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서울 ‘에이치제이’(HJ)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학교밖 청소년 대학 입시 설명회’에 500여명의 청소년과 학부모가 몰렸다. 김지윤 기자
“몸이 아파서 학교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행정학과에 진학해 도시정책 연구를 하고 싶어서 오늘 설명회에 오게 됐습니다.”
지난 11일 오후 2시. 서울 ‘에이치제이’(HJ)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학교밖 청소년 대학 입시 설명회’(설명회)에 참가한 심아무개(19)양의 이야기다. 여성가족부 주최로 열린 설명회는 애초 주최 쪽이 예상했던 300명보다 많은 신청자가 몰려 추가로 홀을 대관할 만큼 큰 관심을 끌었다. 여성가족부 학교밖청소년지원과 김대선 주무관은 “온라인 사전 신청자와 현장 접수를 포함해 500여명이 참석했다”며 “학교밖 청소년들의 입시·진학에 대한 관심도를 보여준다”고 했다.
학교 밖에 있으니 입시 준비도 힘들어
“학교를 그만뒀는데 어떻게 대학을 가?” 학교밖 청소년을 두고 이런 소리를 많이 하지만 이들 가운데에도 대입 정보에 목마른 이들이 적지 않다. 여성가족부와 지역별 꿈드림센터(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는 이런 학교밖 청소년들에게 대입 정보를 주자는 뜻으로 매해 전국을 돌며 대입 설명회를 열고 있다. 4월 중순부터 지난 11일까지 청주, 광주, 부산, 서울을 끝으로 상반기 설명회를 마쳤고, 오는 8월 하반기에도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경기 양주에서 온 학부모 최아무개씨는 “지난해 아이가 자퇴한 뒤 진로 고민을 하다가, 최근 대학에 가고 싶다고 했다. 기쁘면서도 막막했다”고 했다. “집 근처 꿈드림센터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하다가 기계 분야에 관심이 생겼다며 대학에 가겠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입시 용어도 어렵고, 전형도 너무 다양해서 부모의 힘만으로는 대입 준비를 도와줄 수 없더라고요.”
검정고시 성적=내신, 학생부교과전형
현재 검정고시 합격자만을 대상으로 특별전형이 있는 학교는 감리교신학대, 장로회신학대, 호원대 등 전국 3개 대학에 모집 인원은 총 16명뿐이다. 하지만 ‘검정고시 합격자 특별전형’이라고 이름 붙이지 않았더라도 학교밖 청소년들이 접근해볼 전형도 있다.
학교밖 청소년들은 학생부 기록이 없기 때문에 ‘학생부교과전형’ 등에 지원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대학별 입시요강 ‘지원 자격’에 ‘검정고시 출신자’라고 기재돼 있다면 검정고시를 치른 학생들도 지원할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대학 내신 산출 방법 및 자신이 지원할 수 있는 전형을 찾아보면 된다.
설명회에서 4년제 대입 전형방법을 강의한 전곡고등학교 문희태 교사는 “명지대와 건국대 글로컬캠퍼스를 비롯해 경북대 등 지방 국립대 요강 등을 살펴보면 학교밖 청소년들이 접근하기 좋은 전형들이 있다”고 했다.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학생부위주(교과)전형은 수시에서 1단계 학생부 교과성적 100%, 2단계 학생부 교과 80%와 면접 20%로 선발한다. 명지대는 학생부교과면접전형을 통해 1단계 학생부 교과 100%, 2단계 학생부 교과 70% 및 면접 30%로 선발한다. 이 학교들의 전형 요소 가운데 ‘학생부 교과’라는 항목은 검정고시 점수로 변환이 가능하다. 이밖에도 서원대 일반학생전형·면접전형, 세명대 일반전형, 극동대 기회균형선발 및 특수교육대상자전형을 비롯해 대전대 교과우수자전형, 우송대 일반·독자적기준 전형, 호남대 일반학생·전공우수자 전형 등도 관심을 기울여볼 만하다.
