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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반짝이는 수업 아이디어, 현실로 만들어드립니다

등록 2017-05-23 08:57수정 2017-05-23 09:01

[함께하는 교육] 교사 지원 플랫폼 ‘펀쿨’

학생 스스로 주제 놓고 문제 해결하는
‘프로젝트 수업’에 지원 나선 3인

필요한 물품 준비, 전문가 섭외부터
아이디어 내거나 수업 피드백도
작곡·평상만들기 등 16개 교실에 도움
교사에 힘 실어 공교육 질 높여주고파

’펀쿨’의 이진희(왼쪽부터)·김경민 공동대표, 이준열 교육콘텐츠 팀장. 최화진 기자
’펀쿨’의 이진희(왼쪽부터)·김경민 공동대표, 이준열 교육콘텐츠 팀장. 최화진 기자
“수업 아이디어는 많은데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고 도와줄 전문가도 마땅치 않다.”

“프로젝트 수업이 좋다는데 이전에 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진행할지 막막하다.”

“강의식 수업에서 탈피하고자 협업할 외부 강사를 겨우 섭외했는데 교장이 허락해주지 않는다.”

수업은 교사들의 영원한 숙제다. 교과 지식을 전달하면서 꿈도 찾아주고 아이들 관계 맺기에도 도움이 되는 ‘3단 콤보’를 수업에 구현해내기란 쉽지 않다. 전문성이나 연륜이 부족하다기보다 앞선 교사들의 이야기처럼 현실적 문제가 더 크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 기회의 평등’에 관심을 두고 교사들의 프로젝트 수업을 무료로 지원하는 플랫폼을 만든 이들이 있다. ‘펀쿨’의 이진희(28), 김경민(28) 공동대표와 이준열(27) 교육콘텐츠 팀장을 서울의 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공교롭게도 교사를 응원하는 이들을 인터뷰한 날은 ‘스승의 날’이었다.

펀쿨 누리집 첫 화면에는 ‘선생님의 수업에 물품과 전문가를 연결해드리는 ‘함께 교실’’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실제 교사가 요청하는 교구나 물품을 마련해 제공하고,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이 있는 전문가를 섭외해 연결해준다. 수업 주제와 연관된 기관이나 책, 영상 등을 추천하거나 아이디어를 직접 주기도 한다.

현재 펀쿨은 두 반으로 나눠 단계별로 운영한다. 한 반은 프로젝트 수업 경험이 부족한 교사에게 이미 수업을 진행했던 교사가 ‘반장 교사’ 역할을 맡아 사전 워크숍을 통해 수업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는 반이다. 다른 반도 수업 내용에 따라 반장 교사들이 있어서 에스엔에스(SNS)로 궁금한 점을 수시로 주고받는다.

프로젝트 수업은 학생 스스로 주제를 정한 뒤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 실행하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활동 자체보다 마주한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의 ‘사고 행위’에 주목한다. 주로 모둠 활동으로 진행해 학생들끼리 도움을 주고받거나 갈등이 생겼을 때 조율하는 방법도 익힐 수 있다.

펀쿨이 프로젝트 수업을 지원하는 이유는 주입식 교육을 강요받았던 학창시절 기억 때문이다. “달달 외워서 점수 맞춰 대학 가고, 적성에 맞기보다 편하고 돈 많이 버는 직업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다. 아이들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직접 문제의식을 느끼고 부딪치며 해결해보면 자신을 알고 나중에 살아가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도 된다.”

김경민 대표는 “고등학교 때 교복 복장 규정에 문제를 느낀 선배들이 교사랑 토론을 벌이고 건의하며 규칙을 바꾼 적이 있는데 신기하고 재밌었다”며 “그 시도와 변화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수동적이었던 나도 가능성을 느끼며 지금의 도전을 하게 됐다. 학생들도 그런 경험을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지난해 펀쿨은 교사 16명의 프로젝트 수업을 지원했다. 올해는 30명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현재 외부에서 펀딩을 받아 운영해오고 있지만 자체 수익 모델을 고민 중이다. 이들이 지원한 수업 내용은 다양하다. 아이들은 교실 안에 휴식공간이 필요해 평상을 직접 만들거나, 학교 화장실을 사용한 뒤 변기 물을 안 내리는 문제를 해결해보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한 중학교에서는 ‘천연기념물’을 주제로 패션 아이템을 직접 만들어 ‘아름다운가게’에서 판매하는 미술 수업도 진행 중이다.

