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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학생과 선수 사이, 균형잡기 쉽지 않아요

등록 2017-05-16 08:46수정 2017-05-16 08:56

체육특기자 제도 개선, 제대로 하려면
‘공부하는 학생선수’ 기르자는 뜻
‘정규수업 참여 의무’ 지침 강화
부득이한 경우, 동영상으로 보충수업

대학·구단 대회 성적으로 학생 뽑는 탓
학생선수들 운동에 목맬 수밖에 없어
휴일 지정·스포츠클럽식 운영 등
“현장 고민 담은 제도 나와줬으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경동고 야구부 학생들이 교내 운동장에서 각자 포지션에 맞춰 훈련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경동고 야구부 학생들이 교내 운동장에서 각자 포지션에 맞춰 훈련하고 있다.
서울 광영여고 유도부 최정원(2학년)양은 중학교 1학년 때 아빠의 권유로 운동을 시작했다. 평소 오전 5시50분부터 7시까지 아침 훈련을 하고 정규 수업에 들어간다. 6교시를 마치고 3시반부터 6시까지 오후 훈련을 하고, 일주일에 월·수·금은 8시부터 9시까지 야간 훈련을, 화·목은 컴퓨터실에서 동영상 강의를 듣는다.

“영어 교과는 기초가 부족해서 중2 과정을 듣고 있다. 알파벳을 배우는데 강사가 재밌게 수업해서 발음도 따라 하게 되고, 교실 수업보다 내용이 쉬워서 이해가 더 잘된다.”

최양의 꿈은 체육교사가 되는 것이다. 남을 가르치는 일에 관심이 있고 학교 체육선생님이 멋있어 보여서다. 목표가 명확해진 뒤 공부에 더 신경을 쓴다. 꿈도 꿈이지만, 살아가는 데에도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항상 선수들끼리만 지내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이랑 대화하거나 국가대표가 돼서 인터뷰하려 해도 상식이나 영어 등을 알아야 한다. 내 미래를 위해 공부하는 것”이라고 했다.

‘수업 듣고 훈련 참가’ 원칙, 엄격히 관리

교육부가 얼마 전 ‘체육특기자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초·중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운동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동시에 체육특기자 부정 입학을 근절하자는 취지다. 체육특기자 제도는 체육에 특별한 소질이 있는 학생들을 발굴·육성하기 위해 상급학교 입학 때 특례를 인정해주는 제도다. 1972년 도입돼 일부 개정을 거쳤지만 현재까지 선발 규모나 사정 방식 등이 대학 자율로 운영되고 있다.

체육특기자 전형방식은 정원 내 특별전형인 ‘특기자 특별전형’으로 선발한다. 보통 서류와 면접, 실기 등을 본다. 그 가운데 경기력이나 실기 능력 등을 가장 중요시하기 때문에 학생선수는 공부보다는 운동에 더 집중하게 된다. 일반전형에 지원할 수 없고 과거 엘리트 선수 육성정책에 따라 운동에만 전념하게 된 탓도 있다.

기존에도 정규 수업을 듣고 훈련이나 대회에 참가하도록 했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수업을 들은 것처럼 출결을 조작하는 등 파행 운영 사례가 많았다. 경기 광문고 임성철 체육교사는 “법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관리 감독을 강하게 하지 않는다. 지도자들이 선수로 성공하는 것에만 집착하면 학생선수들의 학습권을 무시하게 된다”고 했다.

임 교사에 따르면, 대학에 가서 프로선수가 되는 이들은 전체 5~6%다. 나머지는 중도에 포기한다. 그는 “우리 학교 축구부는 평소 정규 수업을 듣고 대회 시즌에는 하루 한 시간 정도만 수업을 빠져 공부와 운동을 두루 잘하는 학생이 많다. 하지만 이렇게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 둘 다 어정쩡하게 하다 보면 ‘낙동강 오리알’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개선안은 정규 수업 이수 후 훈련에 참여하도록 한 원칙의 준수를 강화했다. 부득이한 이유로 정규 수업 이수가 불가능한 경우 보충 학습도 제공한다. 전국대회 참가 일수를 수업일수의 3분의 1까지 허용하고 최저학력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체육특기자는 전국(국제)대회 참가를 제한할 계획이다. 대입 전형에 학생부 교과 성적과 출석 반영도 의무화한다.

현재 학생선수들은 대회 출전으로 수업 결손이 생겼을 때 교육부가 보충 학습 형태로 제공하는 이스쿨(e-school) 학습프로그램을 이수한다. 중학교 32개 교과, 고등학교 44개 교과의 동영상 콘텐츠가 있다. 교육부 인성체육예술교육과 관계자는 “이스쿨은 방송통신중고등학교 콘텐츠를 활용해 정규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한다. 성인 대상이지만 수준을 조금 낮춰 만들었기 때문에 학생선수들이 학습하기 수월하다”고 했다.

