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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한겨레·중앙일보, ‘우병우 구속영장 기각’ 사설 비교해보기

등록 2017-04-24 19:38수정 2017-04-24 19:38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4월1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으러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4월1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으러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권희정(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권희정(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한겨레 사설] ‘우병우 단죄’ 의지 없는 검찰, 개혁과 수사 대상일 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구속영장이 법원에 의해 또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12일 “범죄 성립을 다툴 여지가 있고,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음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밝힌 기각 이유는 지난 2월 첫 기각 때와 비슷하다. 보완된 게 별로 없다는 뜻이니 검찰이 그동안 뭘 수사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검찰과 특별검사팀을 거치며 대통령과 삼성그룹 오너까지 구속했지만, 국정 농단을 방조·은폐하는 과정에서 검찰을 수족처럼 부린 ‘검찰 농단’의 주역은 제대로 단죄하지 못하게 된 셈이다. 검찰 수뇌부에 우 전 수석이 꽂은 ‘우병우 라인’이 여전히 건재한 상황에서 검찰 농단을 제대로 파헤칠 수 있겠느냐는 우려는 불행하게도 그대로 적중했다.

수사 초기부터 윤갑근 특별수사팀이 압수수색조차 않는 등 노골적인 소극 수사로 일관하더니 결국 이런 결과를 낳았다. 정윤회 문건 사건 등 청와대의 ‘검찰 농단’에 대해선 아예 손도 대지 않았으니, 대놓고 국민을 우롱한 꼴이다. 이젠 우 전 수석의 불구속 기소를 검토한다는데, 무죄를 받도록 방치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에게 적용한 혐의는 사실 ‘검찰 농단’의 빙산의 일각이다.

스스로 썩은 살을 도려낼 의지가 없는 검찰에 더 기대를 하는 것은 의미없는 일이다. 검찰과 업무상 이해관계로 엮이지 않은 법조인을 특별검사(특검)로 지명해 수사하게 해야 한다. 그래서 현직 검찰총장 등 수뇌부를 포함해 성역을 두지 말고 파헤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청와대 압수수색도 당연히 다시 해야 한다. 형사소송법에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치는 경우가 아니면 거부할 수 없다고 돼 있으니, 저지하면 공무집행 방해로 처벌해야 함은 물론이다.

‘검찰 농단’ 수사 없이는 검찰 개혁도 추진 동력을 잃을 수 있다. 각 당 대통령후보들은 이번 기회에 특별검사와 검찰 개혁 입법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 검찰의 치부만 피해 간 수사로 ‘검찰 개혁’ 여론이 높아지고 있으니, 지금이 호기다. 지금 못하면 대선 뒤에는 더 어렵다. 검찰이 대대적인 사정작업에 들어가면 ‘정권의 칼’을 자임하는 검찰의 유혹 속에 다시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칠 가능성이 크다. 검찰 출신 의원들의 조직적 저항도 걸림돌이 될 것이다. 검찰 개혁 의지와 진정성을 갖춘 후보라면 당장 특검과 검찰 개혁 입법 추진을 선언해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우병우 영장 또 기각 ­… 검찰이 자초한 수사 실패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청구한 구속영장이 어제 또다시 기각된 책임은 전적으로 검찰에 있다. ‘법리 다툼의 여지가 있고 도주 우려에 대한 소명 부족’이라는 영장 기각 사유에서 보듯 법원조차 수사 미진을 확인한 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정 농단 사건으로 최순실이 구속되고 박근혜 대통령까지 파면·구속된 마당에 이런 참사를 막았어야 할 핵심 책임자가 거리를 활보하게 된 건 상식에 맞지 않는다. 더욱이 우 전 수석은 역대 민정수석 중 가장 강력한 권력을 휘두르며 검찰 수사에 외압을 행사하고 검찰 인사를 농단했다는 의혹을 받아 오지 않았는가. 국민의 인식과 법적 현실 간에 이렇게 간극이 큰 수사 결과를 누가 납득할지 의문이다.

이번 영장 기각은 검찰과 특검의 수사 행태나 궤적, 의지를 되짚어보면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 지난해 8월 윤갑근 특별수사팀이 주도한 검찰의 초기 수사는 우병우에 의한, 우병우를 위한 수사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난해 7~10월 법무부 검찰국장은 거의 매일,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은 중요한 국면마다 우 전 수석과 통화한 사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가족회사 ‘정강’ 등의 비리 의혹을 파헤쳤지만 수사 결과 발표도 생략한 채 흐지부지 끝냈다.

