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와 <에스비에스>(SBS)가 공동으로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에스비에스 프리즘 타워에서 개최한 ‘2017 국민의 선택,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물을 마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한겨레 사설] 문재인·안철수, ‘촛불 대선’ 의미 무겁게 새겨야
5·9 대선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 간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대통령 탄핵에서 비롯된 이번 선거는 과거 대선과는 여러모로 양상이 다르다. 당내 경선은 물론 본선 기간이 부쩍 짧아지면서 이른바 ‘광속 대선’으로 치러지고 있다. 그만큼 밀도 있고 압축적인 경쟁이 필요하다. 특히 보수 진영이 몰락에 가까울 정도로 위축되면서 야권 후보들이 1, 2위를 다투는 ‘야-야 대결’ 구도가 가시화하고 있다. 여론조사 추이를 좀더 봐야겠지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2강을 형성하고, 홍준표 심상정 유승민 김종인 등 나머지 후보들이 추격하는 양상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오던 문재인 후보는 지지율 정체 현상을 겪으며 대세론을 위협받는 것처럼 보인다. 안철수 후보는 중도·보수층이 몰려들어 지지율이 오르며 문 후보를 바짝 뒤쫓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상대를 향한 비난 공세도 거칠어진다. 문 후보 쪽은 안 후보를 “적폐세력 후보, 정권연장 후보”로, 안 후보 쪽은 문 후보를 “자기만 옳다고 하는 계파 패권주의”로 몰아붙이며 ‘낙인찍기’ 경쟁을 벌인다. 상대 당 경선의 동원 문제를 물고 늘어지고, 상대 후보의 네거티브 소재를 확대재생산한다. 이러다간 지지자들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게 파이고 후보들은 큰 상처를 입는 ‘진흙탕 대선’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
두 후보는 한달간의 선거전을 앞두고 ‘조기 대선’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되새겨봐야 한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분노한 시민들이 거대한 촛불의 물결을 이뤄서 밀어붙인 게 여기까지 왔다. ‘촛불 민심’은 개혁세력이 중심이 되어 정권을 교체하고, 해묵은 악습을 청산하고, 각종 개혁 입법을 통해 미래로 나아갈 것을 주문했다. 5·9 대선은 결국 촛불에 담긴 민심을 누가 어떻게 차기 정부에서 제대로 구현해낼 수 있는가를 가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고 헐뜯는 데 집중할 게 아니라, 내가 촛불 민심의 체현자임을 증명해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한달 뒤 대통령선거가 끝나면 정권 이양기 없이 곧바로 새 정부가 출범한다는 점을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는 유념해야 한다. 헛된 공약을 제시하고 네거티브만 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지금은 그야말로 내우외환의 위기 상황이다. ‘무조건 이기고 보자’는 식으로 선거운동을 했다간 한달 뒤 큰코다칠 수 있다. 민주주의를 되살려 나라를 수렁에서 건진 국민들 앞에서 겸손한 자세로 선거운동에 임해야 할 것이다. 누가 당선되든 대선 이후 협력할 수 있는 부분에선 함께하겠다는 최소한의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한다.
선거란 게 결코 평화로울 수 없고, 검증은 날카로워야 한다. 그래도 촛불의 시대적 과제를 중심에 놓고 깨끗하게 경쟁하고 치열하게 토론한다는 자세만은 두 후보가 버리지 말길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 문재인·안철수, 가열차게 검증하고 정성껏 답변하라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1997년엔 아들의 병역기피 논란으로, 2002년엔 병역기피 ‘은폐’ 논란으로 낙마했다. 이처럼 사실 자체보다 사실 이후의 처신이나 태도 때문에 순식간에 국민 신뢰를 잃는 정치인은 수도 없이 많다.
지금 문재인 민주당 후보도 그런 위기에 처했다. 문 후보는 청렴·도덕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인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사돈의 ‘음주사고 처리’ 의혹과, 2006년 아들 준용씨의 ‘황제 채용’ 논란에서 이회창씨와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문 후보는 이에 대해 “부산 사람들은 이런 걸 보면 ‘마 고마해!’라고 한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당시 한국고용정보원은 입사시험 딱 하루 전, 딱 한 매체에만 날치기 채용공고를 내고 준용씨를 포함해 2명의 지원을 받아 2명 모두 채용했다. 문 후보는 누가 봐도 이상한 이 의문에 정성스럽게 답해야 했다.
노 대통령의 사돈인 배병렬씨 음주사건의 경우 어제 문화일보가 “당시 이호철 민정1비서관이 ‘대통령이 힘들어지니 이번만 덮고 가자’고 청와대 직원들을 설득했다”고 보도했다. 문 후보 측은 “일반적 동향보고라 민정수석에겐 보고되지 않았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이호철 민정비서관이 그토록 고뇌했던 민감한 사건이 어째서 ‘일반적 동향’인지, 문 후보는 ‘몰랐다’고 해명하면 그만인 것인지 의문은 오히려 확산될 뿐이다. 이제라도 문 후보가 아들 준용씨와 이호철씨를 좌우에 데리고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국민적 의혹을 풀어 주기 바란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겐 광주 경선 때 렌터카로 선거인단을 투표장으로 실어날랐다는 의혹이 선관위에 의해 제기됐다. 또 문재인 캠프의 박광온 공보단장은 “안 후보가 전주에서 찍은 기념사진 중에 조직폭력배와 관련된 인사가 있다”고 비난했다. 안 후보는 “제가 조폭이랑 관련이 있겠느냐”고 선을 그었지만 성실한 답변이 필요한 대목이다. 문·안 캠프는 상대방을 향해 “본격 검증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짧은 대선 기간 동안이라도 서로 가열차게 검증하고 정성껏 대답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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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사설] 후보자 검증과 네거티브 공세 후보자 검증과 네거티브 공세를 확연히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모든 검증에서는 제기하는 쪽과 제기당하는 쪽 모두의 자기중심적 인식과 해석이 작동한다. 네거티브 공세도 마찬가지이다. 상대를 흠집내기 위한 공세라는 게 분명한 인신공격의 경우에도 부분적으로는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을 주는 근거나 정보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물론 허위사실 유포나 사건 조작 행위 등과 같은 명백한 불법인 경우에는 법적인 조치를 취하면 되지만 교묘히 법 테두리를 넘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을 흠집내기 위한 네거티브 공세는 사실상 선거 운동의 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동안 실제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후보자 검증과 네거티브 공세 사례는 많다. 1997년 15대 대선에서의 ‘총풍·북풍’ 공세, 2002년 16대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 장남 병역비리 논란, 17대 대선에서의 이명박 후보 비비케이(BBK) 의혹 공방,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나경원 후보 1억원대 피부클리닉 이용 논란 등이 대표적이다. 5월9일 19대 대선일을 20여일 앞두고 있는 지금도 이런 검증과 네거티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물론 후보자 검증은 철저히 하고 성실하게 해명하는 과정을 거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실제 검증과 상대를 흠집내기 위한 악의적인 인신공격성 네거티브는 반드시 구분되어야 한다. 역대 선거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네거티브 공세에 따른 후유증의 피해는 고스란히 유권자인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에 특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당사자인 후보자와 해당 캠프의 자성과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지만 유권자 스스로 올바른 판단을 위한 안목이 필요하고 이를 보도하는 언론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연재사설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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