학생선수는 수업을 하루 빠지면 온라인 수업 3시간을 들어야 한다. 듣고 싶은 과목을 요청하면 교사가 승인해주는 방식이다. 정규 교육과정 외 최저학력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을 위한 기초학력 보장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광영여고는 지난해 이스쿨을 시범 운영했다. 현숙희 체육교사는 “한 학기에 60시간 정도 이수하는데 집에서 혼자 하려면 힘들기 때문에 학교에서 따로 시간을 내서 함께 공부하게 한다. 최대한 동기 부여를 도와 능동적으로 참여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스쿨로 공부해 수능을 치른 유도부 학생 가운데 3명이 언어영역 5등급을 받았다. 나머지 학생들도 내용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수업시간에 조는 일이 줄었다.

하지만 종목에 따라 경기 일정이나 운동부 운영 방식에 차이가 있다. 학생선수나 담당교사들은 “체육특기자 제도 자체의 개선도 필요하지만 운동 환경이나 대입제도 등 그에 앞서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평일엔 공부, 주말엔 경기 ‘이중고’ 힘들어

“공을 쥐는 손가락을 틀지 말고 그냥 반대로 툭 내려찍어. 폭포수가 아래로 떨어지듯 던지면서 내려주는 느낌으로.”

지난달 28일, 서울 경동고 운동장에서 강현철 야구부 감독이 투수 학생에게 변화구를 지도하고 있다. 경기를 앞두고 각자 포지션에 맞춰 훈련에 한창이었다. 보통 고등학교 야구 시즌은 3월부터 11월 중순까지 이어진다. 2년 전부터 축구, 야구 등 일부 종목은 평일에 치르던 공식 대회를 모두 주말에 진행하게 했다. 학생선수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서라지만 이들은 더욱 쉴 틈이 없어졌다.

투수를 맡은 2학년 김동현군은 “주말에 경기를 하기 때문에 평일에는 육체적으로 휴식이 필요하다. 부상과도 직결된 문제다. 고등학교 들어와서 훈련이 더 힘들어서 공부하기 힘든 점도 있다”고 했다. 2학년 황준수군도 “주말리그 도입 취지가 평일에 공부하고 주말에 시합하며 ‘공부하는 운동선수’가 되라는 것이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공부한 게 아니라서 기초가 부족해 따라가기 힘들다”고 했다.

강 감독은 “공부하는 게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두 가지를 다 하기 부담스럽다. 평일에 수업을 다 듣고 주말에 경기를 치르는 학생들에겐 이중고”라고 했다. 현재 야구부 학생은 대입에서 투수는 평균자책점(방어율)과 이닝 수, 타자는 타율과 타석 수 등 개인 기록을 주로 본다. 학교마다 요구사항이 조금씩 다르지만 주말리그나 전국대회 등 공식 경기 성적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학부모나 학생이 대회 성적에 목숨을 거는 이유다.

당연히 감독에게도 압박이 온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욕을 먹거나 바로 경질되는 프로구단 감독과 다를 바 없다. 강 감독은 “학교마다 비중을 다르게 하지 말고 일괄적으로 성적 기준을 명확히 만들면 학생들은 공부를 할 수밖에 없다. 가령, 모든 대학이 내신 40, 학생부 20, 대회 성적 20, 면접 20 등으로 정하면 운동 실력에만 목매지 않고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학생선수를 위해 특기자 전형뿐 아니라 일반 학과에도 운동선수 전형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학의 문턱을 낮춰서 다양한 진로를 찾게 해야 한다. 무조건 공부하라고만 할 게 아니라 아이들이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이 들게 대학 문을 열어줘야 한다. 지금은 ‘공부해봤자, 그 시간에 운동이나 하지’라는 생각이 더 크다.”

실제 만난 학생선수들 가운데에는 알파벳을 모르거나 수학 문제 자체를 읽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좋아하는 과목 수업은 조금 듣기도 하지만 전날 야간 훈련이 길어지거나 체력적으로 힘든 날은 수업시간에 거의 쓰러지다시피 해서 잔다고 했다.

이들은 “‘공부하는 학생선수’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자는 것이지만 현실을 따졌을 때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이스쿨을 본다 해도 영상만 켜놓고 내용에 집중하지 않고 딴 일을 한다. 하루에 몰아서 보거나 다른 사람이 대신 들어줘도 알 수 없다”고 했다.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최저학력 기준에 도달해야 하지만 반드시 시험이 아니더라도 수업 참여나 수행평가 등으로 어느 정도 채울 수 있다. 학생과 교사들은 “개선안의 취지는 좋지만 현 상황에서는 어려운 점이 많다”며 나름의 대안을 제시했다.

