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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한겨레·중앙일보, '문재인·안철수 검증 논란’ 사설 비교해보기

등록 2017-04-17 21:13수정 2017-04-17 21:13

한국기자협회와 <에스비에스>(SBS)가 공동으로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에스비에스 프리즘 타워에서 개최한 ‘2017 국민의 선택,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물을 마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국기자협회와 <에스비에스>(SBS)가 공동으로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에스비에스 프리즘 타워에서 개최한 ‘2017 국민의 선택,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물을 마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한겨레 사설] 문재인·안철수, ‘촛불 대선’ 의미 무겁게 새겨야

5·9 대선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 간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대통령 탄핵에서 비롯된 이번 선거는 과거 대선과는 여러모로 양상이 다르다. 당내 경선은 물론 본선 기간이 부쩍 짧아지면서 이른바 ‘광속 대선’으로 치러지고 있다. 그만큼 밀도 있고 압축적인 경쟁이 필요하다. 특히 보수 진영이 몰락에 가까울 정도로 위축되면서 야권 후보들이 1, 2위를 다투는 ‘야-야 대결’ 구도가 가시화하고 있다. 여론조사 추이를 좀더 봐야겠지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2강을 형성하고, 홍준표 심상정 유승민 김종인 등 나머지 후보들이 추격하는 양상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오던 문재인 후보는 지지율 정체 현상을 겪으며 대세론을 위협받는 것처럼 보인다. 안철수 후보는 중도·보수층이 몰려들어 지지율이 오르며 문 후보를 바짝 뒤쫓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상대를 향한 비난 공세도 거칠어진다. 문 후보 쪽은 안 후보를 “적폐세력 후보, 정권연장 후보”로, 안 후보 쪽은 문 후보를 “자기만 옳다고 하는 계파 패권주의”로 몰아붙이며 ‘낙인찍기’ 경쟁을 벌인다. 상대 당 경선의 동원 문제를 물고 늘어지고, 상대 후보의 네거티브 소재를 확대재생산한다. 이러다간 지지자들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게 파이고 후보들은 큰 상처를 입는 ‘진흙탕 대선’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

두 후보는 한달간의 선거전을 앞두고 ‘조기 대선’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되새겨봐야 한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분노한 시민들이 거대한 촛불의 물결을 이뤄서 밀어붙인 게 여기까지 왔다. ‘촛불 민심’은 개혁세력이 중심이 되어 정권을 교체하고, 해묵은 악습을 청산하고, 각종 개혁 입법을 통해 미래로 나아갈 것을 주문했다. 5·9 대선은 결국 촛불에 담긴 민심을 누가 어떻게 차기 정부에서 제대로 구현해낼 수 있는가를 가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고 헐뜯는 데 집중할 게 아니라, 내가 촛불 민심의 체현자임을 증명해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한달 뒤 대통령선거가 끝나면 정권 이양기 없이 곧바로 새 정부가 출범한다는 점을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는 유념해야 한다. 헛된 공약을 제시하고 네거티브만 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지금은 그야말로 내우외환의 위기 상황이다. ‘무조건 이기고 보자’는 식으로 선거운동을 했다간 한달 뒤 큰코다칠 수 있다. 민주주의를 되살려 나라를 수렁에서 건진 국민들 앞에서 겸손한 자세로 선거운동에 임해야 할 것이다. 누가 당선되든 대선 이후 협력할 수 있는 부분에선 함께하겠다는 최소한의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한다.

선거란 게 결코 평화로울 수 없고, 검증은 날카로워야 한다. 그래도 촛불의 시대적 과제를 중심에 놓고 깨끗하게 경쟁하고 치열하게 토론한다는 자세만은 두 후보가 버리지 말길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 문재인·안철수, 가열차게 검증하고 정성껏 답변하라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1997년엔 아들의 병역기피 논란으로, 2002년엔 병역기피 ‘은폐’ 논란으로 낙마했다. 이처럼 사실 자체보다 사실 이후의 처신이나 태도 때문에 순식간에 국민 신뢰를 잃는 정치인은 수도 없이 많다.