프로젝트 수업에서는 각종 활동이 많아지는데 노작이나 목공 등 활동의 안전성을 우려해 이런 식의 수업 진행을 허락하지 않는 교장도 있었다. 교사 연수 현장에 나가 홍보할 때면 펀쿨을 잘 몰라 순수한 의도(?)를 의심하는 이들도 있다.

펀쿨 멤버들은 그런 교사들에게 취지를 일일이 설명했다. 이 대표는 “어떤 교사들은 ‘그런 수업은 대안학교, 혁신학교에서나 가능하다’고 말한다. 우리의 역할은 ‘할 수 있다’고 응원하며 교사를 펌프질하는 것이다. 공교육은 모든 아이가 평등하게 받을 수 있는 만큼, 공교육 자체의 질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고 했다.

신동석 교사(고양 서정초)는 지난해 연수 현장에서 펀쿨을 알게 돼 ‘작곡 프로젝트’ 수업 지원을 받았다. 아이들은 음악시간에 배우는 동요를 “유치하고 음이 단조롭다”며 싫어했다. 그들이 좋아하는 최신 가요는 가사가 선정적이거나 의미 없는 내용이 반복되는 노래도 많았다. 고민 끝에 신 교사는 아이들이 직접 가사를 쓰고 가요 느낌이 나는 노래를 만들면 따라 부르기도 좋고 의미있을 거 같다고 생각했다. 다른 교사들도 이 주제에 공감해 6학년 다섯 학급 모두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했다.

“기본적인 작곡이나 저작권 개념을 배우고 가사를 만드는 일은 교사가 할 수 있지만, 작곡은 전문가의 영역이다. 펀쿨에서 섭외해준 작곡가, 작곡 전공하는 대학생들과 협업하며 작곡을 배우고 직접 만든 노래를 녹음까지 했다. 수업의 질이나 완성도가 훨씬 높아졌다.”

경기 고양 서정초등학교 학생들은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만든 노래로 졸업식 전야제 때 공연을 했다. 서정초등학교 제공
경기 고양 서정초등학교 학생들은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만든 노래로 졸업식 전야제 때 공연을 했다. 서정초등학교 제공
매년 연극 위주로 열었던 졸업식 전야제 행사 때 학생들은 이 노래로 안무를 짜서 공연했는데 학부모들 반응이 아주 좋았다. 신 교사는 “학생 대상 지원 사업이나 프로그램은 많지만 교사나 수업 자체를 지원하는 건 거의 없다”며 “외부 강사가 대신 수업하거나 돈을 주고 마는 게 아니라 교사가 고민하는 수업을 잘 풀어갈 수 있도록 함께 이야기하고 도움을 줘서 좋았다. 앞으로 이런 단체가 늘어나고 펀쿨도 잘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펀쿨은 단순히 수업 지원만 하고 그치는 게 아니라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교사와 통화한다. 교사들은 멤버들을 ‘응원군’으로 여기며 “혼자 했으면 중간에 그만뒀을 텐데, 챙겨주고 상의할 사람이 있어서 좋았다”, “예산을 지원해준 덕분에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올해부터는 교사가 진행한 수업 내용을 누리집에 직접 공유하게 할 계획이다. 교사는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수업을 하고 동료들도 벤치마킹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펀쿨의 최종 목표는 교실에 프로젝트 수업이 꽃피게 하는 것. 그들은 교사 네트워크, 전문가 풀, 물품 구매 정보 등을 꾸준히 축적해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다면 이 정보를 활용해 수업할 수 있게 만들 계획이다. 프로젝트 수업 지원을 받고 싶은 교사는 펀쿨 누리집(funcool.co.kr)에서 신청하면 된다.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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