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초등학생 예비소집이 열린 1월11일 오후 서울 염리초등학교에서 엄아와 동생과 함께 참석한 예비초등학생이 엄마의 서류작성을 바라보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 학교 가면 급수별 받아쓰기 시험을 본다는데 우리 애는 아직 받침을 정확히 쓰지 못한다. 수학도 이전부터 덧셈은 많이 시켰는데 문장으로 된 문제를 풀어본 적은 없다. 아이가 동작이 느린 편이라 쉬는 시간에 맞춰 화장실을 다녀올지도 걱정된다. 수업을 두 시간 붙여서 할 때도 있다는데 긴 시간 동안 잘 참고 앉아 있을지… 사회성이 부족해 먼저 다가가는 것도 힘들어하는데 친구는 잘 사귀려나.
외동딸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이아무개(39)씨. 신경 쓰이는 점이 한둘이 아니다. 서점에서 초등학교 입학 준비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사서 아이와 함께 읽었다. 한 달 전부터 국어, 수학 문제집도 사서 풀고 있다. “아이와 연년생인 조카를 보며 동생에게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학교 행사도 열심히 가고 학부모 모임을 통해 아이의 ‘인맥 다지기’를 잘해야 한다더라.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고 부담스럽지만 나도 안 할 수는 없을 거 같다.”
입학이 코앞에 다가온 이때, 이래저래 불안한 마음만 갖기보다 아이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
학교, 제대로 알고 적응해 나가기
지난 15일 서울 성북강북교육지원청의 초등 새내기 학부모 특강에 나선 한희정 교사(서울유현초)는 “아이들이 부모의 협박성 멘트를 듣고 입학하면 학교에 부정적 인식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가령, “이렇게 고집부리면 친구 사귀기 어려워”, “선생님이 무서운데 말 안 들으면 혼난다”, “밥을 깨작거리고 편식하면 학교 제대로 못 다닌다” 등의 말로 겁을 주는 식이다.
아이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긴장 상태로 학교에 가기 때문에 실제 3월 한 달이 지나면서 몸살을 앓기도 한다. 이럴 때 스트레스를 주기보다 “학교 가면 다양한 친구를 만나고 새로운 내용을 배울 수 있다”, “유치원보다 공간이 훨씬 넓고 13살 형들도 만나면서 네가 더 자랄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설명해주는 게 좋다.
입학 뒤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건 뭘까. 바로 시간 맞춰 학교에 가는 것이다. 김유미(40)씨는 “지금 2학년인 아들이 입학 초기 제시간에 보냈는데 학교에서 안 왔다고 전화가 왔다. 놀라서 집 주변을 찾아 헤맸는데 길에서 개미굴을 보고는 열심히 파고 있었다”며 “아이는 10분, 한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시간관념이 부족하기 때문에 미리 시간개념을 익혀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어린이집은 늦거나 빠질 수 있지만 ‘학교’라는 사회생활의 기본은 규칙을 정하고 함께 지켜나가는 것. 이를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드는 습관을 들이고 “8시55분까지 학교에 가려면 몇 시에 집을 나서고 그러기 위해서는 몇 시에 일어나야 하는지” 등을 아이와 미리 이야기해보자.
출근이 이른 학부모라면 아침 돌봄교실을 이용할 수 있다. 별도 교실에 있다가 오전 9시 즈음 자기 교실로 가면 된다. 돌봄교실은 방과후에도 운영하며 오후 5시, 혹은 밤 10시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다. 부모 소득과 상관없이 무료이며 올해부터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다.
서울시 초등학교 예비소집일인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초등학교에서 입학등록을 마친 어린이들이 1학년 교실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친구 성향보다 내 아이부터 살펴라
부모가 가장 신경 쓰이는 점은 ‘친구 관계’다. <아이 1학년, 엄마 1학년>을 쓴 이호분 소아정신과 전문의는 “부모는 아이가 학교에 가서 친구를 두루 사귈 수 있을지 염려하지만 대부분 괜한 걱정인 경우가 많다”고 했다. 요즘은 형제가 없거나 적은 경우가 많고 어릴 때부터 사교육에 쫓기다 보니 친구들과 어울릴 시간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부모가 극단적으로 불안해하면 오히려 아이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어떤 친구를 사귈까보다 자녀의 상태를 먼저 들여다보는 게 중요하다.
