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취임선서식에서 제19대 대통령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권희정(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한겨레 사설] ‘군림하지 않는 열린 청와대’ 만들어가길
‘일하는 청와대’ 구상을 담은 청와대 직제개편안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 부처별 관리 체제를 정책과제에 맞추는 등 내각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방향이라고 한다. 내각이 사실상 청와대의 ‘하부기관’으로 전락했던 과거 정권의 잘못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청와대 조직은 ‘3실·10수석'에서 ‘4실·8수석·2보좌관' 체제로 바뀌었다. 정책실을 부활하고 산하에 ‘일자리수석’을 신설했는데, 일자리 창출을 ‘국정 1순위’에 두겠다는 문재인 대통령 의지를 반영한 듯싶다. 외교안보수석을 폐지하고 외교·국방·통일 정책 보좌 기능을 국가안보실로 일원화한 것은 업무의 중복과 혼선을 개선하겠다는 뜻이어서 의미가 있다.
조직의 형태나 규모를 바꾸는 일보다 더 중요한 건 청와대가 시스템에 따라 제대로 작동하는지 또 대통령과 참모들이 자유롭게 토론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지 여부일 것이다. ‘작은 청와대’를 내걸고 직제를 개편했던 박근혜 청와대에선 오히려 ‘왕실장’ ‘왕수석’이 군림하고 ‘문고리 3인방’이 설쳤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청와대를 반면교사로 삼아 언제든 격의 없는 대화·토론이 이뤄질 수 있도록 분위기와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성인 조현옥 인사수석 발탁은 균형 인사에 대한 대통령 의지를 담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 걸음 나아가 “임기 안에 단계적으로 남녀 동수 내각을 실현하겠다”고 했던 대통령의 약속이 실현되길 기대해본다. 전문 관료인 이정도 기획재정부 행정안전예산심의관을 총무비서관에 기용한 것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대통령의 집사’로 불린 김백준씨, ‘문고리 3인방’ 일원인 이재만씨가 총무비서관으로 일했던 과거 정부와 선명하게 비교된다. 인사와 재정을 총괄하는 핵심 보직에 측근을 앉히지 않은 것 자체가 시스템으로 청와대를 운영하겠다는 신호로 읽힐 것이다.
참모들과 소통하는 방식도 ‘달라진 청와대’에 대한 기대를 낳는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24시간’ 공개 방침을 밝혔다. 또 셔츠 차림에 커피잔 들고 참모들과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는 대통령 모습을 소개했는데, 이런 사소한 변화를 신선하게 바라보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일회성 홍보’에 그치지 않고 임기 내내 참모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싶다.
[중앙일보 사설] 소탈하게 소통 의지 보인 대통령의 행보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첫날 행보는 신선했다. 낮은 자세로 정치권·언론·국민과 소탈하게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우리 국민은 ‘친문 패권주의’의 오만한 이미지 때문에 대통령에 당선하면 독선·독주할 것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못한 게 사실이다. 문 대통령 본인도 아들의 특혜 채용 의혹에 “고마해라 이놈들아”라고 일축하고 TV 토론 때도 상대 후보에게 “우리 본부장하고 토론하세요”라는 발언으로 불통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첫날 모습은 그런 오해를 씻고도 남을 만큼 진정성이 엿보였다.
문 대통령이 이날 현충원 참배 후 사실상 첫 공식 일정으로 원내 5당 대표를 찾은 것은 국회를 중시하고 타협의 정치를 상징하는 동선이다. 특히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지도부인 점도 의미가 크다. 문 대통령은 정우택 원내대표를 만나 “국정 동반자로 생각하고 안보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했다. 야당과의 소통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이를 두고 정세균 국회의장은 “사이다 같은 행보다. 국민이 기대하는 협치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에 나와 이낙연 국무총리·서훈 국정원장 내정자와 임종석 비서실장의 인선 배경을 직접 설명한 것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권위에 얽매이지 않고 개방적이며 소탈하다는 인상을 심어 주기에 충분했다. 지난 정권에서 청와대 대변인이 대독해 왔던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미국 대통령들이 주요 참모 인선을 직접 발표하는 장면과 겹쳐지는 대목이다. 특히 이 총리·서 국정원장 내정자에 대해 국회가 신속한 청문절차를 밟아 주도록 “정중히 요청한다”는 표현을 썼다. 대통령이 “주요 사안은 기자회견을 통해 내가 국민에게 직접 알리겠다”고 한 약속을 임기 끝까지 지킨다면 이전 대통령들과는 확연히 차별화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도 국민 눈높이에 맞췄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퇴임하겠다” “대통령 권력을 혼자 쓰지 않고 나눠주겠다”는 선언 등도 눈에 띄었다. 모두 쉽게 이해되고 진정성이 느껴진다는 반응을 얻었다. 우리는 문 대통령의 ‘광화문 시대’ 공약도 하루빨리 실현되길 기대한다. 청와대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종합청사로 옮기고 대통령이 퇴근길에 시민들과 막걸리잔을 나눈다면 우리 공동체는 또 한 단계 도약할 것이다.
[추천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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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사설] 대통령직의 정상화 취임 뒤 열흘 동안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행적은 크게 5가지다. 첫째는 개혁적 업무지시다. 일자리위원회 구성,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선언,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등이다. 둘째는 협치와 소통이다. 당선되자마자 원내 5당 당사를 찾아가 당대표를 면담하였고, 이후 각 당 원내대표들과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구성을 이끌어냈다. 또한 언론을 상대로 직접 브리핑을 하고 질문을 받는 등 열린 자세가 매우 돋보였다. 통치하되 군림하지 않는 대통령의 모습이다. 셋째는 인사와 검찰개혁이다. 비검찰 출신 법대 교수를 민정수석으로 임명한 점이나 소신검사로 유명한 윤석열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한 것은 검찰개혁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넷째는 외교의 정상화다. 북핵과 사드, 중국과 미국의 대립 등이 뒤엉켜 외풍이 휘몰아치는데도 손발이 묶여 있던 그동안의 처지에서 벗어나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유럽연합, 독일, 아세안 등에 특사를 보내 관계 회복을 진전시켰다. 다섯째는 안보의 정상화다. 하필 북한은 대통령 취임 뒤 첫 일요일 새벽과 첫 연차일에 각각 미사일을 발사했다. 전자의 경우 대통령이 즉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상황을 파악한 뒤 대응을 지시했고, 후자의 경우 새 국가안보실장이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어 매뉴얼대로 대응하였다. 국민들은 제대로 된 대통령 한 명이 국민이 준 힘으로 국가를 어떻게 복원하는지 민주주의 시스템의 재건축 과정을 실시간으로 체험하고 있다. 상식이 복원된 나라, 국민이 느끼는 이 안도감이 임기 말까지 지속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연재사설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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