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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공부와 복싱은 닮은꼴…‘한 방’에 안 됩니다”

등록 2017-04-18 09:14수정 2017-04-18 09:16

[함께하는 교육] <입시왕, 공부를 부탁해> 저자 홍석철씨

대치동 등 입시 최전방에서 강사 활동
생생한 교육현장 사례 책으로 펴내
만점·명문대…부모 관점의 성과 말고
사소한 거라도 아이 목표 설정 필요해

묻지마 학원 뺑뺑이는 효과 없어
성향 따져 맞춤형 교육공간 선택해야

최근 연 <입시왕, 공부를 부탁해> 북콘서트에서 저자 홍석철씨가 독자들과 이야기 나누고 있다. 도서출판 책비 제공
최근 연 <입시왕, 공부를 부탁해> 북콘서트에서 저자 홍석철씨가 독자들과 이야기 나누고 있다. 도서출판 책비 제공
1. ‘좋은 대학에 가려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이루려고’, ‘똑똑해지려고’

2. ‘엄마, 아빠가 원해서’, ‘거지가 안 되려고’, ‘이런 질문은 나의 삶에 의욕을 없앤다’

3. ‘그냥’, ‘아직 확실한 길을 정하지 못해서 그냥…’

‘공부를 왜 하느냐’는 주제의 설문조사에서 각각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이 쓴 답변이다. 공부는 하지만 스스로 정한 뚜렷한 목적 아래 공부하는 학생들은 별로 없다는 걸 말해준다.

이 설문조사를 한 사람은 홍석철씨다. 그는 10년 넘게 서울 목동, 중계동, 대치동 등 입시 최전방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최근 <입시왕, 공부를 부탁해>라는 책을 쓴 홍씨를 10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 책은 글쓰기 플랫폼 다음 ‘브런치’에 연재한 글과 학생을 가르치고 상담한 내용을 엮은 것. 그는 2014년부터 팟캐스트 <입시왕>을 진행하며 공부·입시·교육에 관한 정보도 주고 있다. 이 방송은 100만명이 넘는 청취자가 들으며 지난해 ‘대한민국 최고 팟캐스트 톱 50’에 뽑혔다.

독특한 이력 또 하나. 홍씨는 강사 생활로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복싱에 입문했고, 프로선수까지 됐다. 학생들과 갈등이 생기면 체육관으로 불러내 스파링을 하며 풀기도 한다. 그는 “공부와 복싱은 공통점이 있다”고 말한다. ‘한 방’으로 끝낼 수 없다는 것. 아이들을 좀 더 이해하기 위해 교육심리학을 전공한 그에게 공부 체력 기르는 법, 학원 똑똑하게 활용하는 법 등을 물어봤다. 인터뷰 내용을 복싱 경기에 비유해 정리해봤다.

링 오르기 전, 목표 세우고 공부체력 기르기

하버드대 사회심리학과 교수와 한 초등학교 교장이 전교생을 대상으로 지능검사를 했다. 결과와 상관없이 무작위로 20퍼센트 학생을 뽑았다. 교사에게 그 명단을 건네며 지적 능력이나 성적 향상 가능성이 높은 ‘영재 학생’이라고 소개했다.

8개월 뒤 같은 검사를 했더니 놀랍게도, 20퍼센트 학생들이 나머지 학생들보다 점수가 높게 나왔고, 학교 성적도 크게 향상됐다. 어른들의 기대와 믿음이 아이들을 변화시킨 것이다.

복싱 선수는 링에 오르기 전, ‘타이틀 방어’, ‘시합 우승’ 등 목표를 세우고 훈련한다. 초등학생 때부터 공부를 포기한 아이는 없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목표가 없으면 성적이 떨어지고, 공부를 힘들어한다. 그만큼 목표는 공부하는 데 큰 동기다. 한데 대학이나 점수만을 목표로 삼고 달리면 성적이 오르지 않았을 때 그만큼 좌절감이 크다.

홍씨는 “아이 스스로 봤을 때 능력껏 계획하고 실력도 향상되는 중인데, 부모가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문제가 없는데 주변에서 문제라고 여기는 것이다. 부모가 만점, 명문대 등 높은 성과만을 기대하고 강요하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아이가 공부에 익숙해지고 진지하게 자신만의 ‘진짜 공부법’을 찾기 위해서는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문제는 이때 부모가 기다리지 못하고 ‘학원 뺑뺑이’를 돌린다는 데 있다. 빡빡한 일정 탓에 아이들은 배운 내용을 스스로 곱씹으며 고민할 시간이 없다.