유치원에서는 ‘어리니까’ 하고 별로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갔던 것이 학교 가면서 두드러지게 보인다. 일부 충동적인 아이는 호기심을 억제하지 못한다거나 자신의 행동에 대한 결과를 예측하지 못한다. 친구가 거부감을 드러내도 이유 없이 자꾸 건드리거나 수업을 방해하는 행동을 하면 그 아이는 엄마들 사이에서 ‘요주의 인물’이 되기 쉽다.
이씨는 “만 5살까지 전두엽이 발달하는데 충동성은 기질적인 면이 크다”며 “자기 행동 억제를 못하는 것은 관심 욕구가 강하거나 부모와의 애착 관계가 잘못 형성된 탓이므로 놀이치료나 가족 상담을 받는 게 좋다”고 했다.
발달 특성상 1학년 아이들은 아직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타자와 세계에 눈을 뜨는 건 보통 3학년 즈음. 성향이나 발달 정도에 따라 어떤 아이는 또래 사귀는 걸 잘하지만 어떤 아이는 아직 혼자 흙을 파고 노는 걸 더 좋아하기도 한다.
놀고 싶은데 같이 끼어서 이야기할 친구가 없어 힘들어하면 그때 도움을 주면 된다. 방과후에 학교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자연스레 어울리게 하든지 교사에게 살짝 도움을 구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마디로, 혼자 노는 걸 좋아하는지 놀고 싶은데 말을 못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수학 문제 못 푸는 건 국어 능력 때문?
1학년은 숙달 과정, 즉 이행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3월 한 달은 입학 적응기로 교장실이나 도서관을 둘러보는 등 학교 탐방을 하고 급식도 경험한다. 본격적인 교과 학습은 4월부터 시작한다.
올해는 2015교육과정이 처음 적용되는 해다. 주당 23시간 수업을 하며 ‘국어’(6시간), ‘수학’(4시간), 바른 생활, 즐거운 생활, 슬기로운 생활을 합친 ‘통합’(10시간) 교과 수업에 ‘안전한 생활’(1시간)이 새로 생겼다.
학습적인 면은 단순히 점수나 성적에 연연할 게 아니라 아이가 어떤 부분을 어려워하고 실수하는지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수학의 경우, 말로 숫자를 불러주면서 푸는 연산은 가능하지만 글로 된 문제를 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수학을 못해서가 아니라 국어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낱말불리기 수첩을 활용하거나 끝말잇기, 책 번갈아 읽기 등을 통해 어휘나 읽기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수학은 말로 문제풀이만 하지 말고 머릿속에 계산 과정이 익숙해지도록 바둑돌이나 공기 등의 도구를 가지고 반복하는 것이 좋다. 이 과정을 이해한 뒤 덧셈구구나 뺄셈구구를 게임식으로 완전히 암기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점점 큰 숫자 단위로 늘려가면 된다.
방과후 학교는 학습은 물론 요리나 악기 등 취미 위주 프로그램도 있기 때문에 아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게 하면 된다. 일부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무작위 추첨을 하기도 한다.
학부모들이 2일 오전 입학식이 열린 서울 종로구 혜화동 혜화초등학교 교실에서 입학생들을 보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과잉보호는 그만, 도움은 요청할 때만
초등 1학년은 낯선 환경에 노출되면서 아이의 내재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시기인 만큼 조기에 찾아 개선하는 게 좋다. 입학 초기 틱 장애를 보이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씨에 따르면 틱 장애는 유전적으로 7살 전후에 많이 발병하며 개인적 취약성과 환경적 요인으로 생긴다. 보통 심리적으로 편안해지면 없어지지만 기복을 보이며 만성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씨는 “심한 경우는 약물치료가 필요하지만 그 전에 아이를 지켜보면서 환경적 요인을 없애주면 저절로 사라진다”며 “틱 장애 증상이 있으면 불안에 취약하고 긴장을 잘한다는 것을 숙지하고 부모가 양육 태도를 바꿔 스트레스를 주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요즘 부모들은 과잉보호를 하고 먼저 나서서 도와주려 한다. 하지만 아이가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든지 도와줄 수 있다는 신호를 주는 게 중요하다. 한 교사는 “1학년은 위기이자 기회다. 아이가 전혀 새로운 환경에 들어가면서 위기를 겪을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몰랐던 아이의 모습을 발견하고 평소 고쳐야 할 부분을 함께 약속하며 나아질 수도 있는 시기”라며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잘 들어준 뒤 ‘왜 그랬냐’ 문책하기보다 아이의 말을 일단 긍정하고 필요한 조언을 해주는 게 좋다”고 했다.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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