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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사설 속으로] 한겨레·중앙일보, ‘문재인 대통령 취임’ 사설 비교해보기

등록 2017-05-22 19:11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취임선서식에서 제19대 대통령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취임선서식에서 제19대 대통령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권희정(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권희정(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한겨레 사설] ‘군림하지 않는 열린 청와대’ 만들어가길

‘일하는 청와대’ 구상을 담은 청와대 직제개편안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 부처별 관리 체제를 정책과제에 맞추는 등 내각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방향이라고 한다. 내각이 사실상 청와대의 ‘하부기관’으로 전락했던 과거 정권의 잘못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청와대 조직은 ‘3실·10수석'에서 ‘4실·8수석·2보좌관' 체제로 바뀌었다. 정책실을 부활하고 산하에 ‘일자리수석’을 신설했는데, 일자리 창출을 ‘국정 1순위’에 두겠다는 문재인 대통령 의지를 반영한 듯싶다. 외교안보수석을 폐지하고 외교·국방·통일 정책 보좌 기능을 국가안보실로 일원화한 것은 업무의 중복과 혼선을 개선하겠다는 뜻이어서 의미가 있다.

조직의 형태나 규모를 바꾸는 일보다 더 중요한 건 청와대가 시스템에 따라 제대로 작동하는지 또 대통령과 참모들이 자유롭게 토론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지 여부일 것이다. ‘작은 청와대’를 내걸고 직제를 개편했던 박근혜 청와대에선 오히려 ‘왕실장’ ‘왕수석’이 군림하고 ‘문고리 3인방’이 설쳤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청와대를 반면교사로 삼아 언제든 격의 없는 대화·토론이 이뤄질 수 있도록 분위기와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성인 조현옥 인사수석 발탁은 균형 인사에 대한 대통령 의지를 담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 걸음 나아가 “임기 안에 단계적으로 남녀 동수 내각을 실현하겠다”고 했던 대통령의 약속이 실현되길 기대해본다. 전문 관료인 이정도 기획재정부 행정안전예산심의관을 총무비서관에 기용한 것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대통령의 집사’로 불린 김백준씨, ‘문고리 3인방’ 일원인 이재만씨가 총무비서관으로 일했던 과거 정부와 선명하게 비교된다. 인사와 재정을 총괄하는 핵심 보직에 측근을 앉히지 않은 것 자체가 시스템으로 청와대를 운영하겠다는 신호로 읽힐 것이다.

참모들과 소통하는 방식도 ‘달라진 청와대’에 대한 기대를 낳는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24시간’ 공개 방침을 밝혔다. 또 셔츠 차림에 커피잔 들고 참모들과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는 대통령 모습을 소개했는데, 이런 사소한 변화를 신선하게 바라보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일회성 홍보’에 그치지 않고 임기 내내 참모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싶다.

[중앙일보 사설] 소탈하게 소통 의지 보인 대통령의 행보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첫날 행보는 신선했다. 낮은 자세로 정치권·언론·국민과 소탈하게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우리 국민은 ‘친문 패권주의’의 오만한 이미지 때문에 대통령에 당선하면 독선·독주할 것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못한 게 사실이다. 문 대통령 본인도 아들의 특혜 채용 의혹에 “고마해라 이놈들아”라고 일축하고 TV 토론 때도 상대 후보에게 “우리 본부장하고 토론하세요”라는 발언으로 불통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첫날 모습은 그런 오해를 씻고도 남을 만큼 진정성이 엿보였다.

문 대통령이 이날 현충원 참배 후 사실상 첫 공식 일정으로 원내 5당 대표를 찾은 것은 국회를 중시하고 타협의 정치를 상징하는 동선이다. 특히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지도부인 점도 의미가 크다. 문 대통령은 정우택 원내대표를 만나 “국정 동반자로 생각하고 안보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했다. 야당과의 소통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이를 두고 정세균 국회의장은 “사이다 같은 행보다. 국민이 기대하는 협치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에 나와 이낙연 국무총리·서훈 국정원장 내정자와 임종석 비서실장의 인선 배경을 직접 설명한 것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권위에 얽매이지 않고 개방적이며 소탈하다는 인상을 심어 주기에 충분했다. 지난 정권에서 청와대 대변인이 대독해 왔던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미국 대통령들이 주요 참모 인선을 직접 발표하는 장면과 겹쳐지는 대목이다. 특히 이 총리·서 국정원장 내정자에 대해 국회가 신속한 청문절차를 밟아 주도록 “정중히 요청한다”는 표현을 썼다. 대통령이 “주요 사안은 기자회견을 통해 내가 국민에게 직접 알리겠다”고 한 약속을 임기 끝까지 지킨다면 이전 대통령들과는 확연히 차별화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도 국민 눈높이에 맞췄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퇴임하겠다” “대통령 권력을 혼자 쓰지 않고 나눠주겠다”는 선언 등도 눈에 띄었다. 모두 쉽게 이해되고 진정성이 느껴진다는 반응을 얻었다. 우리는 문 대통령의 ‘광화문 시대’ 공약도 하루빨리 실현되길 기대한다. 청와대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종합청사로 옮기고 대통령이 퇴근길에 시민들과 막걸리잔을 나눈다면 우리 공동체는 또 한 단계 도약할 것이다.

