 이후의 행동에 따라 그 사람의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줘야 한다.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나 낙인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것조차도 견뎌내야 한다는 것도 일러줘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스스로 자율적인 기준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타율에 따라 움직이게 되면 부정행위에 대해서도 ‘안 걸리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 행동 자체에 대해 생각하는 힘은 떨어지고 다른 사람의 평가나 그것에 가해지는 처벌에만 관심을 갖게 되니 “안 걸리면 되잖아” 또는 “재수없어서 걸렸어”라고 당당하게 말하게 된다.
아이가 자율적인 기준을 가지려면 평소 부모가 행동의 동기,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를 보여주는 게 좋다. 이 부분을 놓치면 아이는 부모가 생각했던 것보다 큰 압박을 받으며 표면적인 성취와 결과를 위해 부정행위 등을 하기 쉽다. 다른 사람 입장에서 생각·관점을 이해하고 파악하는 능력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저 사람은 지금 무슨 생각(감정)을 할까?” 등 물음에 항상 노출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더 높은 도덕성, 보편적인 가치와 양심에 따르는 삶에 더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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