박영수 특검도 마찬가지였다. 어찌 보면 김기춘 전 비서실장보다 우 전 수석의 혐의가 더 중한데도 별도 수사팀을 꾸리지 않았다. 우 전 수석은 ‘정윤회 문건’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감찰 방해’ ‘최경환 부정 청탁’ 등의 사건에 개입한 의혹을 받았다. 하지만 특검이 직권남용 등 11가지 혐의로 청구한 영장은 결국 기각됐다. 박 특검과 우 전 수석 간 친분 관계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됐다. 박 특검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 100% 발부될 것”이라고 호언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이번 특수본은 대한체육회 감찰 지시 및 국회 청문회 때 위증 혐의를 새로 찾아냈다고 했으나 사안이 경미했다. 이처럼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는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의혹을 벗어나지 못했다.

우리는 우 전 수석을 반드시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그의 검찰 사건 농단, 검찰에 현존하는 이른바 ‘우병우 사단’의 실체에 대한 진상 규명 없이 수사를 끝내서는 안 된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이달 17일 이전에 기소하면서 우 전 수석을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과 보강 수사를 거쳐 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이라고 한다. 현 상황에서 우 전 수석을 불구속 기소하는 건 면죄부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서둘러 마무리지을 이유도 없다. 검찰 수뇌부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서 블랙리스트, 이대 입시 비리 등은 모두 공범이 있는데 왜 우 전 수석의 범죄만 공범이 없을까? 그건 바로 공범이 ‘검찰’이기 때문”이라는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어느 조직이든 스스로 결단하지 못하면 결국 시대에 떠밀려 혁신 대상으로 전락하고 만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 특임검사를 임명해 전면 재수사하는 방안을 포함해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할 때다.

[논리 대 논리]

한겨레 “‘우병우 특검’ 및 ‘검찰 개혁 입법’ 필요”…중앙 “특검 임명해 전면 재수사 해야”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지난 12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구속영장이 또 기각됐다. 지난 2월 박영수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 기각에 이어 두 번째다. 전 대통령도,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삼성전자 오너도 피해갈 수 없었던 구속에서 ‘법꾸라지’로 불리는 우병우만 예외였다.

이후 언론에서는 검찰의 수사가 미진했던 이유를 물으며 봐주기 수사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한겨레와 중앙은 사설을 통해 수사 실패의 과정을 복기한 후 검찰에게 과연 단죄 의지가 있느냐고 강도 높게 질타했다. 대통령이 탄핵되는 초유의 일을 겪은 상태인데도 핵심 책임자였던 우병우만 살아남은 까닭은 검찰조직에 ‘우병우 사단’이 건재함을 뜻한다. 따라서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 때와 마찬가지로 향후 재판 과정에서도 소극적으로 임할 가능성이 크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한겨레는 우 전 수석에 대해 ‘검찰을 수족처럼 부린 검찰 농단의 주역’이라고 지적하였다. 그런데도 노골적인 소극 수사로 인해 영장이 기각된 것은 검찰이 스스로 썩은 살을 도려낼 의지가 없음을 보여준 것이라며 더 이상의 기대는 없다고 평가했다. 우병우 건을 제대로 밝히려면 검찰총장까지 포함하여 성역 없이 수사할 ‘우병우 특검’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였고, 이 김에 검찰 농단 자체를 수사하는 ‘검찰 개혁 입법’ 추진도 동시에 요구하였다. 흔히 이사를 할 때 큰 짐을 버리듯 대전환의 시기에 검찰 개혁도 추동력을 얻을 수 있다. 한겨레의 주장에는 근본적 혁신의 당위성이 담겨 있다.

중앙도 그동안의 수사 과정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면서 검찰 내부에 존재하는 ‘우병우 사단’이 제 식구 감싸기를 해왔다는 의혹을 입증하였다. 지난해 8월 수사 초기부터 피의자인 우병우가 수사 주체로 힘을 행사해왔고 이는 박영수 특검과 이번 특수본도 마찬가지였음을 지적했다. 따라서 ‘우병우 사단의 실체에 대한 진상 규명’이 없이는 제대로 된 수사가 불가능하므로 특임검사를 임명해서 전면 재수사할 것을 촉구했다. 중앙은 ‘검찰이 공범’이라는 날카로운 비판과 함께 우병우 건과 관련하여 스스로 혁신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주려는 입장으로 보인다. 검찰이 스스로 환골탈태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돌이켜보면 8개월(특검 기간 포함)의 수사 기간 동안 검찰은 우 전 수석의 개인 비리나 자금 추적, 압수수색에 소극적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가족회사 정강의 횡령과 의무경찰인 아들의 운전병 특혜전출 논란 수사, 휴대전화를 바꾼 후에 압수하기 등이 대표적이다. 최순실씨 사건이 한창이던 때 독일에 있던 최씨는 검찰 압수수색 정보를 미리 알고 측근에게 증거 인멸을 지시했다고 한다. 국회 청문회에서 ‘쓰까 요정’으로 등극한 김경진 의원이 정보 유출에 관해 벌인 추궁은 이 점을 언급한 것이다. 검찰이 비리에 대해서는 감싸기 수사를, 수사 과정에서는 정보 유출을, 혐의에 대해서는 봐주기를 했다는 비판이 높아지면서 법조계에서는 ‘겉핥기’만 하는 게 아니냐며 비판이 거셌다. 차렷 자세의 검사들 앞에서 팔짱 끼고 웃는 ‘황제조사’ 사진은 상징이 되어 경각심을 높였다.

