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지난 2014년 미국 미사일방어(MD) 체계의 핵심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시험 발사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 미사일방어청 제공
[한겨레 사설] 한·미 정부의 무책임한 ‘사드 대못 박기’
한국과 미국 군 당국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주한미군 배치 작업을 이미 시작했다고 7일 밝혔다. 부지가 조성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장비부터 실어 나르고 있는 것이다. 섣부르고 무책임한 밀어붙이기다. 사드 배치 재검토를 요구하는 시민사회·야권과 대한국 제재를 본격화한 중국 등을 힘으로 억누르겠다는 권위적 행태이기도 하다. 곧 있을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 이후 대선 국면을 겨냥한 정치적 의도도 엿보인다. 두 나라는 당장 사드 배치를 중단하기 바란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7월 사드 배치 결정 발표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합리적 논의 과정 없이 극단적인 선택을 국민에게 강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체제여서 더 부도덕하다. 정부 관계자는 이르면 4월 안에 사드 포대가 경북 성주에 배치될 것이라고 말한다. 속전속결을 시도하는 의도가 ‘다음 정부 출범 전 대못 박기’에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내용과 절차에서 문제가 많은 사드 배치 결정을 재검토하지 못하도록 선수를 치겠다는 반국민적 발상이다.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하는 상황’을 이유로 들었지만 몇 달 사이에 상황이 별로 달라질 건 없다. 사드와 핵·미사일 위협 저지를 바로 연결하는 것도 근거가 취약한 ‘사드 만능론’일 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도 동북아 안보 질서를 뒤흔들고 북한 핵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미국은 한-미-일 군사·안보 일체화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추진해왔다. 미사일방어(엠디) 통합을 통해 한국을 미-일 동맹의 하위 파트너로 확실하게 편입시키는 것은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핵심 아시아 전략 가운데 하나다. 특히 이번 사드 대못 박기는 ‘힘을 통한 평화’를 주장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사실상 첫 해외 군사 조처다. 외교·안보 정책 기조가 채 정리되기도 전에 이뤄진 이 조처는 트럼프 정부의 일방주의적 성격을 보여준다.
사드 대못 박기의 파장은 가늠하기 쉽지 않다. 중국의 강한 반발은 분명하다. 경제·외교·군사적 대응이 모두 뒤따를 것이다. 한·미 정부가 사드 문제와 관련해 진지한 대중국 협의를 사실상 방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미국은 오히려 중국이 주장하는 전략적 이익의 침해를 자신의 전략적 이익 증가로 해석하는 듯하며, 우리 정부는 사드 배치와 중국은 무관하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관점이 타협을 이루지 못하는 한 한국은 계속 보복 대상이 되기 쉽다. 지금의 경제제재는 시작일 뿐이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대중 관계에서도, 핵 문제에서도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무능할 뿐만 아니라 위험한 태도다.
한·미와 중국의 갈등이 심해지면 북한 핵 문제도 해법을 찾기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사드 갈등은 이미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 구조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런 구도에서는 중국이 핵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유인이 줄어든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처한다는 사드 배치가 결국 핵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셈이다.
사드 밀어붙이기는 박근혜 정부 외교·안보 실패의 결정판이다. 사드 포대를 빨리 설치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부작용이 너무 크다. 이제라도 다음 정부에 결정권을 넘기는 게 순리다.
[중앙일보 사설] 사드 배치 시작…국론분열 없이 마무리해야
한·미가 예상보다 빨리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전개에 나선 것은 수긍할 만한 일이다. 국방부가 어제 신속한 전개의 배경으로 설명한 것처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가속화되고 있음은 이론의 여지 없는 객관적 사실이다.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깔보고 지난달 12일에 이어 보란 듯 미사일 4발을 연달아 쏜 게 바로 그제였다. 게다가 소형화에 성공한 핵폭탄을 미사일에 장착할 날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는 것도 분명한 현실이다.
