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진양이 국립과천과학관에서 공룡화석과 키를 재보고 있다. 김예진양 제공
최시정(윤중중 3)양은 과학 분야를 좋아한다. 정해진 답을 외우는 게 아니라 궁금한 점을 직접 찾아서 밝혀내는 것이 흥미로워서다. 평소 빵이나 쿠키 만드는 것을 즐기는 최양은 탐구보고서 주제를 관심사와 연결해 ‘우유의 지방 함량에 따른 상태(농도) 차이’나 ‘빵 반죽의 발효 온도가 빵에 미치는 영향’ 등으로 정했다.
“평소 우유를 마시다 보면 저지방 우유와 일반 우유 농도가 다른 거 같았다. 빵을 발효시킬 때 꼭 뜨거운 물을 사용해야 하는지도 궁금해서 직접 알아봤다.”
최양은 “탐구보고서를 쓸 때 실험 결과를 부풀려 무조건 성공했다고 쓰기보다 실제 한 대로 솔직히 쓰는 게 좋다. 실험이나 체험을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내용을 정리하면서 기억에 오래 남고 글쓰기 능력도 향상됐다”고 했다.
체험학습이나 수행평가가 늘면서 학생들이 정리할 보고서도 많아졌다. 체험학습 보고서, 관찰기록문, 견학기록문, 탐구보고서, 독서록 등 다양하다.
김예진양이 서대문 자연사박물관에서 현존하는 두 종의 코끼리 비교 모습을 활동지에 적고 있다. 방문하기 전 집에서 박물관 누리집 자료실에 있는 활동지를 출력해 왔다. 김예진양 제공
스스로 해결 가능한 생활 밀착형 주제로 탐구
학생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탐구보고서다. 주제를 정하는 것부터 틀을 갖춰 짜임새 있게 작성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 윤중중 김준오 교사는 “본격적인 탐구보고서를 처음 써보는 중1 학생들에게는 양식을 미리 제시한다”고 했다. 양식은 ‘탐구 주제와 동기, 탐구를 통해 알아보고 싶은 점, 실험 과정과 결과, 탐구를 통해 알게 된 점’ 등을 포함한다. 김 교사는 “보통 아이들이 주제 선정부터 애를 먹는데 가정이나 학교 등 주변 환경 속에서 의문을 가졌던 것 가운데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주제를 고르는 게 좋다”고 했다.
가령, ‘운동기구에 대해’보다 ‘운동기구에서 알아낸 힘의 비밀’이라고 잡는 게 낫다. 독서 실태를 알아본다고 해도 ‘우리나라 학생들의 독서 실태’는 범위가 너무 넓다. ‘우리 학교 학생들’로 범위를 좁혀야 조사도 잘되고 구체적 결과를 알아낼 수 있다.
김 교사는 “조사나 답사한 것을 기록으로 남기면 내용이 머릿속에 체계적으로 정리되고 발표를 통해 다른 이들에게 알려줄 수도 있다”며 “탐구 결과가 유의미하고 성공적이면 좋겠지만 부담 가질 필요는 없다. 자신이 세운 가설대로 실험해보고 잘 안 되더라도 ‘끝났다, 망했다’ 할 게 아니라 반복해보면서 올바른 결과를 끌어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했다.
“탐구보고서나 실험보고서는 호기심과 의문에서 시작한다. 길을 걷거나 주변을 살필 때 의문을 가지고 그걸 알아보려고 스스로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거창하지 않더라도 몰랐던 내용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독서록은 ‘본깨적’ ‘마인드맵’ 등 다양하게 활용
이소정(경안고 3)양은 책을 읽고 ‘본깨적’ 노트를 정리한다. 본깨적은 ‘본 것’, ‘깨달은 것’, ‘적은 것’을 책에 직접 표시하며 읽는 독서법이다. “책을 읽을 때 중요한 내용에 밑줄을 긋고 빈 공간에 느낀 점을 메모한다. 다 읽은 뒤 노트에 좋은 글귀를 적고 공부할 때나 친구 관계에서 적용할 만한 아이디어를 정리해 바로 써먹는다.”
본깨적으로 독서록을 쓰고 교내 독서활동에 참여하면서 변화가 생겼다. 이양은 “그 전까지만 해도 일 년에 세 권도 안 읽었다. 학교생활기록부에 넣을 책 목록을 적으라고 해도 한 두 권 정도 줄거리만 적어서 냈다. 도서 목록을 미리 정하고 본깨적 노트를 적으니 책을 읽을 때 집중이 잘되고 내용이 체화가 됐다”고 했다.