지금 문재인 민주당 후보도 그런 위기에 처했다. 문 후보는 청렴·도덕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인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사돈의 ‘음주사고 처리’ 의혹과, 2006년 아들 준용씨의 ‘황제 채용’ 논란에서 이회창씨와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문 후보는 이에 대해 “부산 사람들은 이런 걸 보면 ‘마 고마해!’라고 한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당시 한국고용정보원은 입사시험 딱 하루 전, 딱 한 매체에만 날치기 채용공고를 내고 준용씨를 포함해 2명의 지원을 받아 2명 모두 채용했다. 문 후보는 누가 봐도 이상한 이 의문에 정성스럽게 답해야 했다.

노 대통령의 사돈인 배병렬씨 음주사건의 경우 어제 문화일보가 “당시 이호철 민정1비서관이 ‘대통령이 힘들어지니 이번만 덮고 가자’고 청와대 직원들을 설득했다”고 보도했다. 문 후보 측은 “일반적 동향보고라 민정수석에겐 보고되지 않았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이호철 민정비서관이 그토록 고뇌했던 민감한 사건이 어째서 ‘일반적 동향’인지, 문 후보는 ‘몰랐다’고 해명하면 그만인 것인지 의문은 오히려 확산될 뿐이다. 이제라도 문 후보가 아들 준용씨와 이호철씨를 좌우에 데리고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국민적 의혹을 풀어 주기 바란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겐 광주 경선 때 렌터카로 선거인단을 투표장으로 실어날랐다는 의혹이 선관위에 의해 제기됐다. 또 문재인 캠프의 박광온 공보단장은 “안 후보가 전주에서 찍은 기념사진 중에 조직폭력배와 관련된 인사가 있다”고 비난했다. 안 후보는 “제가 조폭이랑 관련이 있겠느냐”고 선을 그었지만 성실한 답변이 필요한 대목이다. 문·안 캠프는 상대방을 향해 “본격 검증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짧은 대선 기간 동안이라도 서로 가열차게 검증하고 정성껏 대답하기를 기대한다.

[논리 대 논리]

한겨레 “이러다간 ‘진흙탕 대선’ 될 수도”…중앙 “서로 가열차게 검증하고 대답해야”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자 검증은 필수다. 대선뿐 아니라 국회의원·지자체장 등 선출직을 뽑는 모든 선거가 마찬가지다. 후보자의 자격과 리더십을 유권자들이 올바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자격 미달인 대통령이 선출되면 그야말로 국가적인 재앙을 초래한다.

5월9일 19대 대통령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유력 주자들 간 검증 공방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문재인·안철수 2강 구도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도 열기를 북돋우는 요인이다. 다만 검증이 흑색선전이나 네거티브 공세로 변질되는 게 문제다. 과거 선거를 떠올려보면 검증이란 명분으로 상대 후보자에게 흑색선전에 가까운 문제제기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사실 정당한 검증과 네거티브 공세는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얽혀 있다. 문제를 제기하는 쪽은 정당한 검증 과정이라고 주장하지만 상대방은 이를 네거티브 공세라고 받아들이곤 한다.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검증 공방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이 문제를 다루는 중앙·한겨레 사설은 미묘한 입장차를 나타낸다. 제목에서부터 중앙은 ‘문재인·안철수 가열차게 검증하고 정성껏 답변하라’로 검증의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한겨레는 ‘문재인 안철수 촛불 대선 무겁게 새겨야’로 네거티브 공세보다는 이번 대선의 의미에 더 주목하라고 주문한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중앙은 일단 두 후보 간 공방을 정당한 검증 과정이라고 보는 입장이다. 제대로 검증에 대응하지 못해 실패한 과거 사례를 예로 들면서 지금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그런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한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1997년엔 아들의 병역기피 논란으로, 2002년엔 병역기피 ‘은폐’ 논란으로 낙마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사실 자체보다 사실 이후의 처신이나 태도 때문에 순식간에 신뢰를 잃는 정치인이 수도 없이 많다고 강조한다. 문 후보는 청렴·도덕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인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사돈의 ‘음주사고 처리’ 의혹과 2006년 아들 준용씨의 ‘황제 채용’ 논란에서 이회창씨와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문 후보는 ‘누가 봐도 이상한’ 아들 준용씨 채용을 둘러싼 의문에 정성스럽게 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겨레는 보수 진영이 몰락에 가까울 정도로 위축되고 야권 후보들이 1, 2위를 다투는 야-야 대결 구도가 가시화되면서 상대를 향한 비난 공세도 거칠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문 후보 쪽은 안 후보를 ‘적폐세력 후보, 정권연장 후보’로 안 후보 쪽은 문 후보를 ‘자기만 옳다고 하는 계파 패권주의’로 몰아붙이며 ‘낙인찍기’ 경쟁을 벌인다는 것이다. 상대 당 경선의 동원 문제를 물고 늘어지고 상대 후보의 네거티브 소재를 확대재생산한다는 주장이다. 이러다간 지지자들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게 파이고 후보들은 큰 상처를 입는 ‘진흙탕 대선’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상대 후보를 흠집내기 위한 네거티브 공세만 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중앙은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에게 제기된 여러 검증 사안에 대해 철저하면서도 정성스런 답변을 요구한다. 노 대통령 사돈 음주사건 처리 과정의 의혹에 대해 당시 민정수석이던 문 후보가 몰랐다고 해명하면 그만인 것인지 의문은 오히려 확산될 뿐이라는 것이다. 이제라도 아들 준용씨와 이호철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좌우에 데리고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국민적 의혹을 풀어주기 바란다고 당부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서도 성실한 답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안 캠프가 상대방을 향해 본격 검증을 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짧은 대선 기간 동안이라도 서로 가열차게 검증하고 정성껏 대답해주기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반면 한겨레는 두 후보는 조기대선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되새겨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분노한 시민들이 거대한 촛불의 물결을 이뤄서 밀어붙인 게 여기까지 왔다는 것이다. ‘촛불 민심’은 개혁세력이 중심이 되어 정권을 교체하고 해묵은 악습을 청산하고 각종 개혁 입법을 통해 미래로 나아갈 것을 주문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런 만큼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고 헐뜯는 데 집중할 게 아니라 내가 촛불 민심의 체현자임을 증명해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선거란 게 결코 평화로울 수 없고 검증은 날카로워야 하지만 촛불의 시대적 과제를 중심에 놓고 깨끗하게 경쟁하고 치열하게 토론한다는 자세를 버리지 말길 두 후보에게 당부하고 있다.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추천 도서]

