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가 열린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회탐구영역) 개념 정리를 아직 끝까지 못해서 점수가 안 나왔다.”
“내신에 집중하느라 수능 공부가 많이 부족했다.”
“노력한 만큼 점수가 안 나와 공부 슬럼프에 빠졌다.”
“정시를 노리던 애들이 등급이 떨어져 접겠다고 한다. 다들 모여서 내린 결론은 하나, ‘수시가 답’이었다.”
6월 모의평가(이하 모평)를 본 수험생들의 반응이다. 개인차는 있지만 학생들의 체감도는 “어려웠다”였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이나 사교육 전문가들의 전반적인 평도 “지난해 수능에 비해 비슷하거나 어려웠다”는 것이었다.
이번 모평에 지원한 수험생은 58만7789명으로 재학생은 51만1914명, 졸업생 등은 7만5875명이다. 모평은 오는 11월16일 치러질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준비시험 격으로 수험생에게 문항 수준 및 유형에 대한 적응 기회를 준다는 의미가 있다.
학생·입시 전문가 “대체로 어려웠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이번 모평은 영어 절대평가가 시행됨에 따라 과거보다 전반적으로 어려웠다. 특히 국어는 지난 수능이나 모평에 비해 제시문의 길이도 짧고 난이도는 높지 않았지만 매력적인 오답이 많아 어렵게 느껴졌다”고 했다. 국어 영역 가운데 독서 영역이 특히 까다롭게 출제됐는데, 오답률이 높은 5개 문항 가운데 4문항(23번, 31번, 32번, 33번)이 ‘독서’ 관련 문항이었고, 나머지 한 문항(14번)이 ‘문법’ 관련 문항이었다.
평가원과 사교육기관 분석에 따르면, 수학 가형은 ‘미적분Ⅱ’ 내용 전체와 ‘확률과 통계’의 순열과 조합, 확률, ‘기하와 벡터’의 평면 곡선, 평면벡터에서 출제했다. 수학 나형은 ‘수학Ⅱ’ 내용 전체와 ‘미적분Ⅰ’의 수열의 극한, 함수의 극한과 연속, 다항함수의 미분법, ‘확률과 통계’의 순열과 조합, 확률에서 출제했다.
영어는 듣기 영역 17문항 가운데 순수 듣기 문항이 12문항으로 대화나 담화의 주제, 목적, 대화자의 관계 등에 대한 추론적·종합적 이해를 평가하는 문항, 그림이나 담화·대화 내용 일치 및 육하원칙과 같은 사실적 이해를 평가하는 문제 등이 나왔다. 읽기 영역은 순수 읽기 문항이 전체 28문항 가운데 22문항이었으며, 대의를 파악하는 문항, 세부 사항을 파악하는 문항, 빈칸 추론 유형 등이었다.
한국사 영역은 신석기 시대의 생활상을 체험 활동과 연계한 문항, 외국 기자에게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팔만대장경의 가치를 설명하는 형식으로 우리 문화유산의 역사적 의미를 파악하는 문항, 기미 독립선언서의 내용을 통해 3·1운동의 역사적 의의를 파악하는 내용 등 새로운 유형과 내용의 문항이 출제됐다.
사회탐구는 과목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지난해 수능보다 약간 어려운 수준으로 출제됐다. 사회탐구에서는 ‘기술 시민권’, ‘정보 리터러시’ 등 정보 관련 새로운 윤리적 쟁점을 묻거나 로봇공학의 발전에 따라 제기되는 생활 속 로봇윤리 관련 문항이 출제됐다. 부동산 매매 과정을 분석해 단계별 당사자의 권리 관계에 대한 법적 판단을 묻는 문항도 나왔다.
과학탐구는 지난해 수능보다 쉬웠다는 게 전문가의 평이다. 평가원 기출 시험(수능, 모의평가)에서 자주 출제된 개념과 자료들을 활용한 문항이 반복 출제됐다. 영역별 이비에스(EBS) 교재 연계율은 국어 71.1%, 영어 73.3%, 수학·한국사·사탐·과탐이 70%였다.