황군은 “일주일 중 하루는 전국의 고등학교 야구부가 ‘훈련 쉬는 날’을 만드는 것이다. 경쟁 때문에 남들이 하니까 우리만 쉴 수 없어서 한다. 휴일을 지정해 필요한 공부를 하든 진로교육이나 직업교육을 하면 좋겠다”고 했다. 김군은 “학생선수만 참여하는 운동부가 아니라 외국의 축구 클럽제도나 동아리처럼 일반 학생 누구나 관심 있고 재능이 있으면 활동하게 해야 한다. 클럽 출신도 프로선수로 갈 수 있게 하면, 학생들이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기가 수월할 거 같다”고 했다.

경동고 고인수 체육교사는 “학생선수의 수업권을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고, 당장 최저학력에 걸리면 시합 출전을 못하기 때문에 공부하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학생선수에게는 운동이나 훈련도 다 공부다. 이미 진로가 결정된 학생들이라 전문교육을 하는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 실습 시간을 인정하듯 훈련도 운동선수의 학습권으로 보고 교육과정으로 일부 인정해줘야 한다”고 했다. 글·사진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lotus57@hanedui.com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경동고 야구부 학생들이 교내 운동장에서 각자 포지션에 맞춰 훈련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경동고 야구부 학생들이 교내 운동장에서 각자 포지션에 맞춰 훈련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경동고 야구부 학생들이 교내 운동장에서 각자 포지션에 맞춰 훈련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경동고 야구부 학생들이 교내 운동장에서 각자 포지션에 맞춰 훈련하고 있다.
이스쿨 누리집 화면 갈무리.
이스쿨 누리집 화면 갈무리.

해외 특기자 제도는?

시즌 운영규정 명확, 대입서 학력·인성도 평가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에도 체육특기자 제도가 있지만 우리와는 차이가 있다. 운동에만 올인하기보다 클럽이나 동아리 활동처럼 학생들이 수업을 다 들은 뒤 부활동 개념으로 참여한다. 유럽 국가는 지역사회 단위로 종목별 클럽을 만들어 선수를 발굴·육성한다. 원하는 학생은 방과 후에 희망하는 스포츠클럽에 등록해 활동한다.

우리나라에서 대입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관리하지만 고교 운동부를 관리하는 기구는 따로 없다. 경기 일정이나 학습권 관리 부분도 종목과 학교에 따라 편차가 크다. 미국과 일본도 학교 단위 운동부를 운영한다. 특히 미국은 학령에 따라 관리하는 조직을 따로 두고 있다. 고교와 대학을 관리하는 조직이 서로 협조해 학사 및 진학을 관리하며 ‘공부하는 학생선수’를 키운다. 종목별 시즌 관리규정도 있다. 첫 공식 경기부터 마지막 경기까지 최대 76일, 시즌 중 경기 수는 25게임을 넘지 못한다. 경기는 주말에 열게 한다.

대입의 경우 우리는 체육특기자 전형이 학교별로 제각각이지만 미국은 미국대학스포츠협회가 정한 학업 자격, 아마추어 자격을 충족해야 개별 대학 선발 절차를 거칠 수 있다. 이때 운동능력뿐 아니라 일반 학생과 동일한 기준으로 학력을 평가한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입학시험, 고등학교 성적 이외 인성, 운동능력, 전 분야에 대한 열정과 같은 주관적 요소도 포함한다. 학생선수들도 공부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무조건 대회 자체를 목적으로 한 학생선수 위주의 경쟁적인 훈련 창구가 아니라 운동을 좋아하는 일반 학생들이 모두 참여하는 방식의 운동부 사례도 있다. 일본은 ‘부카쓰’라는 동아리 활동 형태로 비슷한 관심사의 학생이 자발적으로 모여 지도를 받는다. 한국의 학교 스포츠클럽과 비슷한데 전문 체육선수를 기르는 목적도 있다. 정부, 지자체, 교육 당국이 협력해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중학생의 60%, 고등학생의 40%가 넘는 학생이 운동부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도 2014년 학교 스포츠클럽 활성화로 학생선수 수가 늘었지만 이는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등록한 것이다.

우리나라 체육특기자 학생들은 대개 대회 수상 실적 등을 바탕으로 대학에 진학한다. 일본은 대학 진학 때 ‘추천 입시’라는 특별한 전형 절차가 있다. 이는 체육특기자만을 위한 별도의 제도는 아니다. 스포츠 분야의 추천 입시는 정규 교육과정에 들어 있는 체조·육상·수영·무용·농구·배구·축구·유도·검도 등 14개로 한정한다. 추천 입시는 조사서, 면접, 소논문, 실기 검사로 진행한다. 조사서는 일종의 지원서이고, 소논문은 우리나라의 논술에 해당하며, 면접은 소논문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인성적인 부분을 파악하는 전형이다.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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