전공 및 진로를 결정했다면 해당 학교 입시요강을 내려받은 뒤 ‘학교생활기록부 없는 지원자 학생부 교과성적 반영방법’ 항목을 살펴보고 ‘계열별 반영과목의 취득점수 기준표’에 따라 자신이 받을 내신 기준 점수를 계산해보는 게 좋다.
교과전형·수능 등에 집중하는 것도 방법
수시 학생부교과전형과 함께 학교밖 청소년들이 관심을 가져볼 만한 전형은 정시 수능전형이다. ‘수시 대세’로 불리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지원을 할 수는 있지만 이는 재학생보다 불리할 수밖에 없다. 대학 쪽에서 학종의 ‘학생 활동사항 기록’을 교사가 기재한 것만 인정하기 때문이다.
정시 수능전형에 ‘올인’하겠다고 판단했다면 검정고시 성적을 높이는 데 연연할 필요는 없다. 내신이 약한 재학생들이 수능 위주로 대입 준비를 하듯 검정고시 성적이 낮더라도 수능 집중형 공부를 하면 합격할 수도 있다. 올해 을지대 보건과학대학 임상병리학과에 입학한 최하은씨는 “홈스쿨 방식으로 공부하며 ‘수능’으로 대학에 가겠다는 확고한 목표가 있었다”고 했다. 최씨는 “사실 학종이나 기타 전형은 ‘좁은 문’이었기 때문에 보건 분야 적성을 파악한 뒤에는 정시에만 신경 썼다”고 했다. 그는 ‘임상병리사’로 진로를 확실히 정한 뒤 정시모집 전형을 꼼꼼히 읽어봤다. “을지대 임상병리학과는 ‘수학’과 ‘영어’를 필수로 반영했어요. 수학 ‘가형’을 선택하면 10% 가산점이 있었고요. 한국사도 1등급 구간 점수를 받아 5점 가산점을 받았습니다. 학교밖 청소년이라고 수능에서 밀리는 건 아닙니다. 저의 경우 ‘학생부교과전형’은 과감히 포기하고 정시모집에만 집중했습니다.”
글쓰기 자신 있다면 논술전형 준비도
논리적인 글쓰기에 자신 있다면 논술전형도 노려볼 만하다. 서울여대 논술우수자전형, 경북대 논술(AAT)전형, 한국산업기술대 일반전형(논술) 등 논술고사 점수를 학생부 교과성적으로 환산·반영하는 대학들도 적지 않다. 문희태 교사는 “검정고시 합격생에게 가장 폭넓게 열려 있는 전형이 바로 논술전형”이라며 “내가 거둔 논술 성적이 곧 내신 점수가 된다. 독서력이 탄탄한 청소년들에게 추천한다”고 했다.
“입시요강을 보면 각 대학 논술전형의 학생부 반영 비율이 최대 40%까지인 학교도 있지만 입학 사정 때 교과성적 실질반영률은 낮아집니다. 실제 당락을 결정하는 것은 논술 성적이기 때문이죠.”
전문대학 지원을 고려해보는 것도 하나의 길이다. 충남 예산예화여고 권혁일 교사는 “일반대학은 수시모집 지원 횟수가 6회로 제한돼 있지만 전문대학은 횟수 제한 없이 전문대학 간 복수 지원이 가능하다”며 “전문대학은 정시에서도 군별 모집이 없기 때문에 두루 지원할 수 있다”고 했다.
“대입정보 포털 ‘어디가’ 누리집(www.adiga.kr), 전문대학 포털 누리집(procollege.kr) 등에서 학교밖 청소년도 대학·입시 상담을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학교밖 청소년들은 재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로 탐색 기회가 적기 때문에 ‘커리어넷’ 누리집(www.career.go.kr)에서 진로 심리검사, 진로 상담, 직업·학과 정보 등을 얻은 뒤 본격적인 입시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