이렇듯 나라의 안보가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상황에서 방어용 무기를 빨리 배치하려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인 결정이다. 나라 한편에서는 중국의 반대 등을 이유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하지만 국가의 안위는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 가치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기습 도발로 온 산천이 잿더미로 변한 뒤 뉘우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사드 조기 배치가 기정사실이라면 이참에 국론 분열을 봉합하는 계기로 삼는 게 슬기로운 자세다. 이대로 가면 대선이 치러지더라도 사드를 둘러싼 비생산적 논쟁은 피할 수 있다. 차기 정부로서도 혼란을 부추길 큰 짐 하나를 내려놓은 셈이다. 그러니 정치권에서도 더는 왈가왈부해선 안 된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사드 배치에 반대해온 중국의 몽니가 더욱 극렬해질 거라는 점이다. 중국 외교부는 “한·미 사드 배치를 결연히 반대하고 필요한 조처를 하겠다”며 “이에 발생하는 모든 뒷감당은 한국과 미국이 져야 한다”고 발표했다. 보복하겠다고 대놓고 밝힌 것과 다름없다. 중국 언론들은 “한국이 사드 배치를 사전에 알려주지 않았다”고 비난하지만 이는 생떼에 지나지 않는다. 어느 국가가 언제, 어디에 무기를 배치한다고 옆 나라에 알려주는가.
엊그제 중국 당국은 대형 매장에서 롯데제과 제품을 빼라고 지시한 데 이어 한국산 게임 수입을 막고 나섰다고 한다. 대국답지 않는 처사다. 중국은 한국에 대한 보복을 일삼으면 결국 자신에게도 막대한 손해가 될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실제로 중국 당국에 의한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방한 금지 조치 이후 중국행 한국 관광객 역시 격감했다고 한다.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중국의 잘못된 처신 때문임을 시진핑 정권은 명심해야 한다. 중국이 북한의 핵위협을 제대로 막아냈더라면 전술핵은 물론 사드 반입 얘기도 애초부터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한국과 미국이 설득해도 앞으로 중국의 보복 쓰나미가 몰려올 것만은 틀림없다. 그래도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오는 20일께로 예정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한·중·일 3개국 순방을 절호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틸러슨의 방중 목적은 4월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위한 의제 조율로 알려져 있지만 양측 간에 사드 문제가 논의될 공산이 크다. 미국으로 하여금 한국에 대한 중국의 보복을 중단시키도록 해야 한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현 상황에서 중국을 달래고 막는 건 미국만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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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드
[키워드로 보는 사설] 사드(THAAD) 사드란 종말(Terminal), 고고도(high Altitude), 지역 방어(Area Defense)의 줄임말로 보통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라 부른다. 사드는 높은 고도에서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미군 방어 체계로 40~150㎞ 고도까지 날아가 상대 미사일을 타격하며 최대 사거리는 200㎞에 이른다. 최근 국내 배치가 시작된 사드는 미국 영토가 아닌 타지역에 사드가 배치되는 사실상 첫 사례다. 일본에는 현재 사드 레이더만 배치돼 있다. 하지만 사드의 성능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총 11차례 요격실험에서 성공했다고 하지만, 실전에 쓰인 적이 없기 때문에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주장도 그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가 필요하다는 논리의 핵심은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 등에 맞선 방어체계 구축 수단으로 사드가 최적의 대안이라는 주장이다. 이를 비판하는 입장에 대해선 ‘그렇다면 북한의 핵 도발에 맞설 다른 대안이 있느냐'고 반문한다. 반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측은 ‘현재의 사드 성능으로는 북한 핵공격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지를 확신할 수 없고, 중국과 같은 주변국의 격렬한 반발만 불러일으킨다'고 맞선다. 국내에서도 사드 배치 지역으로 확정된 경북 성주 주민들이 ‘전자파 발생으로 인한 건강상 피해 위험과 충돌 위험 지역으로 인식됨으로써 입게 되는 사회경제적 손해' 등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달 27일 롯데그룹이 자사 골프장을 사드 배치 부지로 제공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3월7일 한·미 양국 군 당국이 사드 배치 작업을 전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를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커지며 조기 대선 국면에서 정치적 이슈가 되고 있다. 자국의 안보에 미칠 악영향을 주장하며 사드 배치를 강력히 반대해왔던 중국의 전방위적인 경제 보복도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국가 리더십이 실종된 상태에서 정치, 경제, 외교, 안보가 다각적으로 얽혀 있는 사드 배치 논란은 한국이 풀어야 할 커다란 숙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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