검찰 농단을 당한 쪽에서 분노할 법도 한데 오히려 솜방망이 수사를 하는 점이 의아하다. 전문가들은 우 전 수석이 재직할 당시의 인물들이 여전히 검찰 수뇌부로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박영선 의원은 작년 11월 국회에서 우병우 사단 12명의 명단을 공개한 바 있다. 대검, 고검, 서울중앙지검 및 법무부에서 두루 주요 보직을 맡고 있으며, 우 전 수석의 수사와 관련해서는 특수본 부장, 수사팀 팀장, 공보 등이 포함되어 눈길을 끈다. 지난해 수사 초기에는 우 전 수석이 법무부 검찰국장과 1000여 건의 통화를 주고받았고 서울중앙지검장과도 주요 국면마다 통화를 한 사실도 밝혀졌다.

그러나 권력은 강하고 내부에서 나오는 자성의 목소리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지난 4월17일, 검찰은 결국 두 신문이 구속영장이 기각된 시점에 강하게 우려했던 보강수사 없는 불구속 기소를 단행했다. 검찰이 박영수 특검팀이 조사한 혐의 중 구속영장 신청 시에는 3분의 1을 줄였고, 기소 시에는 13개 중 8개만을 적용했다는 소식도 함께 들렸다.

권희정(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추천 도서]

검찰공화국, 대한민국

김희수·서보학·오창익·하태훈 지음, 삼인 펴냄, 2011년

정권에 따라 부침을 겪은 대한민국 검찰의 역사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권한을 지닌 우리 검찰의 특징과 현주소를 하나씩 짚어볼 수 있다.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검찰공화국이라는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추천 도서]

분노하라, 정치검찰

이재화 지음, 이학사 펴냄, 2012년

한국 현대사에 있었던 7개의 유명한 재판을 소재로 하여 정치검찰의 불법과 탈법 과정을 조목조목 구체적으로 서술한 책이다. 현실과 원인을 정확히 아는 것은 개혁의 출발이다. 정치검찰이 개혁되어야 하는 이유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정치검찰과 검찰개혁

한국의 검찰은 수사권, 기소권, 형집행권을 독점하는 ‘무소불위의 비대한 권력과 재량권’을 가진 조직이다. 이 힘을 정의롭게 사용하면 사회를 바로 세우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경우 122명의 인원이 70일간의 수사로도 큰 성과를 보여주었다. 2천여 명의 대한민국 검사 인원을 고려해 볼 때 검찰권이 제대로 행사된다면 부패와 불법이 상당 부분 근절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대다수의 검사들은 성실하게 임무를 다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검찰이 법보다는 정치 및 권력과 가까워질 수 있는 제도적 문제도 있다. 검찰의 구조가 승진을 빌미로 하여 권력 추구 의지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 상명하복 체제에서는 정치적 압력이 줄을 따라 내려온다는 점, 의식 수준에서는 여전히 힘을 발휘하는 ‘검사동일체’의 원칙과 형사재판에서 보장된 우월적 지위 등은 권력욕을 자극하기가 쉽다. 부패한 정치검찰은 권력의 입맛에 맞게 형사사법권을 휘두르는 한편 정치적 반대파에게는 여론 호도용 기소를 남용하기도 한다. 정권에는 아부를, 시민에게는 재갈을 물리는 검찰이 정치검찰이다.

권한은 매우 강력한데 감시와 견제에서 자유로울 때 검찰은 권력형 부패의 당사자가 되어 자기 사건을 스스로 처리하기 어려워진다. 검찰 개혁이 사회 현안으로 떠오를 때마다 검찰 인사제도 개혁이나 (상설)특별검사 제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 등이 논의되어 왔다. 그동안 수차례 국회에서 추진되다가 폐기되어온 검찰 개혁 입법이 추진된다면 바로 지금이 적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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