홍씨는 “3년간 성적이 그대로였던 아이가 학원에 다닌 뒤 3주 만에 성적이 뛰었다면 그건 실력이 오른 게 아니라 점수가 오른 것이다. 기출문제 풀이를 반복해 만들어진 ‘점수 거품’은 언젠가 꺼진다”고 했다.

“똑같은 내용을 배워도 글로 쓰거나, 말로 내뱉거나, 눈으로 보면서 외우는 등 아이마다 공부 방법이 다르다. 빨리 성과를 내려 하기보다 아이 학습 방식과 속도에 맞춰 기다려야 한다. 공부 체력은 여러 방법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길러진다.”

학원은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정도로 활용하고 나머지는 독서실을 가거나 스터디 모임을 통해 ‘자기 공부’를 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다.

‘공부’ 대결 앞서, 나부터 제대로 파악하라

기초체력이 다져지면 경기에서 쓸 슬리핑(주먹 피하기), 스트레이트 잽, 어퍼 훅, 페인팅 모션(속임수 동작) 등 기술을 익히고 필살기를 연마해야 한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꾸준히 공부하되, 내게 맞는 ‘공부법’을 찾아야 효율적이다. 홍씨는 “대부분 학생이 학원에 다닌다. 같은 학원에서, 같은 방법으로, 같은 내용을 배우지만 성적은 다르다. 아이의 성향이나 학습 태도부터 파악하고 사교육을 활용하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열심히 하고 성적도 어느 정도 나오는 학생은 대형 학원이 맞다. 장학금 제도도 있고 수준별 수업을 진행하므로 자극을 받으며 공부하게 된다. 노력은 하는데 성적이 좋지 않다면 원장이 직접 수업하는 학원이 낫다. 상대적으로 아이의 부족한 부분을 내 자식처럼 꼼꼼하게 살펴주기 때문이다.

열심히 하지 않는데 성적이 좋다면 소규모 학원이나 과외가 좋다. 여럿이 있으면 강사의 주의가 분산되고 들러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공부에 흥미도 없고 성적도 좋지 않은 경우는 오히려 학원 부담을 줄이고 다양한 경험으로 자존감부터 키워야 한다. 학원에 다닌다면, 단과 학원에서 좋아하는 과목 수업을 듣는 게 좋다. 확실히 잘하는 과목이 생기면 자신감이 붙고 대입에도 도움이 된다.

무조건 학원에 다닌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돈이나 시간 대비 효율 즉, ‘가성비’도 따져봐야 한다. 월화수목금토 ‘6일 학원’을 다녀서 성적이 오르면 계속 보내는 게 맞지만, 별 효과가 없으면 고민해봐야 한다.

경기 후엔 일단 격려, 다음은 원인 분석

아빠 손에 이끌려 명문대를 탐방하고 온 아이는 “다리 아파서 짜증 났다. 못 올라갈 나무 쳐다봐서 뭐하냐”고 했다. 그 애가 어느 날 흥분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대학에 들어갔는데 같은 과에 가고 싶다고 한다. 이때 부모는 보통 “아직 정신 못 차렸냐, 그렇게 생각하니까 이 꼴이지”라고 타박한다.

경기가 끝나면 모든 선수가 서로를 격려하고 경기 장면을 되돌려보며 부족한 점을 찾고 목표를 재설정한다. 부모는 자꾸 자기 기대에 아이를 맞추려 하지만 공부 동기는 부모가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아이 스스로 ‘찾고 세우는 것’이다. 홍씨는 “부모의 바람을 세뇌하지 말고 조금 황당하고 엉뚱하더라도 아이만의 동기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줘라. 거기서 공부하는 원동력과 에너지가 나온다”고 했다.

수학에 소질이 없는 아이가 수학 시험을 망치고 왔을 때, 남과 비교하면서 혼내고 잔소리를 하면 아이는 무기력해진다. 그는 “아이들이 ‘저 못해요’, ‘하기 싫어요’라고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공부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시험 결과만 놓고 아이를 비난하기보다 원인을 함께 찾아보자. 아이가 침울해져 공부에 흥미를 잃는다면, 아이 수준보다 낮은 문제부터 차근차근 공부하며 성공 경험을 쌓게 하는 것도 좋다”고 했다. 선수들이 끊임없이 훈련하며 실력을 쌓듯, 꾸준히 복습하고 공부 경험을 쌓아 내 것을 만들어야 진정한 실력이 된다.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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