네거티브 전쟁: 진흙탕 선거의 전략과 기술

데이비드 마크 지음, 양원보·박찬현 옮김,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2009년

미국 선거사에 등장했던 다양한 네거티브 캠페인 사례를 소개한 책으로 좌우 이념 대결이 극심했던 ‘매카시즘’ 광풍, 베트남 ‘반전주의자’ 공세 등 치열하고 냉혹한 진흙탕 싸움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5월9일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후보자 검증과 네거티브 공세를 둘러싼 논란이 뜨거운 오늘날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추천한다.


[추천 도서]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

김태형 지음, 원더박스 펴냄, 2017년

19대 대선 주자들과 2017년의 선택을 앞둔 유권자의 심리를 분석한 책으로 국민과 함께 공감하지 못하는 대통령을 경험하면서 심리적으로 건강한 대통령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오늘날 대권 주자들을 좀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후보자 검증과 네거티브 공세

후보자 검증과 네거티브 공세를 확연히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모든 검증에서는 제기하는 쪽과 제기당하는 쪽 모두의 자기중심적 인식과 해석이 작동한다. 네거티브 공세도 마찬가지이다. 상대를 흠집내기 위한 공세라는 게 분명한 인신공격의 경우에도 부분적으로는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을 주는 근거나 정보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물론 허위사실 유포나 사건 조작 행위 등과 같은 명백한 불법인 경우에는 법적인 조치를 취하면 되지만 교묘히 법 테두리를 넘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을 흠집내기 위한 네거티브 공세는 사실상 선거 운동의 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동안 실제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후보자 검증과 네거티브 공세 사례는 많다. 1997년 15대 대선에서의 ‘총풍·북풍’ 공세, 2002년 16대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 장남 병역비리 논란, 17대 대선에서의 이명박 후보 비비케이(BBK) 의혹 공방,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나경원 후보 1억원대 피부클리닉 이용 논란 등이 대표적이다. 5월9일 19대 대선일을 20여일 앞두고 있는 지금도 이런 검증과 네거티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물론 후보자 검증은 철저히 하고 성실하게 해명하는 과정을 거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실제 검증과 상대를 흠집내기 위한 악의적인 인신공격성 네거티브는 반드시 구분되어야 한다. 역대 선거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네거티브 공세에 따른 후유증의 피해는 고스란히 유권자인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에 특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당사자인 후보자와 해당 캠프의 자성과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지만 유권자 스스로 올바른 판단을 위한 안목이 필요하고 이를 보도하는 언론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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