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달 2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내각 인사와 관련해 청와대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한겨레 사설] 임종석 비서실장의 사과와 ‘국무총리 인준’ 기준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원칙 위배 논란과 관련해 임종석 비서실장이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선거 캠페인과 국정운영이라는 현실의 무게가 같을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야당이 위장전입 등을 이유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하자, 대통령 비서실장이 양해를 구하고 나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위장전입, 탈세, 논문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를 공직에서 배제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런데 이낙연 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장관 후보자들이 잇따라 위장전입 논란에 휩싸였으니 몹시 곤혹스러울 것이다. 경위가 어떻든 간에 청와대가 국민에게 사과하고 양해를 구하는 건 당연하고 바람직한 행동이다.
다만 위장전입이라고 해서 모두 도맷금으로 비판할 일은 아니다. 구체적인 내용과 상황을 따져 합당한 비판을 하는 게 사리에 맞는다. 이 총리 후보자의 위장전입은 교사였던 부인이 좋은 학교를 배정받기 위한 것이어서 분명 도덕성의 문제가 있지만, 재산상의 이익을 노린 위장전입과는 성격이 다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경우엔 부인의 근무지 이동과 김 후보자의 해외연수 등에 따른 것이어서 과거의 고질적인 위장전입 사례와 동일한 잣대로 비교하긴 어렵다.
청와대는 자체 인사기준을 마련하기로 하고 국정기획자문위에도 인사기준 공론화를 요청했다. 그렇다고 문 대통령이 공약한 ‘5대 인사원칙’을 ‘없던 일’로 하거나 그 취지를 크게 훼손하는 건 곤란하다. 사소한 것일지라도 고위 공직자들의 위법 사실이나 도덕적 불감증이 자꾸 드러나면 정부가 일반 국민들의 동의를 구하기가 매우 면구스러울 수밖에 없다.
야당은 비서실장 대신 문 대통령이 직접 이 문제를 언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대통령이 직접 나선다면 국민에게 훨씬 진솔하게 받아들여질 게 분명하지만, 위장전입 사안 하나만으로 총리 인준 여부를 판단하는 게 과연 적절한지는 별개의 문제일 것이다.
새 정부는 인수위도 없이 닻을 올린 상태다. 국무위원 임명 제청권을 가진 국무총리 인준이 늦어지면 그만큼 내각 구성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청와대의 사과와는 별개로, 위장전입이 총리 인준의 결정적 결격사유인지를 국회가 종합해서 판단 내리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중앙일보 사설] 고위공직, 구체적 ‘인사 배제 원칙’ 검토해볼 때
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까지 위장전입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현실을 접해야 하는 국민들 마음이 착잡하다. 위장전입으로 낙마한 과거 사례들과는 달리 부동산 투기 목적이 아니라 해도, 자녀 취학·진학을 위한 위장전입 역시 불법이 아닌 게 아닌 만큼 후보자들이 지명된 공직에 걸맞은 도덕성을 갖췄는지 의심받기 충분한 까닭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 때 제시한 ‘5대 인사 배제 원칙’에 위배됨을 무릅쓰고 인사를 강행하는 모습을 보며 국민들은 인사 실패로 집권 초반의 국정 동력을 상실한 전 정권들의 잔상이 겹쳐 불안함을 떨칠 수 없다. 어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민이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인사”에 대해 사과하고 “선거캠페인과 국정운영의 무게가 같을 수 없다”고 양해를 구한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논문 표절, 위장 전입 같은 명백한 범법 행위와 무관한 사람 중에는 고위공직 적임자를 찾을 수 없다는 현실은 우리 사회의 불행한 치부가 아닐 수 없다. 관(官) 주도 고속성장과 일천한 민주주의 역사 이면의 그늘로서, 이번 정권뿐 아닌 역대 정권이 겪어왔던 병통(病痛)인 것이다. 야당들이 사과와 해명을 요구하면서도 “절대 불가”를 외치지 못하는 것도 그러한 현실을 잘 알고 있는 까닭이다.
같은 흠결을 놓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된다, 안 된다 입장만 바뀌어 다투며 국력을 낭비하는 행태는 이제 청산해야 한다. 이참에 여야가 협의해 구체적인 ‘인사 배제 원칙’을 만드는 것이 좋겠다. 특히 일반 국민들의 무의식적 위반도 많은 위장전입의 경우 시점과 목적성, 반복성 등을 고려해 옥석을 구분할 구체적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인사 기준’을 마련해 사전 공표한다면, 능력 있는 인물들이 한순간의 욕심으로 오점을 남겨 국가를 위해 봉사할 기회를 버리는 것도 막을 수도 있다. 그것이 인재를 널리 구해 융성해 나갈 수 있는 국운(國運)이기도 하다.
[추천 도서]
[추천 도서]
[키워드로 보는 사설] 인사청문회 인사청문회 제도는 1787년 미국에서 처음 실시되었다. 미국 헌법 제정 당시 연방정부 공직자들에 대한 임명 권한이 대통령에 있는지, 각 주를 대표하는 상원의원들에게 있는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그 결과 대통령이 공직자들을 지명하고 연방 상원에서 이를 인준하는 것으로 타협이 이루어졌다. 우리나라에서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것은 김대중 정부 때이다. 제16대 국회는 2000년 6월23일 “인사청문회법(법률 6271호)”을 제정하였다. 이 법의 목적은 대통령의 인사권을 국회가 통제하고, 정부가 인사권 행사에 신중을 기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현재 인사청문회 대상은 61개 직위에 달한다. 대법원장과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감사원장, 국회에서 선출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은 국회의 표결에 의한 인준을 받아야 한다. 정부가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면 국회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20일 이내에 국회 본회의 표결에 회부해 처리해야 한다. 국회는 교섭단체 등의 의원 수 비율을 고려하여 13명의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구성하며, 임명동의안이 회부된 날부터 15일 이내에 인사청문회를 마쳐야 한다. 위원회는 청문회 결과를 문서로 작성해 본회의에 보고하며, 임명동의안이 통과되려면 국회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무위원 등도 인사청문 대상에 포함되나, 이들 직위에 대해서는 적격 여부 의견을 담은 보고서만 제출될 뿐 임명동의안 표결은 실시하지 않는다. 이들에 대한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헌법에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연재사설 속으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