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학습 플래너 멘토로 활동하고 있는 경안고 2학년 김주혜양이 1학기 중간고사 대비 ‘2주 학습 플랜’을 직접 작성했다. 김주혜 학생 제공
“수학 기출문제 두 번씩 풀어봤는데 괜찮겠죠?”, “영어 교과서 본문 암기 꼭 해야 할까요?”
중·고교 중간고사를 2주 정도 앞둔 요즘, 입시 관련 유명 인터넷 카페에는 시험 대비 및 공부법에 대한 질문이 많이 올라온다. 올해는 5월9일 ‘조기대선’을 앞두고 각 고교 중간고사 일정이 4월 말로 몰리면서 ‘시험 대비 시간 부족’ 등 변수까지 생겼다.
양재고 1학년 문민주양은 “‘고1 중간고사 성적이 대입을 결정한다’는 말부터 시험 대비 분위기가 중학교 때와는 달리 경쟁적이라 많이 불안하다”며 “5월 초까지 시간이 있을 줄 알았는데 일정이 당겨져 조급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학교 내신성적, 비교과 활동 등을 중요하게 보는 대입 수시전형 비중이 70%가 넘어서면서 중간·기말고사 부담이 늘고 있다. 소명여고 김진석 교사는 “수시는 3학년 1학기까지 총 10번의 정기고사를 반영하는데 그렇게 보면 이번 중간고사 성적이 갖는 의미가 결코 가볍지는 않다”며 “수시전형을 위한 첫 단추로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시험 대비 기간 동안 힘든 건 학부모도 마찬가지다. 서울 서초구의 임민희씨는 “아이 중학교 때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아 첫 시험만큼은 잘 봐서 자신감을 찾았으면 한다”며 “주말 학원 보충학습, 인터넷 강의 보기 등을 하고 있지만 체계적인 학습 계획 세우기를 어려워하고 그날그날 주어진 공부만 하는 느낌이 들어 답답하다”고 했다.
내 위치 파악하는 시험이기도 해
시험일이 다가올수록 ‘선택과 집중’은 중요하다. 비상에듀 이치우 입시평가실장은 “중간고사는 새롭게 편성된 집단에서 학생 본인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시험”이라며 “인문·자연계 선택을 염두에 두고 국·영·수·사·과 등 과목 우선순위를 정해 시험 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무조건 학원행이 아니라 ‘D-14, 학습 플랜’을 스스로 만들어 체계적으로 시험 준비를 해보는 것이 좋다. 2주치 계획을 한번에 세워두면 ‘내일은 무슨 과목을 공부하지?’ 등 고민 시간이 줄어들어 전반적인 학습량도 늘릴 수 있다.
공부 가능한 ‘절대시간’부터 확보하라
교내 학습 플래너 멘토로 활동하고 있는 경안고 2학년 김주혜양은 “통학 및 식사 시간, 학원 이동과 휴식 등을 제외하고 실제 학습 가능한 ‘절대시간’부터 계산해보는 게 좋다”며 “학교 수업 외 자기주도학습이 얼마나 가능한지 따져보면 시간을 훨씬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2주 동안의 학습 플랜을 잘 짜려면 ‘표 만들기’에 익숙해져야 한다. A4 용지 두 장을 준비해 한 장에는 날짜별 시험 시간표 및 과목별 시험범위 표를 그려보자. 다른 한 장은 이등분한 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각 7개의 칸을 나눠 14일치 공간을 만든다.