[논리 대 논리]

‘직제개편안’에 초점 둔 ‘한겨레’…‘낮은 자세’ 행보에 집중한 ‘중앙’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지난 10일,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했다. 이번 선거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해 치러진 최초의 대통령 보궐선거였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이 결정된 때부터 임기가 시작된다. 다른 정권과는 달리 약 2개월간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간을 거치지 않고 당선 즉시 업무를 수행해야 했다. 말단 신입사원도 일정 기간 연수를 받고 인수인계를 거쳐야 업무 파악이 되는 법이다. 새 대통령이 취임하더라도 국정공백과 혼란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대부분의 예측이었다.

그러나 취임하자마자 문 대통령이 보여준 행보는 충격적일 만큼 자연스러웠고 또 신선했다. 후보 시절 강조한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홍보 문구처럼 익숙한 듯 매끄럽고 신속하게 대통령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불통과 무능으로 일관했던 전임 대통령을 반면교사로 삼아 대화와 토론을 통해 업무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새 정부 구상이 발표되었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와 격의 없이 산책하고, 언론에 직접 브리핑을 하였으며, 국민에게 대통령의 24시간 공개를 약속했다. 한겨레와 중앙은 사설을 통해 새 대통령이 보여준 소통 행보와 열린 청와대 구상을 높이 평가하면서 이 자세가 임기 내내 이어지기를 기대하였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취임 이튿날에 한겨레의 사설은 당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직제개편안에 초점을 맞추었다. ‘일하는 청와대’와 ‘자율적인 내각’을 구현할 조직개편이었다. 한겨레는 이번 청와대 조직개편의 특징을 크게 네 가지로 보았다. 신설된 ‘일자리수석’에서 일자리 창출에 대한 문 대통령의 정책 의지를 보았고, 외교·국방·통일을 국가안보실로 일원화한 것에서 업무 중복 정리와 효율성 제고의 의도를 보았다. 또한 인사수석을 여성으로 발탁한 점에서 남녀 균형 인사 의지를, 총무비서관을 전문관료 출신으로 기용함으로써 측근 중심이 아닌 시스템 중심으로 운영하겠다는 신호를 읽었다. 무엇보다 대통령과 참모가 격의 없는 대화와 토론을 통해 본래의 취지를 잘 살릴 것을 주문했다.

그런 점에서 중앙이 취임 첫날 문 대통령의 ‘낮은 자세’, ‘소탈하게 소통’하는 행보에 집중한 것은 상호 보완적 시각을 제공한다. 대통령은 현충원 참배 뒤 정세균 국회의장을 예방했고 이어 원내 5당을 방문했다. 그 가운데 자유한국당을 가장 먼저 찾아갔다. 대통령이 국회를 존중하고 야당과 협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또한 신임 국무총리, 국가정보원장, 비서실장의 인선 배경을 직접 설명한 것도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이다. 언론과 국민을 향해 자신의 임무 수행을 직접 설명하고 국회에 “정중히 요청”함으로써 탈권위와 개방적 태도를 투명하게 보여주었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대통령 문재인.’ 이 말은 크게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째는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한 명이지만 명실상부한 독립기관이며 그것도 행정권을 관할하는 최고의 통치기관이다. 직제개편이 중요한 까닭은 행정 시스템이 사람의 행동 방식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부처를 간섭하고 통제함으로써 내각을 하부기관으로 대했던 과거 정부와는 달리 문 대통령은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편했다는 취지를 밝혔다. 정부는 핵심 의제를 확실하게 지원할 테니 총리 휘하의 내각은 각자 장관 책임 아래 맡은 일을 열심히 하라는 뜻이다. 책임총리제가 성공하려면 청와대의 권력 내려놓기와 맞물려야 한다. 그래서 청와대는 ‘2실장 8수석 2보좌관 41비서관’의 직제개편을 통해 힘을 분산하고 기능을 축소하며 일자리 창출과 같은 핵심 의제 중심으로 업무를 재편했다는 입장이다.