문항 분석 통해 학습 내용 다시 확인
6월 모평은 재수생들도 함께 치르는 시험이라 전국연합학력평가(이하 학평)에 비해 자신의 수준을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지표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실장은 “6월 모평의 전체 기조는 수능과 비슷하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상위권 대학 반수생과 독학재수생”이라며 “6월 모평 이후 들어오는 상위권 학생들이 전체 재수생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에 실제 수능에서는 성적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 6월 모평만으로 자신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따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성적표를 받아든 뒤, 수험생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문항 분석이다.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동시에 자신이 이해한 학습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실장은 “틀린 문제만 훑어보지 말고 전체 문항을 4분위로 나눠 표시하라. 맞은 문항도 확실히 이해하고 맞혔는지 대충 찍어서 맞혔는지를 살펴보고, 틀린 문항은 아예 몰랐던 내용인지 어느 정도 아는데 약간 헷갈렸던 것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무작정 공부보다 문항을 복기하면서 우선순위를 둘 영역을 정하거나 구체적으로 점수를 얼마나 올리겠다는 식의 목표를 정하면 효율적이라는 뜻. 그렇다고 오답노트를 만들어 전부 다 옮길 필요는 없다. 이런 내용은 시험지에 바로 표시하면 된다. 학평과 모평 등 그동안 치른 시험지를 ‘시험별’이 아닌 ‘영역별’로 챙겨 보관하면 자신이 정확히 어떤 부분을 이해하고 있는지 파악하기가 수월하다.
이 실장은 “단순히 문제를 외우는 게 아니라 특정 개념을 정리하고, 꼭 알아야 할 단원을 내용 중심으로 구성하는 게 핵심이다. 형식만 조금 달리했을 뿐 유사한 문제가 반복 출제되는데, 학생들은 매번 새로운 문제만 풀며 시간 낭비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목표 대학은 5~10점 상향 범위가 적절
성적표에는 영역/과목별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 영역별 응시자 수가 표기된다. 자신의 성적과 지난해 입시 기준, 올해 모집요강을 참고해 정시 지원 가능 대학을 찾아야 한다. 수능 영역별 반영 비율이 있는 대학도 고려해야 한다.
김영일교육컨설팅 조미정 교육연구소장은 “스스로 자료를 찾든 학교 교사랑 상담을 하든 지금 성적으로 정시에서 어떤 대학의 어떤 학과를 갈 수 있는지 서너 군데 정하는 게 첫 단추다. 정한 대학에서 5~10점 범위 안으로 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 가정하고, 수시에 지원할 대학을 찾아보는 게 좋다”며 “학생들이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만 충족하면 합격할 거라 생각해 20점 이상 높은 대학에 상향 지원하면 100% 떨어진다”고 했다.
“수시 전략을 짤 때 지나치게 상향 대학만 목표로 하면 편하게 대학에 갈 기회를 놓치고 수능 성적이 안 나와서 정시 때 더 안 좋은 대학을 가는 학생들이 많다. 수시는 적정 대학이나 안정권 대학으로 자기 수준에 맞춰 지원하는 게 성공 전략이다.”
학생들은 모평 결과를 바탕으로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학습계획을 구체적으로 짜야 한다. 6월 모평 성적만 따져 정시를 접는 학생들이 있지만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따지고, 정시에서 일부 영역 성적을 반영하기 때문에 수능에 무게중심을 두고 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모평 오답 분석을 통해 자신이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학습계획을 짜는 게 맞다. 조 소장은 “부족한 과목에만 매달리면 나머지 영역 성적이 떨어지기 때문에 시간 배분을 잘해야 한다. 시간 대비 효과가 있는 부분을 따져서 영역별 공부 비중을 달리하는 게 좋다”고 했다.
국·영·수 주요 영역은 꾸준히 문제풀이를 하되, 좀 더 전략적으로 판단해 계획을 짜야 한다. 가령 잘하는 과목의 경우, 시간을 늘려도 더 이상 점수가 오르지 않는다면, 굳이 길게 붙들고 있을 필요가 없다. 반대로 고난도 문제는 시도하지 않고 2, 3점대 문제풀이만 반복하는 학생은 일정 점수 이상 오르지 않는다. 4점짜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아는 문제만 풀 바엔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영역 공부를 하는 게 맞다.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lotus57@hanedu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