과목별 계획 구체적으로, 측정 가능하게
학습 플래너는 구체적으로 공부 범위와 시간 등을 측정 가능하게 써야 한다. 김양은 “무작정 ‘국어 공부’, ‘영어 단어 외우기’라고 쓰는 게 아니라 ‘영어 교과서 15~25쪽 3회 읽고 주요 문법 정리하기’, ‘수학 기출문제 30개 푼 뒤 오답노트 만들기’, ‘사회 교과서 20~30쪽 2회 읽고 노트 필기 확인하기’ 등 상세하게 적어야 학습 진도와 시험 대비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거울식 배치법’을 활용해 역순으로 학습 계획을 세우는 것도 추천한다. 4월26~28일이 시험 기간이라면 23일에 28일치 과목부터 정리하는 방식이다. 차례로 과목 수를 줄여나가며 25일에는 26일 시험 과목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일요일 ‘공부 보완의 날’로 비워두자
2주 학습 플래너의 일요일 칸은 비워두는 게 좋다. 주말까지 빼곡하게 적으면 주중 학습량이 계속 밀리게 돼 결국 ‘자포자기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일요일 하루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의 공부 계획에서 놓친 부분을 보완하는 날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14일밖에 안 남았어’라는 조급한 생각으로 무리하게 계획을 세우면 오히려 독이 된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오종운 평가이사는 “하루에 한 과목씩 완성하겠다는 건 상상 속 만족으로만 그칠 우려가 있다”며 “2주 정도면 전 과목을 최소 한 번 이상 완벽하게 훑어볼 수 있는 시간이니 날짜별로 국어 이틀, 수학 사흘, 영어 이틀 등 과목을 잘 배분해 개념 정리하는 게 좋다”고 했다.
‘∨’, ‘●’, ‘→’, ‘×’로 학습량 체크해봐
14일치 학습 계획을 세운 뒤에는 매일 스스로 공부한 내용을 평가하는 게 중요하다. 이때는 ‘∨’, ‘●’, ‘→’, ‘×’ 등 기호 표시로 중간고사 대비 학습량을 체크해보면 좋다. ‘다항식 30문항 풀기’, ‘문학 1단원 자습서 핵심정리’, ‘영어 1~2과 필수문법 예문과 함께 다시 써보기’ 등 항목 옆에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와 ‘×’를, 진행 중이라면 ‘●’를, 일요일에 보완이 필요할 경우 ‘→’ 등을 표시해 성취감과 학습 집중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공부하다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한 과목씩 완결된 공부를 하고 있다는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자신감도 생긴다.
김양은 “2주 플래너의 핵심은 ‘제한된 시간을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가’인데, 매일 잠들기 전 그날 계획한 공부를 빠짐없이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껴보면 지치기 쉬운 시험 대비 기간에 활력이 생긴다”고 했다.
왜 틀렸나 살펴보고 비법 정리도 좋아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 오답노트는 자신의 취약 부분을 가장 잘 파악해 ‘정답’으로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상위권 학생들의 ‘필살기’로 불린다. 한가람고 1학년 이정연양은 “국·영·수 등 주요 과목별 오답노트가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14일 전략의 경우 ‘수학 기출문제 오답노트’ 만드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학교 기출문제를 풀어본 뒤 틀린 부분을 노트에 그대로 옮겨 적습니다. 이때 노트를 반 접어서 사용하면 훨씬 짜임새 있는 오답노트를 만들 수 있어요. 왼쪽에는 틀린 문제, 오른쪽에는 풀이 과정과 정답을 쓰는 겁니다. 문제와 정답을 따로 분리해 정리하면 오답노트가 ‘나만의 문제집’이 되는 거죠.”
양재고 김종우 교사는 “틀린 문항을 하나씩 옮겨 쓴 뒤 답안지에 제시된 풀이 과정이 아닌 자신만의 ‘비법’을 적어두는 학생들도 많다”며 “기계적으로 기출문제만 100~200개씩 푸는 게 아니라 오답을 살피며 관련 교과 개념을 복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중간고사 2주 앞두고 ‘막판 스퍼트’가 필요한 때입니다. ‘선생님이 왜 이런 문제를 냈을까?’ 역으로 한번 생각해보세요. 단원별 핵심 개념이 훨씬 쉽게 다가올 겁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