다행히도 문 대통령은 소통 능력이 매우 탁월하다. 두 번째 논점이 바로 ‘인간으로서의 문재인’이다. 인간 문재인은 후보 시절뿐 아니라 대통령이 되어서도 가장 먼저, 가장 돋보이는 소통 자세를 보여주었다. 세월호 기간제 교사의 순직 인정과 5·18 유가족의 맺힌 한을 풀어주는 연설문은 국민에게 감동을 주었다. 일상에서는 국민들과 ‘열린 경호’를 통해 적극적인 대민 접촉을 실천했고, 취임 직후 청와대 직원들과 함께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었으며, 후보 시절 마크맨이었던 기자들과 등산을 하며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

경직된 마음을 풀게 만드는 문 대통령의 성정은 업무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내부의 소통을 위해 대통령 집무실을 비서동으로 옮겨 거리를 좁혔다. 신설된 국민소통수석에게 국민과 언론을 맡기고, 신설된 사회혁신수석에게도 시민사회와의 소통을 맡겼다. 지난 19일에는 여야 5당 원내대표와의 오찬 회동을 열고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구성 합의를 이끌어냄으써 국회 및 야당과 지속적으로 협치할 수 있는 틀을 마련했다. 군림하지 않고 자신을 낮추어 눈높이를 맞추는 대통령. 미국이 버락 오바마를 내밀 때, 우리에게도 견줄 만한 대통령이 생기길 바란다.

권희정(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추천 도서]

대통령의 철학-정의로운 나라를 위한 리더의 품격

강수돌 지음, 이상북스 펴냄, 2017년

최근 여론조사에서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으뜸 국정가치는 ‘정의’였다. 행복한 사람들의 나라를 만들려면 대통령의 기본 철학이 중요하다. 이 책은 땅, 돈, 사람에 대해 지녀야 할 국가의 기본 철학을 근본적으로 살핀 뒤 정의 실현을 위한 분야별 개혁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추천 도서]

대통령이 거꾸로 가야 국민이 행복하다

대통령 리더십 검증 프로젝트 팀 지음, 시간의물레 펴냄, 2017년

대통령직을 사익 추구의 수단으로 보는 통치자가 또다시 등장해서는 안 된다. 좋은 대통령은 깨어 있는 국민이 만든다. 이 책은 대통령 리더십을 평가할 체크리스트를 제시한 뒤, 바람직한 대통령의 자질과 리더십 유형을 안내하고 있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대통령직의 정상화

취임 뒤 열흘 동안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행적은 크게 5가지다. 첫째는 개혁적 업무지시다. 일자리위원회 구성,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선언,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등이다. 둘째는 협치와 소통이다. 당선되자마자 원내 5당 당사를 찾아가 당대표를 면담하였고, 이후 각 당 원내대표들과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구성을 이끌어냈다. 또한 언론을 상대로 직접 브리핑을 하고 질문을 받는 등 열린 자세가 매우 돋보였다. 통치하되 군림하지 않는 대통령의 모습이다. 셋째는 인사와 검찰개혁이다. 비검찰 출신 법대 교수를 민정수석으로 임명한 점이나 소신검사로 유명한 윤석열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한 것은 검찰개혁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넷째는 외교의 정상화다. 북핵과 사드, 중국과 미국의 대립 등이 뒤엉켜 외풍이 휘몰아치는데도 손발이 묶여 있던 그동안의 처지에서 벗어나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유럽연합, 독일, 아세안 등에 특사를 보내 관계 회복을 진전시켰다. 다섯째는 안보의 정상화다. 하필 북한은 대통령 취임 뒤 첫 일요일 새벽과 첫 연차일에 각각 미사일을 발사했다. 전자의 경우 대통령이 즉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상황을 파악한 뒤 대응을 지시했고, 후자의 경우 새 국가안보실장이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어 매뉴얼대로 대응하였다. 국민들은 제대로 된 대통령 한 명이 국민이 준 힘으로 국가를 어떻게 복원하는지 민주주의 시스템의 재건축 과정을 실시간으로 체험하고 있다. 상식이 복원된 나라, 국민이 느끼는 이 안도감이 임기 말까지 지속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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