이소정양은 독서활동이나 평소 생활하면서 학습계획이나 해야 할 일 등을 마인드맵으로 작성했다. 이소정양 제공
이소정양은 책을 읽으면서 인상 깊은 내용에 밑줄을 긋고 깨달은 점을 빈 공간에 메모한 뒤 따로 ‘본깨적 독서록’에 정리했다. 이소정양 제공
그는 이 활동을 통해 <가장 낮은 데서 피는 꽃>(이지성·김종원 지음), <도종환의 교육 이야기>(도종환 지음), <성과를 지배하는 바인더의 힘>(강규형 지음) 등을 읽었다.
김예진(온곡중 1)양은 초등학교 때부터 독서기록장을 꾸준히 써왔다. 그는 마인드맵을 활용해 책의 내용을 이해한 만큼 그려냈다. 책을 읽으면서 궁금한 점이나 중요한 내용을 메모해둔다. 이후 마인드맵을 할 때 주인공의 특징이나 주요 사건 등을 적고 연관된 내용을 나무줄기처럼 엮는 것이다.
가령, <한글을 지킨 사람들>(김슬옹 글, 이량덕 그림)을 읽은 뒤 ‘한글-말’이라 적고 ‘천여 종의 말소리를 적을 수 있는 글자는 60여 종도 되지 않고 글자 없는 말도 250개는 된다’고 적었다. ‘세종대왕과 그를 도운 사람들’을 찾아 연결하기도 했다. <쉿, 바다 밑에 고려가 살아요>(김영숙 글, 홍우리 그림)라는 책을 읽고는 어려운 단어를 찾아서 뜻을 적거나 책에 나온 고려청자나 배를 그림으로 그려서 기억하기 쉽게 정리하기도 했다.
오용순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연구소장은 “줄거리나 느낀 점을 수필 형식으로 정리하는 게 어렵다면 여러 방식을 이용할 수 있다. 책 내용의 일부를 바꾸어 쓰거나 뒷이야기를 상상해 이어 쓰기, 등장인물에게 편지 쓰기, 제목이나 주인공 이름을 이용한 3행시, 4행시, 자유시 짓기 등 다양하게 쓸 수 있다”고 했다. 학교 도서관 사서교사나 공공도서관 누리집을 통해 자신의 독서이력을 확인한 뒤, ‘나만의 책 베스트 5’, ‘절대 다시 안 읽을 책 3권’, ‘학습 만화 베스트 5’ 등을 선정하는 것도 재밌는 독서록을 남길 수 있는 방법이다.
미루지 말고 현장에서 바로 메모하는 게 좋아
체험학습 보고서는 어떤 곳을 가야 할지, 다녀와서 기록을 어떻게 남길지 막막해하는 경우가 많다. 장소는 교과서에 나온 곳이나 배운 내용 가운데서 정하는 것이 좋다. 가기 전에 사전 조사를 하거나 궁금한 점을 미리 적어 가면 흥미가 생겨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
보고서에 담을 사진이나 그림 자료는 직접 찍거나 그리는 게 좋지만 인터넷이나 책을 통해 수집하는 것도 괜찮다. 김양은 “기록을 남기는 데 급급하면 체험을 제대로 즐기지 못할 수 있다. 부족한 자료는 근처 도서관에 가서 찾는다. 전시 티켓이나 홍보 책자를 보고 기억을 떠올리기도 한다”고 했다.
꼭 과제나 수행평가 목적으로 보고서를 쓰는 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도 활동 내용을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이소정양은 처음엔 학교 과제로 기록물을 만들었는데 익숙해지다 보니 지금은 학교생활뿐 아니라 좋아서 찾아간 외부 특강도 다 적는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한 활동이 오히려 나에게 크게 다가올 때가 많은데 그냥 지나쳐버리는 게 아까웠다. 그 순간 내가 했던 생각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남기고 있다.”
이양은 “힘들었을 때 동기부여가 됐던 내용을 적어둔 게 지금 나에게 자극이 될 때가 있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정리하며 나도 비슷한 주제를 고민하게 된다. 대신 활동 기록은 그때그때 남기는 것이 좋다”고 했다.
“강의나 활동 내용을 대충 적고 집에 가서 제대로 정리한다고 미룰 때가 많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노트나 핸드폰에 바로바로 메모하는 게 좋다. 나중에 따로 시간을 내서 하려면 귀찮기도 하고 생각이 잘 안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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